[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아온 한국마사회의 부적절한 운영 실태가 또다시 드러났다. 한국마사회가 관련법에서 정한 입장료 외에 추가 시설 사용료를 내야만 경마장 입장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비싼 입장권을 판매해온 사실 등이 적발된 것이다. 특히 감사원이 실시한 한국마사회 기관운영감사에서만 12가지 지적사항이 제기됐다. 방만경영과 적자경영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지우고 공기업 혁신의 모범사례로 올라서겠다던 한국마사회의 현실은 여전히 수많은 비판을 받던 그대로인 모양새다.

신규채용부터 직원관리까지 ‘총체적 난국’
한국마사회는 직원들에게 각종 수당과 복리비를 지나치게 쏟아붓는 등 방만한 경영 문제로 수많은 지적을 받아 왔다. 그동안 마사회는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 행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상은 초심이 온데간데없는 모습이다.
마사회는 2010∼2012년 직원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 외에 1인당 평균 608만 원의 수당을 매년 지급하면서도 별도로 9억 원의 예산을 편성, 장기근속자에게 평균 200만 원 상당의 순금 기념품을 지급한 사실 등이 알려져 질타를 받았다. 지적을 받은 마사회는 경영 실태를 점검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도 적지 않은 위반 사항이 나오면서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한국마사회 기관운영 전반적인 감사를 2013년 이후 실시하지 않았다”면서 “한국마사회의 기관운영 전반을 검토하고 문제점의 개선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려한다”면서 조사에 나섰다.
감사 분야는 ▲ 장외발매소 운영 등 경마시행의 적정 여부 ▲ 사회공헌사업의 적정 추진 여부 ▲ 복리후생비 등 예산 집행의 적정 여부 ▲ 조직·인사 운영의 적정 여부 등이 중점이 됐다.
제멋대로 운영
그런데 이러한 감사의 결과는 참담했다. 무려 12가지의 위법 및 부당 사항이 나와 주의 및 통보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지적사항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 장외발매소 입장권 판매 업무 처리 부적정 ▲ 장외발매소 관람시설 바닥면적 확대 승인 기준 부적정 ▲ 직원 외부 활동 관리감독 부적정 등이 골자다.
또 ▲ 5급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업무 부적정 ▲ 고객편의시설 임대계약 부적정 ▲ 물품구매 및 용역 계약대상자 결정 불합리 ▲ 용역계약 이행보증 업무처리 부적정 ▲ 콘도숙박비 예산편성 및 지원 부적정 ▲ 정년대기자 성과급 지급 부적정 ▲ 재활승마 운영 부적정 등이 포함됐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난해 말 기준 30개 장외발매소가 전체 좌석 중 76%의 좌석에 대해 시설 사용료 1000원~3만8000원을 붙여 3000원~4만 원이 표시된 입장권을 판매한 사실이다. 전체 좌석 가운데 24%만 정상가격인 2000원이 표시된 입장권을 판매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법제처가 ‘경마장 입장료 외 추가 시설사용료를 내지 않았다고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령해석을 내놓은 바 있지만 마사회는 이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추가 시설사용료를 붙인 입장권을 판매해온 것이다.
특히 일산장외발매소의 경우 8개 층, 2603개 좌석 중 2000원으로 입장할 수 있는 좌석은 전체의 8.3% 수준인 216개 좌석뿐이었다. 해당 입장권을 구매하지 못한 대다수의 고객은 시설사용료가 포함된 비싼 입장권을 구매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마사회 임직원의 외부활동의 경우, 일부 임직원이 대가를 받고 세미나·교육과정·회의 등에서 강의나 발표 등을 할 때에는 미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천만 원대 외부 강의 수입을 벌어들인 사실도 밝혀졌다. 마사회 직원 A씨는 2013년∼2014년까지 회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대학교 시간강사 등 6건의 외부활동을 하면서 1200여만 원을 벌었다. 그 외에도 회장의 승인 없이 외부 강의를 통해 수입을 챙기다 적발된 직원은 모두 37명으로 총 4780만 원을 챙겼다.
대책도 안 보여
재직 임직원이 설립한 단체나 퇴직자단체가 정당한 입찰을 거치지 않고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에 설치된 식당과 매점 등의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사회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승인 없이 23개 장외발매소의 헬스장 등 비관람시설 4633㎡를 관람시설로 전환한 점도 적발됐다.
채용과정에서도 5급 정규직 신입직원을 뽑으면서 부실한 채용관리로 취업소외계층이 취업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마사회는 공정성을 올리겠다며 채용절차를 외부에 맡겼지만, 전과자 경비원 논란 등 인적관리에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감사 결과를 제외하더라도 마사회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실제 한국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 운영 강행, 각종 비리와 낙하산 인사 문제, 탈세 의혹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역시 한국마사회 광주지사의 경비노동자들을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비밀보장’을 전제로 한 확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의혹 등이 나오면서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더욱이 마사회는 뚜렷한 해명이나 대응책도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어 개선 여부에 대한 신뢰를 보이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감사결과와 각종 의혹의 사실여부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담당 부서에 확인해보고 말해주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마사회의 추가적인 연락이나 답변은 없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