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금융권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임대업이 떠오르고 있다. 점포 폐쇄와 통합 등으로 비어 있는 은행 점포들을 임대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이는 저금리와 저성장의 장기화로 수익원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가 임대 제한 규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점 일부를 커피 브랜드 폴바셋에 임대했으며 KEB하나은행은 뉴스테이 사업에 진출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임대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카페·KEB하나은행-뉴스테이 사업 전개
건물 보안·고객 민원 등 조건 까다로워…입주자 부담
금융위원회는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은행의 업무용 부동산 임대면적 제한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新 먹거리 사업이 임대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4년 당초 영업점 건물의 절반만 임대할 수 있던 것을 직접 사용 면적의 9배 이내로 풀어준 바 있다. 은행이 10층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면 1개층은 영업점으로 쓰고 나머지 9개층은 세를 놓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규제를 아예 없앴다. 즉, 은행들은 면적 제한 없이 영업점 건물을 임대로 내놓을 수 있게 되고, 건물 증·개축을 통한 임대 면적 확대도 가능해졌다.
이 같은 결정은 은행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폐쇄하거나 통합한 점포를 수익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근 은행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뱅킹 등을 이용한 거래가 늘어나면서 지점 수를 줄이는 추세다. 2013년 말 7599개에 달한 은행 지점 수는 지난해 말 7278개로 줄어들었다.
또 금융위원회는 점포폐쇄 처분 기간도 늘렸다. 원래에는 비업무 부동산이 된 경우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3년간 임대를 내준 후 처분해도 된다. 담보물로 취득한 부동산에도 같은 규칙을 적용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가 심할 때 생겼던 규제를 계속 유지할 이유는 없다”며 “은행 영업점 대부분이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자가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은행은 점포 임대나 개발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자가 점포는 1970개(지난해 말 기준)로 전체의 27.1%에 달한다. NH농협이 401개로 가장 많은 자가 점포를 소유하고 있고, KEB하나은행이 263개, KB국민은행은 262개, 우리은행 247개, 신한은행 217개, IBK기업은행 190개를 소유하고 있다.
임대수익 극대화 추구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은 TF를 꾸리는 등 임대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진행해온 구조조정과 점포 통폐합으로 생긴 유휴 부동산을 이용한 임대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뉴스테이), 사무실 임대 등 여러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룹 차원의 전 계열사 유휴점포 임대 수익 창출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임대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서울 동부이촌동 지점의 일부를 커피 브랜드 ‘폴바셋’에 임대했다.
이 지점은 은행 소유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현재 사용 중인 소유점포를 활용한 첫 사례다.
우리은행은 “은행 점포 내부에 문화 공간 등을 설치해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는 다른 은행에도 있었으나 영업 공간 외에 사용할 수 없도록 묶여 있던 임대 공간을 활용해 임대수익을 내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시작으로 연내 공동 점포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다양한 서비스로 방문고객 수 증가를 유도함과 동시에 추가적인 임대 수익 증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은 뉴스테이 사업을 전개 중이다. 국토교통부와 뉴스테이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지점 건물 등 최대 60여 곳의 보유 부동산을 주거용 오피스텔 등으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KEB하나은행은 올해 서울과 인천, 대전, 부산 등 전국 12개 지점 부지에서 약 4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오는 2016년에는 서울 종로구와 동대문구, 경기 수원시 팔달구 등 11곳에서 2500여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2018년 이후 정리되는 점포들도 순차적으로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으로 개발해 임대한다.
이에 따라 KEB하나은행이 제공하는 도심형 뉴스테이는 2019년까지 1만 가구가 될 전망이다.
KEB하나은행은 “유휴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구상해 온 결과 개발 후 임대수익 시현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며 “임대업이 활성화 될 경우 해당 부동산을 상승한 가격에 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성공여부 멀리 봐야
다만 은행 건물은 보안 문제와 고객 민원 문제 등으로 임대가 까다로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정안 시행이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할 때 임대 등의 이색점포 성공 여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영업점을 일부라도 둬야 하는 임대방식보단 오히려 매각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임대면적 제한 폐지 이외에도 은행채 발행 한도를 자기자본 3배 이내에서 5배 이내로 상향 조정하고, 상환 기간 제한을 없앴다. 앞으로 은행들은 1년 미만의 단기채 발행이 늘어나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자회사 출자 한도도 자기자본의 15% 이내에서 20% 이내로 상향 조정했고, 외국 은행들의 국내 지점 관련 규제도 일부 완화했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7월 3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 자회사 출자 한도 완화는 6월 말부터 시행된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