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다리?…‘참을 수 없는’ 그들의 언어
품격 있는 다리?…‘참을 수 없는’ 그들의 언어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4-22 21:31
  • 승인 2016.04.22 21:31
  • 호수 1147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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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치 혀’로 여성 울리는 성희롱 백태
▲ <뉴시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사회 각층에서 잇따라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희롱을 일삼은 사람들은 대부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들이 자주 내뱉는 말의 유형은 ‘외모 묘사’와 ‘음담패설’, ‘지위를 이용한 수치심 유발’ 등으로 구분됐다. ‘세치 혀’로 여성들을 울리는 파렴치범들의 언어를 유형별로 들여다봤다.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육군 중령 A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외모 묘사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4년 6월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부하 여장교 B씨의 다리를 가리키면서 “품격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 3~11월에는 B씨에게 ‘프로필 사진을 보니 연예인을 닮았다’, ‘쉬폰 블라우스에 스키니진을 입으니 여성스러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어깨를 살짝 드러내니 분위기가 묘하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볼링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거나, B씨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비위행위 등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부서장이 부서원에게 가질 수 있는 관심과 애정의 표시 정도로 보기 어렵고 피해 여장교 B씨가 A씨의 행동에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느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상습적으로 여성 승무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일을 떠넘기는 등의 비위행위로 파면된 항공사 사무장이 소송을 냈다가 1, 2심에서 모두 패소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17일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국내 대형 항공사의 전 객실사무장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여성 승무원들에게 ‘식당에 나올 때 젖은 머리로 나와 방에서 돌아와 잠을 잘 수 없었다’, ‘여성잡지 모델 같다. 나 오늘 한가해요 느낌이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해 2014년 7월 파면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대해 반발해 소송을 냈다. 그러나 1, 2심은 “A씨가 여성 승무원들에게 수년 동안 지속적·반복적으로 한 성희롱적 발언은 단순한 농담이나 친근감의 표시 수준을 넘어 상대방에게 굴욕감, 수치심 및 혐오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라고 판단했다. 

음담패설

듣고 있기 힘들 정도의 음담패설로 이성을 괴롭히는 사례도 빈번했다. 지난달 4일 광주여자대학교의 교수 C씨(59)는 최근 수업시간에 “오줌줄기가 세게 나오면 뒤집어 진다. 그래서 남자들이 복분자를 좋아한다. 남자는 서서 조준하는데 여자는 어떻게 하냐”, “결혼 전 애 가지는 게 혼수냐”는 등 수업과 관계없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또 ‘남자친구와 자봤냐’ 라든가 ‘남자를 많이 만나본 여자를 무엇이라 부르는지 아느냐’라는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여대는 이와 관련해 사실확인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를 벌였고, 이번 학기부터 C교수를 수업에서 제외시키고 징계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근무하던 D씨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 4명을 성희롱했다. 피해자 E씨는 D씨가 “휴대전화로 심리테스트를 해주겠다면서 ‘네 이름은 성욕이 90%’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D씨가 “자신의 무릎을 손으로 치면서 ‘여기 앉아라’라고 말했고 옆에 다가와 앞에서 껴안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 채용된 F씨는 “D씨가 피부에 좋은 화장품을 추천해주겠다”면서 “남자 XX을 가져다 얼굴에 바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D씨는 이에 대해 “카페의 다른 바리스타와 수화로만 대화했을 뿐 피해자들에게 얘기한 사실이 없다”는 엉뚱한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의 체액이 피부에 좋다는 언급을 한데 대해서는 “영국에서 XX이 피부에 좋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내용이 페이스북에 있어 다른 바리스타와 얘기한 것을 피해자가 들은 것 같다”고 밝혔다.

지위 이용 수치심 유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지난 2월 23일 남부경찰서 소속 A경정은 지방청 소속 B경감, 민간단체 관계자 C씨와 술을 마시던 중 같은 부서 소속 여경인 D경장을 불러냈다.

B경감은 이 자리에서 D경장에게 “승진하고 싶으면 (A경정에게)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A경정과 C씨도 D경장을 향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으며, 신체적인 접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D경장이 다른 여경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아울러 지난 1월 말에는 만취한 부하 여경을 모텔로 데려갔던 울주경찰서 모 경위가 파면되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성희롱을 당할 경우 명확한 거부 의사 표시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이럴 경우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가해자에게 성희롱 행위를 중단해 줄 것을 편지로 작성해 우체국 내용증명으로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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