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한 게 온다?…‘대지진 전주곡’ 소문과 진실
더 강력한 게 온다?…‘대지진 전주곡’ 소문과 진실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4-22 21:07
  • 승인 2016.04.22 21:07
  • 호수 1147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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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협하는 ‘지진공포증’…실체 있나
▲ <뉴시스>

‘탄루단층’ 덕분에 진도 5.5이상 발생 가능성 적어
전문가 “대처법 미리 숙지하면 두려움 덜 수 있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불의 고리(세계 주요 지진·화산대 활동이 중첩된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국가에서 지진이 잇따르자 이에 대한 두려움이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한 주 사이에 일본과 에콰도르에 이어 필리핀에서도 지진이 일어났다. 특히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는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도 감지돼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온라인상에서는 이번 사태가 “대지진의 전주곡”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공포심이 가중되고 있다.

# 부산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55)씨는 지난 16일 집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식기가 흔들리며 소리가 날 정도의 진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얼마 후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가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 뉴스에서 보도됐다. 건물이 무너지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에 불안함을 느낀 정 씨는 자신의 아파트는 지진에 안전한지 의문이 들었다.

# 직장인 배모(29)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금보다 “더 큰 지진이 올 것”이라는 글이 퍼지고 있어서다. 배 씨는 지진을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포털사이트 등에 게재된 사진을 보면 두려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막상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

‘불의 고리’에 속한 필리핀에서 또다시 지진이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오전 1시 17분 필리핀 남부지역 다바오오리엔탈 동북쪽 16㎞ 지점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일본·동남아·뉴질랜드 등 태평양 제도와 북·남미의 해안지역을 잇는 고리 모양의 지진·화산대다. 지각판의 가장자리에 원 모양으로 분포돼 있다고 해서 ‘불의 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난 14일과 16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일어났고, 17일과 21일에는 에콰도르에서 각각 규모 7.8, 6.1의 강진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8일에는 남태평양 바누아투에서 5.9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필리핀에서 이번 지진이 일어나기 5일 전인 지난 15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해안에서 이미 한 차례 5.9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우리나라의 부산·경남지방에서 진동이 감지돼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신고 전화 폭주로 나타났다. 지난 14~16일 119와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지진 관련 신고는 총 3908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3400여 건은 규모가 더 컸던 2차 지진 발생 후 집중됐고 부산(1503건)과 경남(708건), 울산(697건) 등에 신고가 몰렸다. 일부 지역에선 119 신고전화가 마비되기도 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이번에 발생한 지진이 그간의 법칙을 거스른 형태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난 100년간 규모 5.0이 넘는 지진이 거의 일어난 적이 없던 규슈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인데다, 강진 후엔 대부분 강도가 낮은 여진이 발생한다는 법칙을 깨고 첫 지진(진도 6.5) 발생 이틀 뒤 16배가 강한 지진(진도 7.3)이 발생하는 등의 예외성을 보였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환태평양 조산대 위가 아닌 유라시아 판 가운데 위치해 대형 지진의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져 왔지만, 이 같은 법칙도 충분히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진에 취약한 우리나라 건물의 특성상 진도 6.5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구나 온라인에서는 “대지진의 전주곡”이라는 소문까지 유포되면서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커뮤니티 등에서는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한반도도 강타할 것”, “올해 잠잠했던 지진 횟수는 대형 지진의 전조” 등의 소문이 떠돌고 있다.

“비교적 안전한 지역”

그렇다면 한국은 안전할까. 다행히 한반도는 지진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대형 지진이 일어나려면 그만큼 큰 에너지가 축적돼야 하는데, 한반도 단층 규모와 응력(서로 미는 힘) 크기를 고려할 때 진도 5.5이상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한국은 큰 지진이 일어나기 어려운 지질학적 환경이어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는 탄루단층(중국 산둥반도를 가르는 거대 단층)이라는 엄청난 방파제를 옆에 두고 있어 (지진 발생에 필수적인) 응력 축적을 막고 있다. 응력이 있다고 단층대가 짧아 큰 지진이 안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지진 여파로 같은 유라시아판에 속한 우리나라가 1~5년 내 최대 진도 5.5 이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진도 5 이상이면 집안 가구가 움직이고 부실 건축물은 무너질 수 있다.

지 센터장은 “일본 구마모토지진 영향을 받아 1~5년 내 한국에서 최대 5.5 이하 지진이 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한국 내진설계 기준이 진도 6.5라 구조물에 금이 가는 정도 외 별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처법을 미리 숙지하면 공포감을 덜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머리를 보호하는 일”이라며 “만약 실내에 있다면 손이나 방석, 베개 등으로 머리를 감싸고 책상, 탁자, 침대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실외에 있을 때나 자동차에 타고 있을 때는 즉시 넓은 공터나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면서 “이동할 때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벽 모서리에 붙어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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