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7인의 사무라이 “유승민은 없다”
돌아온 7인의 사무라이 “유승민은 없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04-22 20:35
  • 승인 2016.04.22 20:35
  • 호수 1147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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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참패해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합쳐 161석으로 122석을 차지한 여당으로선 의회 주도권을 상실했다. 정의당 6석까지 합칠 경우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처리가 힘든 상황이다. 여당에서는 11명의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두 복당해도 134석이다. 그러나 여권성향 무소속 당선자 다수가 ‘비박계’라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복당을 신청한 유승민 의원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힌 데다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면서 친박계에서는 복당불가를 외치고 있다. 친박계입장에선 박 대통령의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 석이라도 더 늘려야 한다. 하지만 자칫 ‘유승민 복당’으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어 딜레마에 처해 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비박계 대권-유승민 당권 나경원 조합
-‘기-승-전-유승민’으로  끝난 총선

청와대와 친박계가 유승민 복당 처리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유 당선자는 탈당한지 27일 만인 지난 19일 새누리당 대구시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유 당선자는 “오랫동안 정든 내 집에 돌아가겠다. 무소속 출마할 때 약속을 국민들과 대구시민께 드렸다”며 복당 신청 소회를 밝혔다. 또 그는 “지금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분노를 정확히 파악하고 진영을 넘어 합의의 정치를 할 때가 왔다”며 “서로 빼고 나누는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에 공식적으로 복당을 신청한 인사는 안상수, 윤상현, 조해진 의원이다. 또한 복당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만도 주호영, 강길부, 이철규, 장제원 당선인 등이 있다. 윤상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7인방 모두 비박계 인사다. 특히 이번 총선이 ‘기-승-전-유승민’으로 규정할 만큼 선거 기간 내내 유 의원의 행보는 주목을 받았다. 사실상 공천시작부터 선거개시일까지 유 의원으로 시작해 유 의원으로 끝이 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유 의원은 정치적으로도 최대의 수혜자가 됐다. 총선 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야 차기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여권부문 조사결과 유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17.6%를 받은 유 의원은 김무성 10.7%, 오세훈 10.2%, 김문수 3.9%로 잠재적 경쟁자들을 오차범위를 넘어 1위를 달렸다.

그동안 여당에서 1위를 달리던 비박계 김 전 대표는 총선에서 ‘책임론’에 휩쌓여 큰 폭으로 하락했다. 친박계가 차기 대권주자로 밀려고 했던 오 전 서울시장의 경우 정치1번지인 종로에서 더민주당 정세균 후보에게 많은 표차로 낙선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김 전 경기지사 역시 대구 정치1번지라는 수성갑에서 김부겸 후보에게 패하면서 대권 반열에서 멀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비주류 측에서 ‘50대 기수론’이 고개를 들면서 ‘세대교체 바람’도 유 의원이 부상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당장 유 의원이 새누리당에 복당할 경우 당권부터 대권까지 모두 노릴 수 있게 된다. 당헌당규상 대권·당권 분리 원칙에 따라 유 의원은 당권보다는 대권을 노릴 공산이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 의원이 대권에 바로 뛰어들기에는 부담이 크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을 만드는 데 개입하기는 어렵지만 낙마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권을 포기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해서라도 당권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당권·대권 분리가 원칙이지만 만약 유 의원이 당 대표에 올라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하고 당내 잠룡군 중에서 야권 대항마가 부재하다면 출마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당헌·당규라는 게 대선이라는 큰 권력구도 싸움에선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힘든 게 정당의 현실”이라고 내다봤다.

친박, ‘유승민 전대 전 복당 안돼…’속내는

이미 비박계 일각에서는 ‘대권 유승민-당권 나경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다. 나 의원의 경우 유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원내대표 출마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지목되는 인사로는 나 의원을 비롯해 비박계에선 이혜훈, 정병국 당선자가 있다. 친박계에서는 이주영, 원유철, 유기준, 조경태, 최경환, 이정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대중적인 면에서나 리더십에 있어 유 의원에 대항할 만한 대권주자나 당권주자가 부재한 게 친박계의 암울한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박계에서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5월에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부터 6월 조기전대,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인물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와 야권 잠룡군은 늘어나는 반면 친박계는 있던 카드마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에서 대놓고 유 의원의 복당불가를 주장하거나 최대한 복당 시기를 늦추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친박계에선 유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여권 성향의 7인만 복당시키자는 ‘선별적 복당론’부터 유 의원과 ‘김무성 대표 욕설파문’으로 탈당한 친박계 윤상현 의원을 제외하고 복당시키자는 ‘친박 비박 빅딜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유 의원뿐만 아니라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귀는 당내 여건상 당장 이뤄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최고위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최고위원 상당수가 사퇴와 낙선으로 유명무실해졌다. 비대위가 구성돼 복당 문제를 처리할 수 있지만 친박 비박 간 의견차이가 커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실제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복당 문제는 섣불리 서두를 게 아니다”며 “비대위가 결정하지 말고 전당대회에서 뽑힌 새 지도부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유 의원의 당권 도전 차단에 나섰다. 반면 비박계 이혜훈 당선자는 “새누리당이 공천하지 않은 곳에서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후보자가 당선되면 복당은 자동”이라고 유 의원 조기복당을 주장하고 있다.

당권·대권 ‘키’쥔 김무성 선택은

한편 유 의원 복당에 한 발 물러서 있는 김무성 전 대표의 입장도 향후 비박계의 당권·대권 도전에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유 의원과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김 전 대표가 유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친박계에서는 비박계 영향력이 막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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