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며칠 전에도 칼럼 게재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소장파 기자들은 감정적으로 정부에 비판적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부 간부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동아일보 노동조합 윤상호 기자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그 보다는 “왜 MBC의 신강균 프로의 선정성과 사실 왜곡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동아일보만 문제삼느냐?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동아일보를 폄하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사실 자체에 대해 불쾌해했다. “동아일보는 수 십 년 정론지로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기에 함부로 재단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강력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외부에서 보는 것에 아랑곳없이 내부에서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고 있으며 또한 기자들도 최선을 다해서 공정 보도에 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올인’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동아일보 사설과 칼럼, 기사에서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원하는 모습은 시민단체에 의해 강력하게 비판받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아일보나 조선, 중앙일보 노조 관계자도 분명하게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동아일보 소장파의 내부 비판이 비공개적으로 진행되고있다면 조선일보 사정은 반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선노보>에서 표출되는 조선일보 소장파 기자들의 예리한 내부 비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안티조선> 세력들이 과연 이런 움직임을 고려하면서 조선일보를 비판하는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김성현 기자는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께 드리는 레터>에서 “기자가 아닌 ‘시민운동가’의 모습이 자꾸 연상되는 것”이라고 조 편집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편집장께서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는 기자로서 쓸 수 있는 한계를 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습니다”며 조 편집장의 탄핵과 조순형 대통령 옹립 발언을 비판했다. 아울러 “보수가 자신의 가치를 더 벼려서 공세적으로 나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다양한 문제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 뒤 자정해야 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중략) 그러나 기자가 참여자가 아니라 관찰자인 이상,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초조하더라도 시국을 끈기 있게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고 조 편집장에게 ‘언론윤리’까지 충고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글이 조선일보 인터넷 판에 실렸다는 것이다. <조선노보>도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지만 특별히 관심 있는 사람만이 방문해서 읽는 반면에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이런 글이 공개되었으니 이는 조선닷컴 편집자마저 과거와 달리 엄청난 노력과 용기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성철 기자는 <편집국은 ‘말 없는’ 대학강의실>이라는 글에서 “지금 조선일보는 그 한계에 봉착해 있다. 단연코 지금 의사소통의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직급과 연차의 틀을 벗어버리고 흉금 없이 마음을 열고 지면과 이슈와 각자 관심사에 대해 떠들 수 있는 ‘잔디밭’이 필요하다”고 내부 의사소통 부족과 그 타파를 주장했다. 실제 조선일보 노동조합의 최우선적 과제도 이런 내부 의사소통의 개선을 들었다. 노조 최원규 사무국장은 “외부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데스크와 일선 기자들과의 왜곡은 거의 없다. 기사 쓸 때부터 충분히 상의하면서 일선 기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다만, 경우에 따라 부족한 부분은 있다. 김성철 기자는 그런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본다”며 조선일보 기자의 내부 비판력과 언론 자유 의지를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조선일보 사정에 대한 외부의 시각과 내부의 시각차가 많이 다르다고 하면서 조갑제 편집장에 대한 시각도 “기자 각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런 다양성이 조선일보 안에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 토론 문화를 점점 공론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원규 사무국장의 말이 아니라 해도 <조선노보>에서 표출되는 조선일보 내부의 변화는 다른 경쟁 신문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 노조카페에 <88레이디>라는 아이디로 쓴 글이 있다. 조선일보 노보에 국제부의 전병근 기자의 기고<‘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고 싶었다>에 대한 감상으로 기고한 글에서 “경쟁지이긴 하지만 조선일보에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기자들이 더 많아져서, 조선이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아울러 이 기사의 댓글 중에 ‘조선에 박수를 보낸다---중앙 노보엔 이런 글 절대 안나온다’는 제목의 네티즌 의견을 보고 조금 씁쓸했습니다. 중앙일보 노조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자기 비판적인 글을 노보에서 본 적이 오래 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고 조선일보의 변화를 인정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최 사무국장은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해 하며, “다만 조선일보에 대해 비판하더라도 조직을 잘 이해하고, 좀 ‘애정’을 가지고 비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일부 격한 표현법을 쓰고 있는 세력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중앙일보 소장파는 이런 동아일보나 조선일보의 움직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99년 홍석현 사장의 검찰 출두 시 중앙일보 기자들이 출동하여 “홍 사장, 힘 내시오”한 것은 아직도 중앙일보에 대한 ‘객관적 시각’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일보 노동조합 원낙연 기자는 그 점에서부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것이야말로 중앙일보에 대한 모독이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그 표현을 한 것은 ‘돌발적인 구호’였을 뿐이다.
그 구호를 한 맥락은 당시 홍 사장에게 권력과 타협하지 말라는 의미였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구사대’인양 해석되는 것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언론 본연의 기능이 권력과 적당한 긴장 관계에 있는 것만큼 홍석현 회장이나 데스크와도 긴밀한 협조 속에서 일하고, 동시에 나름의 공정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동아일보나 조선일보처럼 일종의 파열음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편집국장이 참여하는 <공보위원회>를 통해 일반 평기자가 충분히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개선을 약속받기도 한다”고 중앙일보의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일보가 이른바 조중동에 적대적인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권력과의 스트레스를 ‘감정적’으로 풀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아울러 비판을 해도 ‘애정’을 가지고 비판해 줄 것을 요청했다.조중동을 한 묶음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부담된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는 시각과 달리 내부에서도 나름대로 문제 제기가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들의 움직임을 이벤트성이나 흥미거리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이건 기자들 입장에서 당혹스럽다. 비록 우리들의 노력이 독자나 일반인들 보기에 미흡하고 부족하다고 해서 노조와 공보위가 너무 힘이 없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만 하지 말고 우리가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상봉 pneuma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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