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 호남 방문, 대선 행보 스타트?
문재인 전 대표 호남 방문, 대선 행보 스타트?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6-04-19 10:36
  • 승인 2016.04.19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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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호남 방문은 평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찾은 것일 뿐"
-더민주 내부갈등 심화 될듯, 정청래 “셀프공천, 북한식 용어”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총선 승리 이후 지도부 구성에서 친노 진영을 배제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이후 처음으로 호남을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문전대표의 호남행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8일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비공개 일정으로 찾았다. 문 전 대표는 하의도에 도착한 뒤 지역 주민·당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호남이 우리 당에 회초리를 주셨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방문할 계획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호남 민심을 겸허하게 기다리겠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상 행보"라며 "문 전 대표가 평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격의 없이 수시로 호남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호남이 지지를 저버릴 경우 정계에서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친 바 있다. 이에 문 전 대표가 호남의 상징적 인물인 김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을 시작으로 정계은퇴 논란을 정면 돌파하면서 대선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광주선언과 같은 메시지는 없을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문 전 대표의 행보로 인해 '김종인 합의 추대론' 관련 주류와 비주류 간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의 승리를 가져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김종인 대표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 내년 대선 정국에서 보다 유리할 것이란 논리로 김종인 대표를 당 대표직에 합의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김종인 대표는 총선 승리 이후 지도부 구성에서 친노 진영을 사실상 배제했다.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합의 추대론’에 있어서도 수용할 여지를 남겼다. 김 대표 자신이 무너져가는 더민주를 원내 1당으로 끌어올린 만큼 당 대표로 나서 당을 이끌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친노 진영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 주류인 정청래 의원은 트위터에 “셀프 공천에 이어 셀프 대표는 처음 들어보는 북한식 용어”라며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부르고 더 큰 욕심은 화를 부른다"며 "합의추대? 그것은 100%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선거 기간에는 김 대표를 겨냥해 "계산은 선거가 끝난 뒤에 해도 된다"라는 말로 김 대표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결국 전당대회 직전까지 김종인 대표 측과 각 계파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당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 관계자는 "총선 이후 당권 대결 과정에서 또 다른 구태가 보이면 국민들이 더민주에 어렵게 몰아준 지지를 배신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문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주류 진영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조직적인 반발 기류는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와 김 대표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총선 승리를 이뤄낸 만큼 당분간은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더민주 내부는 풍전등화와도 같다.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하면 당권 경쟁 과정에서 누적된 갈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jh0704@ilyoseoul.co.kr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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