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능력중심 사회⑦ : 기능 올림픽의 성가
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능력중심 사회⑦ : 기능 올림픽의 성가
  • 송하식 NCS 기업활용 컨설팅 전문가
  • 입력 2016-04-18 10:23
  • 승인 2016.04.18 10:23
  • 호수 1146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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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기능·기술인 우대 … 능력 중심 사회 요체

▲ 뉴시스

역대 최강의 기능한국이면서도 제조업 강국은 못돼

끈기의 외길로 전문성 높여 왕성한 활동 지속 가능

중학교 졸업반인 하태규는 일반고로 갈지, 특성화고로 진학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 태규는 대학졸업 후 극심한 취업난으로 3년째 취업준비생인 삼촌을 보거나 기업에서 20년 근무 후 명예퇴직을 해 현재는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아빠를 볼 때 자신의 장래가 내심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규 아빠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일반고 진학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태규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태규는 진로 문제로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대한민국 명장인 배용규 아저씨를 만난다. 그는 조선소에서 용접공 40년 외길로 대한민국 명장이 된 분이다. 태규는 그의 초대로 사무실을 찾게 되는데, 근사한 사무실과 벽에 큼지막하게 내걸린 대한민국 용접 명장 명패를 보고서 궁금증이 커졌다. “대한민국 용접 명장이 뭐예요?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 장비와 같은 명장인가요아저씨는 크게 웃으면서 그들도 명장이지만, 대한민국 명장이란 산업 현장에서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중학교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기술 하나만 가지면 무슨 일을 해도 굶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용접기술을 배우게 됐다친구들이 고등학교와 대학 다닐 때 밤을 새워 용접기술을 배워 마침내 전국기능경기 대회에 금메달을 땄고 손에 익힌 기술 덕분에 남부럽지 않은 대접을 받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태규는 조선소 견학 후 어떤 결심을 하게 됐을까?
 
대졸 취업난에 진로 고민 커져
 
요즘 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대기업과 같은 좋은 직장에 취업할 것으로 기대하고 너도 나도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르다. 진작 대학은 대학입시 지옥과 사교육비 과다지출에 대해 보상하지 않았다.
 
올해 경북 상주시는 환경미화원 6명을 뽑는데 109명이 응시해 18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중 대졸 이상 학력이 69명으로 지원자 10명 중 6명에 달해 최근의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했다. 양질의 일자리도 아닌데, 환경미화원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환경미화원 채용은 모두 대동소이하다.
 
이처럼 대졸 취업문이 낙타 바늘구멍 뚫기만큼 좁아져 청년 백수가 크게 늘고 있다. 2월 청년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인 12.5%를 기록했다. 청년실업자가 누증하는 이유는 그동안 대학 정원이 인문사회 계열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탓이 크다. 공무원과 공기업에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산업수요가 꾸준하게 유지되는 기능·기술 인력은 오히려 부족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이처럼 수급이 일치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여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사농공상에 뿌리를 둔 우리 사회의 고질적 직업관이 근본 문제다.
 
한국인은 손재주가 타고난 민족이다. 세계 1위의 반도체와 조선 산업은 나노기술과 한 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밀 용접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다. 우리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여서 두뇌가 우수하고 솜씨가 뛰어나다. 실제로 세계 1위의 기술 국가는 아니지만 개인의 기능(기술)을 겨루는 국제 경기에서는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능올림픽 5연패 통산 19회 우승
 
우리나라는 지난해 제43회 브라질 상파울로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대회 5연패와 함께 통산 19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967년 제16회 대회부터 참가한 이후 8번째 만인 제23회 대회에서 첫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 이후 1993(32), 2005(38) 단 두 차례의 준우승을 빼고는 매번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제 기능올림픽에 28회 참가해 무려 19번이나 세계 최강의 기능올림픽 국가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제조업 발전에 연결 못해
 
하지만 우리나라가 기능강국이면서도 독일 일본 등과 겨뤄 제조업 강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보여준 개인의 솜씨와 역량을 제조업의 강점으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 독일의 원조를 받아 직업교육 기반을 다진 한국은 국제 기능올림픽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능강국이 됐다. 독일은 비록 국제 기능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에 밀려났지만 자동차 정밀기계 등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선진국으로 건재하다. 독일의 제조업 발전은 명불허전이다. 독일이 으뜸으로 치는 장인정신과 직업교육이 그것이다. 독일은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도제교육으로 우수한 기능·기술 인력을 제도적으로 양성하고 있으며 학력보다는 능력을 더 우대하는 사회다. 독일의 경우 고졸자 10명 중 2~3명만이 대학에 진학할 뿐이다. 다시 말해 독일 청소년의 70~80%가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일찌감치 전문 직업인의 길을 선택, 기능과 기술을 연마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9년 기능장려법을 제정, 국내·외 기능경기대회 개최와 기능 존중 풍토 조성을 위한 각종 사업시행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기능장려 업무 수행기관으로서 숙련기술전수자 및 전수 대상자 선정 숙련기술 장려 모범사업체 선정 우수 숙련기술자 및 대한민국 명장 선정 등으로 숙련기술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기능장려법은 있지만
 
특히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동탑산업훈장과 상금 6720만 원, 은메달은 철탑산업훈장과 5600만 원, 동메달은 석탑산업훈장과 3920만 원을 각각 수여하고 병역 특례(산업기능요원 편입)를 부여하고 있다. 국제 기능올림픽 대표단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나 격려 받고 카퍼레이드를 하며 금의환향했다.
 
국내 산업현장에서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우수 기능 인력은 6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숙련 기능인으로서 대접을 받고 있으나 더 많은 이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단순 기능공으로 하대를 받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기능장려법의 사각지대를 점차 좁혀가야 한다.
 
기술 있으면 은퇴는 없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 20068월부터 매달 이달의 기능한국인을 뽑고 있는데, 지금까지 모두 100여 명을 선정했다. 이들 가운데 7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 해 1억 이상 버는 사람이 10명 중 6명에 달했다. 77%가 자영업을 하고, 나머지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사회 초년병 때 학력은 10명 중 9명 이상이 고졸 이하였다.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거나 아예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도 4명 중 1(25.7%) 꼴이다. 전문대 이상 문턱을 넘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이들에게 학벌은 핸디캡이 아니었다.
 
이들은 은퇴 뒤에도 왕성한 활동을 계획 중이거나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은퇴 뒤 사회봉사 활동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93%에 달한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사회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사람도 17.1%였다. 이처럼 학벌보다 기술을 배우면 노후가 더 확실히 보장된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일할 수도 있다. 능력 중심 사회는 이런 것이 아닐까.
 
<송하식 NCS 기업활용 컨설팅 전문가>

송하식 NCS 기업활용 컨설팅 전문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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