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은닉재산 뒷거래로 빼돌린 채권단 대표들 중형(重刑)
조씨 中 도피 중 조력자 수시 접촉…돈세탁 지인 구속
[일요서울 | 송승환기자]‘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숨겨둔 재산을 빼돌려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린 채권단 대표들에게 징역 6년의 중형(重刑)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전국 조희팔 피해자 채권단’ 공동대표 곽모(48)씨와 김모(57)씨에게 각각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의 은닉재산을 관리하고 거액의 뇌물을 뿌려 검찰 수사를 막으려 한 고철사업자 현모(54)씨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곽씨 등 공동대표 2명은 조씨 측근들에게서 재산을 회수해 배분한다며 채권단을 조직한 뒤 채권단자금 60여억 원을 횡령하고 현씨 등이 은닉재산 일부를 계속 운용하도록 해 채권단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현씨는 해외에서 고철사업을 하는 것처럼 꾸며 조씨에게 받은 760여억 원을 차명계좌에 숨겨놓고 입출금을 반복해 돈세탁을 해준 혐의(강제집행면탈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조씨의 돈 90여억 원을 빼돌리는가 하면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고 수사관에게 15억여 원의 뇌물을 준 혐의도 받았다.
곽씨 등은 채권단 공동대표 지위를 이용해 현씨와 뒷거래를 했다. 현씨가 관리하던 은닉재산을 주식투자 등에 자유롭게 쓰도록 해주고 각각 5억4천500만 원과 1억 원의 뒷돈을 받았다.
1심에서 곽씨는 징역 8년, 김씨는 징역 9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은 각각 징역 6년으로 감형했다. 현씨도 형량이 징역 12년에서 징역 4년으로 줄었다. 세 사람이 공모해 690억 원을 분산 입금하는 수법으로 강제집행을 피한 혐의와 일부 횡령·배임 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탓이다.
대법원은 이들 외에 조씨의 유사수신업체 기획실장 김모(42)씨 등 조력자 6명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5년을 확정했다.
조씨는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년부터 5년 동안 4만∼5만 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4조 원가량을 가로챈 뒤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해 도주했다.
검찰은 지난달까지 조씨가 숨긴 재산 847억여 원을 찾아내 환수하거나 추징보전 절차를 진행했다.
대구지검, 돈 세탁·은닉
혐의, 내연녀 오빠
정모씨 구속
한편 조희팔이 중국 도피 생활 중에도 국내 가족, 지인 등 도움을 받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김주필)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정모(5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조희팔 내연녀 오빠로 알려진 정씨는 2009년 1월 말께 조희팔 측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로 20억 원을 받아 금융기관과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돈세탁한 뒤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의 비자금을 보관하고 있다”며 지인에게 현금화를 부탁했다. 20억 원 가운데 8억여 원은 다시 조희팔 측에 도피자금 등으로 전달됐다.
검찰은 나머지 12억 원의 사용처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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