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도전, 黨權이냐 大權이냐
이정현의 도전, 黨權이냐 大權이냐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6-04-18 10:06
  • 승인 2016.04.18 10:06
  • 호수 114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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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텃밭서 재선 성공한 화제의 당선인

새누리 구원투수로 거론·임기 후반부 입각 가능성도

호남민심 얻고유력주자로 떠올라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전남 순천(順天)의 새누리당 이정현(58) 후보가 여당 후보로는 최초로 호남 지역구 재선(再選)에 성공했다. 이날 투표에서 이 후보는 45% 이상의 득표율로 순천시장 출신 더불어민주당 노관규(55)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새누리당 이 후보에게 재선의 영광을 안겨준 순천시민은 그동안 의정활동 과정에서 보여준 이 의원의 진정성에 재차 믿음을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운동 기간에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던 이 후보의 진정성을 순천시민이 인정한 셈이다. 이 의원은 주말마다 지역 마을회관에 찾아 어르신들과 막걸리 파티를 하고 함께 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선거운동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가 상당한 차이로 앞설 때만 해도 순천시민이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인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숨어 있던 표심(票心)이 결국 여권 실세인 이 후보에게 한 번 더기회를 주는 쪽으로 판단한 결과를 낳았다. 순천 시내 곳곳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후보의 재선 성공에 지역주의를 허물고 순천 발전을 위해 다시 한 번 노력해달라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던 의과대학 유치와 예산폭탄문제를 잘 마무리하라는 격려의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순천에 의대를 유치하는 것은 계속 진행 중이라며 당선되면 의대·부속병원 유치를 100%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310일 정부가 발표한 국립보건의료대학과 병원을 유치하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더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비롯해 상대 후보들은 보궐선거 당시 약속했던 의대 유치가 실패했다고 이 후보를 공격했다.
 
예산 폭탄부분에 대해서도 시민단체가 특별히 여당 프리미엄이라 할 만한 예산폭탄은 없었다불발탄이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 순천시민은 이 후보에게 재신임을 보냈다. 이 후보는 지난 18개월 동안 약 2조원의 예산을 확보했다며 많은 예산을 끌어왔음을 자랑했다. 특히 그가 주말이면 거르지 않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맺어온 끈끈한 접촉이 그의 진정성을 믿는 계기가 됐다는 것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 의원이 여당에서 유일하게 호남 지역구 재선 의원에 오름에 따라 지역민들은 앞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그의 역할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그의 공약인 의과대학 유치를 비롯해 순천만정원 관련 산업 유치, 광양만권 대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순천과 광양만권의 해묵은 경제 현안을 해결해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은행원인 김현홍(52)씨는 순천에서 호남 최초의 새누리당 의원으로서 공약을 지키기에 18개월은 너무 짧은 것 같다한 번 더 기회를 줘서 여당 실세로서 예산 확보와 지역발전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시민이 기회를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순천시민은 청와대 홍보수석 자리를 내던지고 내려왔던 20147월 보궐선거에서 이 후보를 선택하는 선거혁명을 이룬 데 이어 이번에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는 그의 진정성을 받아들인 만큼 이 후보가 각종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호남 지역구 유일한 재선 의원이 된 이 당선인은 전국적인 인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대통령의 최측근 중 호남 인사로서 더욱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서는 임기 후반기에 장관 등으로 입각해 이번 정부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기전대친박·비박 대혈전 예고
 
한편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지난 14일 전격 사퇴해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한 상태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임기 만료인 7월에 앞서 56월에 전대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전대는 2017년 대선을 관리할 지도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헤게모니(주도권) 장악을 위한 계파 간 혈전이 예상된다.
 
이정현 의원은 지난 13새누리당 당 대표에 도전해 대한민국과 새누리당을 바꿔보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호남 민심을 얻고 전국적 인지도를 올린 이 의원의 당내 입지와 향후 행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공천에서 자기 사람을 많이 심어 놓은 친박(親朴)계는 전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박 대통령을 보호하려 할 것이라면서 이정현 의원 등 유력한 주자를 내세우는 데 힘을 합치며 계속 세력을 유지하려 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 과정에서 당권과 대권을 갖고 있던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거론하며 당권(黨權)과 대권(大權)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지난 총선과 대선을 돌이켜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일부에서 제기한 당권·대권 분리론을 겨냥했다. 그는 사실상의 대선 후보가 당 대표가 돼 (선거를) 진두지휘하면 지지자의 결집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지역 유세가 효과를 발휘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선을 바라보는 사람은 당의 변화를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당권 이후를 꿈꾸는 이정현 의원과 같은 정치인이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과감히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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