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자격 심사 강화…대출율 10%대까지 하락
거리 내몰리는 저신용자, 불법사금융 기승 우려
앞서 3월 통과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개정안은 대부·여신금융회사의 법정 최고금리를 종전 연 34.9%에서 연 27.9%로 낮추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대부업 최고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최대 약 330만 명, 7000억 원 규모의 이자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당초 정부는 최고금리를 연 29.9%로 추진했으나, 서민의 이자부담 경감 확대를 위해 인하폭을 확대한 것이었다.
대부업법 개정안의 목적은 법정 최고 이자율을 현행 연 34.9%에서 연 27.9%로 낮춰 서민층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고, 이와 같은 이자율 상한 규정을 2018년 12월 말까지 효력을 지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고 금리 조정으로 손실을 보고 있는 대부업체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대부업체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대손율을 낮추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최고금리 인하가 골자인 대부업법 개정안 통과 이후 27개 대부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 중 55.5%가 신규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심각한 신용경색
대부금융협회가 러시앤캐시·웰컴크레디트·바로크레디트·산와머니·리드코프 등 국내 76개 대부업체의 대출 상황을 조사한 결과 2월 대출 승인율은 17.5%에 불과했다. 대부업의 국회 통과는 3월이었지만, 대부업체들이 미리 대출 심사를 강화한 탓이다.
이는 대부협회가 승인율을 조사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고금리가 66%에 이르던 2002년 대부업계의 대출 승인율은 45% 수준을 유지했다. 승인율은 2014년 12월 22.6%로 하락한 뒤 2015년 6월 20.4%까지 낮아졌고 올해 1월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한 바 있다.
대부업체들은 최고 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신규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는 결론이다. 여기서 문제는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이 거절된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의 늪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최고금리가 27.9%로 인하되면서 저신용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나은 고객들 사이에서 고금리 중도상환 및 대출 대환을 위해 대부업체 갈아타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존의 34.9%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이용자들이 금리가 낮아진 이후 다른 업체에서 27.9%로 돈을 빌려 고금리 대출을 중도 상환하는 식이다.
다만 중개수수료를 노려 고객의 상황이나 여건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대환대출을 유도하는 중개대부업체들도 기승이다. 대부업체들도 급작스러운 조기상환 고객 확대에 유동성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안 보이는 해결방안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금리상한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 구축 규모의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신용등급별 손익분기점은 ▲ 6등급 27% ▲ 7등급 30.3% ▲ 8등급 35.5% ▲ 9등급 39.1% ▲ 10등급 51.9% 수준이다.
보고서는 금리가 낮아진 만큼 7등급 이하의 고객은 대부업 이용이 어렵게 되며 이 숫자는 최고 74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74만 명의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대부금융협회는 “대부업 최고금리의 과도한 인하는 서민들의 생계형 긴급자금 대출을 어렵게 만들고, 영세 대부업자의 폐업과 음성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매우 큰 중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대부업 시장도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29.9% 금리로도 영업이 어려운데, 추가로 27.9%로 인하하는 것은 대부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국회의 과도한 금리인하 움직임에 대하여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또 이들은 “최고금리가 27.9%로 인하됐을 때 주요 대부업체(상위 40개)의 연매출(이자수익)은 약 7000억 원 가량 감소하고, 약 4000억 원 가량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특히 부도율이 매우 높은 8등급 미만의 서민들에 대한 대출이 거의 불가능해 질 것으로 보여 취약 계층에서의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불법사금융 이용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대부업체들이 부실 위험이 큰 신용대출은 대폭 축소하고 비교적 안전한 담보대출이나 보증대출로 전환해 저신용자 신용대출 규모가 지금 보다(약 10조 원) 약 50%가량 축소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계산이다.
한편 대부업체들은 ‘금리상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금융당국은 ‘대부업체들의 자정작업이 우선이다’는 입장으로 엇갈린 모양새다.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으면서, 대부업체들이 폭리를 취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