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본지는 [1143호 - 디지텍시스템스 대출사기 파장] 제하 기사를 통해 금융대출 로비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전 코스닥 상장사 디지텍시스템스가 1000억 원 가량을 사기로 대출 받은 과정에서 KDB산업·수출입·국민은행, 농협·무역보험공사 직원이 연루됐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산업은행 측 관계자는 당시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모 팀장의 개인적 비리로 본다”며 “대출 절차상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다른 은행들 역시 “자체 조사 결과 대출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의 수사 결과는 해당 기업들의 해명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피해는 결국 투자자 몫…돈 받은 직원만 있고, 회사는 없다?
금융감독원 감리 무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전직 금감원 부국장 강모 씨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디지텍시스템스는 금품로비를 통해 ▲수출입은행 400억 원 ▲산업은행 250억 원 ▲국민은행 280억 원 ▲BS저축은행 130억 원 ▲농협 5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무역보험공사로부터는 50억 원 상당의 지급 보증서를 발급받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불법 대출을 알선한 금융브로커 최 모씨 등 5명을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기소, 2명을 기소 중지했다.
최 씨 등은 2012년 디지텍시스템스에 780억 원대의 국책은행 대출을 알선하고, 이 회사 재무담당 이사 남모씨로부터 10억여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휴대전화용 터치스크린패널을 생산하던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기업사냥꾼에 인수되면서 재무악화로 위기를 맞았다.
사채를 동원해 기업을 인수한 최 씨가 회사 돈을 빼돌려 차입금을 메웠기 때문이다. 최 씨는 남 씨와 공모해 500억 원을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이 어려워진 디지텍시스템스의 편의를 봐 준 산업은행 팀장 이 씨는 2000만 원, 국민은행 전 지점장 이 씨는 3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2014년 2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디지텍시스템스는 결국 지난해 1월 상장 폐지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해당 은행 및 공공기관들은 자신들의 피해 상황과 관련된 의혹은 쉬쉬 하고 있다.
이번 파문에 연루된 국책은행 및 시중은행들은 재정 부담이 늘고 고객의 불이익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사건을 고의로 은폐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불러일으킨다.
실제 산업은행 218억 원, 수출입은행 220억 원, 국민은행 269억 원, 농협 57억 원, BS저축은행 41억 원, 무역보험공사 50억 원 등이 미상환된 상태로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을 안김은 물론 회수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진다.
검찰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은행 내부자의 금품수수 등 비위사실이 확인됐다”며 “대출의 적정성 및 대출 관계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금융기관 내부의 엄격한 사전 통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은행 및 공공기관의 입장은 여전히 ‘모르쇠’다.
본지와 다시 진행된 전화인터뷰에서도 모 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개인비리이며 자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다른 은행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을 재차 확인시켜준 셈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금융·대출 알선 범행은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동맥인 금융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서 향후에도 각종 금융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의 대출 및 보증 적정성, 비위 유무 등에 대해 금융 감독기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계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