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주파수 경매 방식을 결정하면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간에 펼쳐질 경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동시오름입찰과 밀봉입찰을 혼합한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 간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경매액도 최고 3조 원을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쩐(전·錢)의 전쟁’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각 통신사별로 노리고 있는 주파수 대역이 어디인지, 어떤 방법으로 경매가 진행될지 살펴봤다.

가이드라인 나와…최장 8일 진행 예상돼
우리나라가 국가 소유 자산인 주파수를 경매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이전까지는 정부가 정책방향을 제시한 후 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심사한 후 적정가격을 책정해 주파수를 빌려주는 ‘심사 할당’ 방식으로 운영됐다.
3번째 경매인 올해 주파수 경매는 4월 말 진행될 예정이다. 경매를 앞두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치열한 경쟁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주파수는 이동통신 데이터의 전달통로 역할을 하는 핵심자원인 만큼 통신 품질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주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경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고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주파수 경매에 매물로 나온 대역은 ▲700㎒ 대역 40㎒ 폭 ▲1.8㎓ 대역 20㎒ 폭 ▲2.1㎓ 대역 20㎒ 폭 ▲2.6㎓ 대역 40㎒ 폭 ▲20㎒ 폭 등 총 5개 블록 140㎒ 폭이다. 매물 주파수를 합치면 총 140㎒z 대역으로 이렇게 많은 주파수 대역이 한꺼번에 경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통신 3사가 눈독 들이고 있는 구간은 2.1㎓ 구간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구간에서 SK텔레콤과 KT가 40G㎓ 대역을 확보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20㎓ 대역만 확보하고 있다. 이번 경매에서 이 구간에 할당된 주파수 대역은 20㎓인데 이를 확보하냐 그렇지 못 하냐에 따라 광대역 LTE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차이가 크다.
올인 전략 관측
경매방식은 1단계 ‘동시오름입찰’과 2단계 ‘밀봉입찰’을 혼합한 방식으로 결정됐다.
동시오름입찰은 참가자들이 상대의 가격보다 더 비싼 값을 경쟁적으로 부르는 경매 방식이다. 동시오름입찰로 낙찰이 안 될 경우 각자 비밀리에 가격을 적어 내는 밀봉입찰로 승부를 가린다.
1라운드에서 A, B, C가 동시에 가격을 적어 내고 A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다면 1라운드의 승자가 된다. 2라운드는 A를 제외한 B, C가 가격을 적어 내고 1라운드 A의 가격과 비교해 승자가 결정된다. 승자가 더 이상 바뀌지 않으면 낙찰자가 선정된다. 밀봉입찰로 전환되는 것은 50라운드까지 진행했을 때에도 결론이 나지 않을 때다.
이에 따라 각 라운드 입찰자는 전 라운드 승자의 입찰액보다 특정 비율 이상을 높여서 가격을 불러야 한다. 이 비율은 2013년 주파수 경매 때와 같은 0.75%로 결정됐다. 즉, 매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0.75% 이상 높은 가격을 써내야 하는 것이다.
다만, 밀봉입찰에서 기업별로 무제한 입찰을 할 수 있는 블록은 1개로 제한됐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이 1단계 입찰 때부터 자사에게 절실한 주파수 블록에 집중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른 주파수 블록을 노리는 척하며 입찰하다가 나중에 본심을 드러내며 진짜 필요한 블록에 베팅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경매 방식은 매물로 나온 주파수가 좁은 폭으로 여러개 쪼개지는 파편화 우려가 없다는 점과,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사의 부담을 키우기 위해 실제로는 필요하지 않은 주파수 경매에 뛰어들어 값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들이 동시오름방식의 입찰에서 입찰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제한 시간은 40분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동통신 3사 간 벌어질 치열한 눈치 싸움으로 최대 50라운드까지 진행될 경우 입찰 경쟁일수가 최장 8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피 본다?
최종 낙찰금액에 대한 예측도 쏟아져 나온다. 눈치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錢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금액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경매 계획에 따르면 주파수 대역별 최저가격은 700㎒ 대역이 7620억 원, 1.8㎓ 대역이 4513억 원, 2.1㎓ 대역이 3816억 원, 2.6㎓ 대역의 40㎒가 6553억 원, 20㎒가 3277억 원으로 각각 산정됐다.
이를 모두 합하면 2조5779억 원이다. 업계는 경매 최초 가격에 불과한 데다가 최소입찰증분 한도금액이 규정돼 있지 않아 최종 낙찰금액은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주파수 경매 대금 책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용은 주파수 확보 초기부터 곧바로 반영되지만, 투자대금 회수에는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즉 대규모 대금을 지불한 것에 비해 주파수로 인한 미출 증대 효과가 미미하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8일까지 신청서 접수를 마감하고, 적격심사 실시 후 구체적인 경매 일시와 장소를 공개할 예정이다.
경매장 보안도 강화된다. 미래창조과학부 매일 경매장에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점검하고, 사업자당 휴대전화 2대와 팩스 1대, 노트북 1대만 반입을 허용한다.
각 입찰실과 경매운영반에 녹화용 CCTV도 운영한다. 24시간 출입통제와 도청장치 유무도 매일 점검한다.
경매에 참석하는 인원은 이동통신 3사 당 각각 담당 임직원 3명이며 본사에는 상황실을 마련한다. 이들은 반입이 허용된 휴대전화와 팩스, 노트북을 이용해 상황실의 최고위 임원과 연락하며 각 라운드마다 써낼 가격을 결정한다. 식사도 경매장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본사 상황실을 제외한 외부와의 접촉은 일절 차단된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