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참패했다. 총선 패배에 따른 후폭풍도 거세다. 당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일 직후인 14일 대표직을 사퇴했다. 청와대와 친박계에서는 이번 총선의 책임을 김무성(K)-유승민(Y)-이한구(L) 3인방에 돌리고 있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바닥 민심이 박근혜 정권 심판이었다며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임기말 레임덕을 앞두고 있는 청와대와 미래권력을 차지하려는 권력투쟁이 총선 책임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적 명운을 건 비박과 청와대 간 전면전이 시작됐다.
- 靑, K-Y라인 제거 작전 이한구 ‘책임론’ 부상
- 비박계, “청와대 인적 쇄신해야” 수족 자르기

靑 분노, “대표직 사퇴? 의원직도 사퇴해야”
하지만 선제공격은 김 전 대표가 날렸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총선에서 보여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선거 참패의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부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의 사퇴는 총선전부터 예고됐던 바다. 관건은 시기였다.
김 전 대표는 공천과정을 거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공언했지만 실상은 우선·단수 추천이 횡행했다. 총선 결과 당내 3선 이상 국회의원이 41명이나 나오게 됐다. 공천 막판 ‘옥새 파동’으로 대표로서 ‘면’을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외적으론 불공정한 당내 공천을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김 전 대표는 ‘배신의 정치’라며 박 대통령이 지목한 유승민 의원 지역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묶었다. 유 의원의 당선을 사실상 ‘따논당상’으로 만들었다. 청와대가 김 전 대표에게 분노하는 근간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당 대표직 사퇴가 아니라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해야 되지 않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 못지않게 청와대와 친박계에서 분노하는 인사가 바로 유 의원이다. 이번 총선은 사실상 ‘기승전-유승민’으로 보고 있다. ‘유승민으로 시작해 유승민으로 끝났다’는 의미다. 실제로 여당 내 공천 작업 전반전과 중반전을 지나 총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3월 23일 후반전까지 여론과 언론의 관심은 온통 유 의원의 공천 또는 배제 여부였다. 공천살생부가 존재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여의도에서는 유 의원의 거취를 두고 내기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유 의원은 청와대나 친박에서 바라는 ‘석고대죄 후 백의종군’이라는 카드 대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당내 공천은 꼬여갔고 결과는 참담했다. 당장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야당사 31년 만에 최다 득표로 당선됐고 무소속 홍의락, 주호영, 유승민까지 여권 심장부가 무너졌다. 대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바랐던 청와대로선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을 배신의 정치인으로 지목하며 가만두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결정 장애’ 이한구 토사구팽 수순
아울러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한테도 불똥이 튀는 분위기다. 총선 참패의 주 원인으로 이 전 위원장이 유 의원을 진작에 ‘컷오프’ 했어야 하는데 ‘결정 장애’에 빠져 오히려 유 의원을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놨다는 불만이다.
이 전 공관위원장은 본격적인 공천심사가 이뤄진 3월 14일 ‘당 정체성 위배’를 내세우며 유 의원 낙천을 강력하게 시사한 이후 무려 열흘에 이르는 기간 동안 결정을 미루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이재오·진영·조해진 등 비박계와 친유승민계가 무더기로 낙천한 3월15일이 후 계파갈등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최고위와 공관위는 파행을 겪었고 이때부터 야권분열에 따른 ‘180석 장밋빛론’은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 지도부의 결정 장애는 총선 후보 등록을 앞둔 3월23일까지 지속됐다. 사실상 공천작업의 데드라인인 이날마저 갑론을박만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지루한 힘겨루기 속에서 늦은 오후 공관위 회의가 열리고 결정하기 직전 최대한 ‘동정표’를 얻은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이 유승민을 살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 발 김무성-유승민-이한구 3인방에 대한 ‘손보기가 멀지 않았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돌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강경 분위기만큼 비주류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외형상 정치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청와대를 향한 게릴라전은 계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형상 친박 원유철 비대위원장은 무소속 유승민, 주호영, 윤상현 등 당선자들을 복당 허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사실상 여소야대 정국에서 탈당한 인사들을 복당시켜서라도 원내 1당을 유지해야겠다는 의미다.
또한 입법기관의 수장인 국회의장 자리가 야권으로 넘어가선 안된다는 절박함도 묻어난다. 통상 국회의장 선출은 국회법 15조는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고만 돼 있다. 다만 원내 제1당이 내부적으로 결정한 의장 후보자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추인하는 것이 그간 관행이었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선 야당에서 후보를 낼 경우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게 현 새누리당의 현실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11명 중 여권 성향의 7명이 다 복당한다고 해도 129석에 불과하다. 결국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일갈했던 유 의원의 복당은 아이러니하게도 친박계에서 요청하게 됐다.
무엇보다 유 의원은 복당과 함께 6월 조기전당대회에 당 대표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친박 최경환 의원과 일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K-Y라인과 청와대·친박 간 공식적인 전면전은 6월 전당대회가 될 전망이다. 또한 비박계에서는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청와대와 친박 핵심들이 공천을 주도했다는 인식하에 청와대 인적쇄신도 요구할 전망이다. 먼저 신동철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총선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靑-비박 간 “진짜 전쟁이 시작됐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비박계 ‘공천 학살’을 주도한 이한구 전 위원장과 ‘회동설’이 불거졌던 현기환 정무수석의 사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유권자 민심 저변에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짙게 깔려 있었다는 점에서 이병기 비서실장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는 게 비박계의 시각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운영 계획은 여소야대 정국과 함께 수정될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비박계의 득세에 따른 당청 간 수직적 관계도 수평적으로 바뀔 공산도 높게 됐다. 청와대와 비박 간 ‘진짜 전쟁’이 시작됐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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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안철수당 “장관 줄게 의석 다오~” 연정 러브콜?
- 38석 안철수, 야당보다 여당에서 진한 ‘러브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1년10개월 남았다. 그러나 의회 권력은 여소야대로 바뀌었다. 122석에 무소속 당선자를 다 복당시켜도 과반의석이 안 된다. 과거에는 야당을 협박하거나 회유해 빼오기도 했지만 작금의 정치현실에선 쉽지 않다. 집권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 노동개혁 등 4대 구조개혁은 물론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국회 선진화법 등 핵심 법안 통과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대여의도 정치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단 눈길 가는 곳이 안철수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38석을 받으면서 3당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법안통과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집권여당에서 국민의당을 주목하는 배경은 총선에서 나타난 표심 때문이다. 당초 1여다야 구도에서 유리한 선거국면을 예상했지만 여지없이 빗나갔다. 오히려 국민의당 후보가 야당 후보의 표를 잠식한 게 아니라 여당표를 잠식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결국 집권여당에 실망한 여권성향의 유권자가 국민의당 후보로 쏠리면서 실제적으로 2여1야 구도가 형성돼 박빙의 수도권 선거구에서 참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는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국민의당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움직이기 위해선 ‘당근’을 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총선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청와대 인적쇄신과 더불어 개각을 통한 연정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단 사의를 표명한 정무라인과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개각이 단행될 경우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원년 멤버가 대상이 될 공산이 높다. 이 중에서 국민의당 몫으로 장관직을 건네 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에게 연정을 제안했을 때 박 대통령은 ‘나쁜 대통령’이라고 일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역색도 문제다. 과거 김종필 자민련의 경우 충청도가 지역기반이었지만 국민의당은 호남이 기반이라는 점에서 당 정체성과 차이가 크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또한 임기말 레임덕 차단이 청와대의 지상 최대 국정목표인 이상 연정카드는 친박계에서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