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3당 춘추전국시대 개막
4.13 총선, 3당 춘추전국시대 개막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6-04-15 21:21
  • 승인 2016.04.15 21:21
  • 호수 1146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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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민심혁명’ 安‘녹색혁명’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회 탄생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더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각 정당의 20대 국회의원 선거 성적표다. 원내 제1당은 새누리당을 제치고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이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해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승리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입지를 탄탄히 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새누리·더민주 과반 확보 실패. 국민의당 ‘캐스팅보트’ 역할 기대
-安… 차기 대권주자 기틀 마련 文…거취에 이목 집중


새누리당은 당초 목표했던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145석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수도권 참패와 강남권, PK지역 사수 실패가 뼈아프게 됐다. 극심한 경기 침체와 여당의 계파 갈등으로 전통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당 지도부는 20대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잇따라 사퇴 의사를 표명, 지도부 공백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수순에 들어갔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선거 참패의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공천 과정에서 오만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고, 당력 결집을 못하고 국민을 실망시켰다"며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해단식에 참석한 김태호 최고위원과 황진하 사무총장도 “의원직을 내려놓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인제·김을동 최고위원 또한 전날 총선에서 낙선한 가운데 서청원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4명이 사퇴하거나 낙선했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됐다.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에도 당장 빨간불이 켜졌다.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저지선은 물론 목표로 한 102~107석도 넘기고 총 의석수 123석 원내 제1당에 위치하게 됐다. 수도권에서의 압승,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에서의 선전이 크게 작용했다. 더민주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 무소속으로 나선 홍의락 의원이 다시 입당할 경우 영남 의석은 10석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 민심 회복은 풀어야 할 과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진행된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는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 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며 “이것이 총알보다 강한 투표의 힘"이라 평했다. 김 대표는 호남에서의 참패에 대해서는 “인과응보"라고 답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잘못에 회초리를 들어주신 호남의 민심을 잘 받아 안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표는 “이제 민심을 받들어 정권교체의 길로 매진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을 수권 정당으로 만들고 최적의 대선 후보를 만들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부를 준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원내 제1당에 오른 더불어민주당의 권력구도 재편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단연 문재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명실상부 이번 총선의  일등공신이다. 그의 영향력은 충분히 증명됐다. 여야를 합쳐 대권 지지율이 여전히 1위인 데다 총선 패배에 따라 사퇴를 발표한 김무성 대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새누리당 유력 주자들의 입지가 대폭 축소된 것과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호남 완패에 면죄부를 얻게 된 것은 아니다. 그가 선거 직전 두 차례나 호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음에도 완패한 것이기에 더욱 뼈아프다. 이 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문 전대표가 과거 호남 지지와 자신의 대선 불출마, 정계 은퇴를 연계시킨 데 대해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며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향후 문 전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편 이번 총선 최대 수혜자는 국민의당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승부수가 대 성공을 거두었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석권하고 비례대표에서도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녹색혁명'을 이뤘다. 예상했던 의석수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의석수도 훌쩍 넘겨 ‘캐스팅보트’라는 정국 운영의 핵심 위상도 확보했다. 새누리당(122석)과 더불어민주당(123석) 모두 국회 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국민의당이 어느 당과 뜻을 같이 하냐에 따라 정국의 향배가 갈리게 된다. 몸통을 흔드는 꼬리가 된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이후 딱 4개월 만에 이 같은 이변을 일으키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제3당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탄탄한 입지 또한 구축했다. 독이 될 것만 같았던 야권연대 불가론도 약으로 돌아왔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전 상임 공동위원장 등 정치 ‘거물’들과 맞서 연대 불가론을 관철시킨 것이다.

실제 안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는 물론 특히 공을 들였던 관악갑 지역에서도 자당 김성식 후보를 당선시켰다. 관악구는 호남 발 녹색바람의 수도권 안착 여부를 확인해줄 바로미터로  평가받은 지역이다. 이로써 안 대표는 혈혈단신이었던 지난 대선 때와 달리 검증된 재선 의원이자 제3당 당수로서 내년 대선에 재도전할 기반까지 마련했다.

안 대표는 14일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저희가 아직 부족하지만 더 분발하겠다.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는 진정한 대변자로 일신(日新) 또 일신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4·13 공약평가이행추진특별위원회와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이 같은 당찬 행보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비록 수도권 두 곳에서 승리했으나 당세가 아직은 미미하다. 또한 당 정체성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지지층을 상당수 흡수했다. 다양한 지지층을 유지할 발판을 마련해 보수·진보 양극만 존재했던 한국 정치에 좌우를 아우르는 합리적 중도 세력의 등장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창당 과정에 기여한 이들은 더민주 출신 호남 현역들이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로 나섰던 정동영 당선인, 야권 ‘거물‘로 불리는 천정배·박지원 당선인 등이 현역으로 포진하고 있다. 지지층과 당내 구성원이 불일치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 다시 고개를 들 것이 확실시되는 야권통합론에 대한 안 대표의 입장 정리도 남아 있다. 이번 총선 때는 독자노선이 성공했지만 대선 국면에서는 안 대표가 이번과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jh0704@ilyoseoul.co.kr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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