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수입차시장‧비자금조성 등 사건 수두룩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제20대 총선을 기점으로 그동안 검찰이 연기해왔던 경제·기업인 수사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검찰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시기를 조율해왔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만큼 검찰이 기업인들을 수사하는 데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법조계와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당분간 혐의점이 있는 기업인들의 소환 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기업인 줄소환 설’이 나돌고 있다.
롯데·SK·신세계·삼성·GS 등 대상으로 거론
정치적 사안 피했던 검찰, 본격 수사 움직임 전망
검찰이 총선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근거는 다각도에서 포착된다. 우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검찰총장 직속의 부패범죄 특별수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는데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이 거론된다. 총선 이후 복수의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여소야대라는 형세가 만들어지면서 청와대가 국정원과 검찰, 국세청을 동원해서 사정몰이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군다나 법적인 선상에서만 보더라도 조사가 더 필요한 사건들이 널려 있다.
검찰의 소환 대상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는 이들은 일명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된 인사들이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던 검찰이 본격적으로 관계자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은 가습기 살균제 정부 공식 피해자 221명에 대한 전수 실태 조사를 마무리했고, 향후 관계자들에게 소환을 통보할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대기업인 롯데·SK·신세계·삼성·GS 임원 125명 등을 포함해 19개 기업 전·현직 임직원 256명을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소환에 대비해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전 OCI 부회장)와 노병용 전 롯데마트 사장(현 롯데물산 대표),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 등을 출국 금지 조치한 상태다.
어디까지 이어질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차치하더라도 수사가 확대될 조짐이 보이는 사건들은 다수다. 선거가 끝난 뒤 선거사범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검찰의 대범죄 수사작전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지난 6일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부정 의혹에 연루된 캠프 관계자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월 12일 열린 결선투표에서는 이성희·김병원 후보가 맞붙었고, 김병원 후보가 1차 투표 1위였던 이성희 후보를 제치고 제23대 농협 회장에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억대 금품을 받고 업체 사장이 50억 원대 수출환어음매입대금을 가로챌 수 있도록 도운 국민은행 직원이 검찰에 구속된 사건도 있다. KT&G 임직원들이 광고대행사와 뒷돈 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광고업계 전반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조세범죄수사팀(팀장 양인철 부장)은 중소기업청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TIPS·팁스)의 보조금을 받아준다며 스타트업 기업들의 지분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지난 4일 구속한 호씨의 구속기간을 연장, 보조금 비리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결국 이들 모두 수사 선상에 우선순위로 올라와 있는 사건들이고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쯤 되자 업종과 시장을 막론하고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정당국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