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스마트’하지 않은 문명의 이기”…“두뇌건강 위해 디지털 기기 사용량 50% 넘지 않아야”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SNS의 가장 이상적 플랫폼이자 디지털 시대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가입자수가 지난해 말 4,300만을 돌파했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 관점 등을 공공의 장 안에서 서로 공유하고 참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방된 온라인 툴과 미디어 플랫폼인 SNS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치매’ 증상을 유발하는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 즉 ‘디지털 의존증’이 심각한 폐해로 다가와 문제가 되고 있다.
직장인 최진일 씨(35)는 최근 어깨 결림에 눈이 충혈 되고 온몸이 나른해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진단명은 ‘VDT 증후군’. 이른바 ‘컴퓨터 단말기 증후군’으로 컴퓨터나 TV 등 전자기기를 오랫동안 이용했을 때 발생하는 증상이다. 물류 계통 영업부에 근무하는 최 씨의 경우 시간 날 때마다 축구나 마라톤 같은 운동을 즐기는 등 활동적인 데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진단 결과는 의외였다. 그렇다고 게임중독증상이 있다거나 TV를 오래 시청하지도 않는 그였다. 자신의 생활패턴을 곰곰이 생각해보던 박 씨는 ‘VDT 증후군’ 판정을 받은 원인이 ‘스마트폰’ 때문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대학 졸업반인 박정미 씨(22). 3년 전부터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용하기 시작한 그녀는 이상한 증상이 생겼다. 평상시는 물론,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도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것. 심지어 꿈속에서도 스마트폰을 늘 소지하고 있어야 안심하게 된다. 어떨 때는 스마트폰이 꼭 자신의 분신 같아 보이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 털털하기만 했던 성격과는 정반대로 스마트폰 사용 후 그녀는 매사에 초조하고 예민해졌다고 털어놓는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는 일종의 또 다른 신체와도 같이 취급되고 있다. 아침이면 스마트폰의 알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 하루 일정을 체크한다. 대중교통 검색은 말할 것도 없고 트위터 확인과 쇼핑, ‘카톡’ 등 타인과의 소통까지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사무실에서는 PC로 인터넷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스마트폰으로 실내에서 은행업무도 간단히 처리한다. 그야말로 디지털 기기는 생활의 편리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편리함과 더불어 현대인들의 ‘디지털 의존증’을 크게 심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의 출현은 디지털 환경을 훨씬 풍요롭게 만든 반면 우리의 기억력은 급격히 감퇴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디지털 의존증?
생각보다 심각하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의 스마트폰에 대한 조사결과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우리 삶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스마트폰은 이미 핸드폰의 기능을 넘어서 ‘손 안의 사무실’ 역할을 하고 있고 ‘디지털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새로운 부가가치 시장, 즉 블루오션을 창출해냈다.
이러한 디지털 혁명의 환경을 보면 앞으로 삶의 질 향상과 편리에 대한 전망은 장밋빛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적응력으로 인해 각종 다양한 부작용과 문제점이 양산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나친 애플리케이션의 이용으로 가족 간 대화단절과 위화감의 조성, 현실 도피현상의 만연, 청소년들의 사회성 결여 등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이 표출되고 있는 것.
특히 디지털 의존증이 부르는 스마트폰 중독현상은 ‘인터넷 게임중독’과 그 유형이 흡사하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게임중독을 ‘충동조절장애’라는 질병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중독 증상에 대한 치료와 예방 역시 인터넷 게임중독 증상의 예와 같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학습이나 독서 등을 할 때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저조한 학교 성적 또는 나쁜 교우관계로 우울증을 갖고 있는 청소년이거나 비행청소년일 경우 그 중독성은 일반 청소년들보다 훨씬 심각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만의 가상세계에 빠져 범죄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야기되는 부작용이 비단 이러한 정신적, 사회적 문제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인터넷의 사용이나 스마트폰 중독은 시력의 감퇴와 척추 손상 등 우리 신체건강과도 직결된다. 또 기억력이 감퇴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방향감각 상실이나 심할 경우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른바 ‘디지털 치매’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디지털 기기 의존증이 부르는, 가장 위협적인 증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자 가운데 60% 이상이 초기 증상을 나타낼 정도로 심각하다.
활발한 두뇌운동만이
‘디지털 치매’ 예방
디지털 치매의 주요 증상으로는 집과 회사 등 기억하기 쉬운 곳 이외의 전화번호나 주소 등 연락처가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전날 식사를 뭘 했는지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 등 아주 단순한 것들의 기억상실이다. 또, 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 낯설게 느껴진다거나 타인들로부터 “왜 자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느냐”는 지적을 받는 경우다.
치매의 초기증상과 유사한 디지털 치매를 방치하면 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일시적인 증상이지만 그만큼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는 자신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무조건 믿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가벼운 지식이 양산됐다”고 지적하며 “인터넷을 통한 맥락 없는 정보만 추구하게 되면서 우리의 사고방식은 지극히 경박해졌고 뇌구조까지 물리적으로 취약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현재의 세태를 꼬집었다.
디지털 기기가 인류의 생활을 보다 윤택케 하고 삶의 질을 높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급변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고 멈춘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낙오를 뜻한다. 이러한 대세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그 흐름에 부응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자 김종석 박사는 “디지털 치매를 방지하려면 가능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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