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능력중심 사회⑥ : 학벌 타파
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능력중심 사회⑥ : 학벌 타파
  • 송하식 NCS 전문가
  • 입력 2016-04-11 10:49
  • 승인 2016.04.11 10:49
  • 호수 1145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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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4.0시대 ‘학벌=능력’ 통하지 않아

희망의 사다리는 연줄이 아닌 본인의 노력 몫

직업 중심의 NCS 도입이 대학 서열화 무너뜨려

 
사람들은 능력 중심 사회만들기 공익광고를 무심결에 흘려보낸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KBS1KBS2를 비롯해 케이블 TV, 라디오, 지하철 공익광고 등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 능력 중심 사회 캠페인은 너만의 능력’ ‘대한민국 인재’ ‘취업도 하고 자격도 따고등의 키워드를 담고 있다. 이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내용이어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 못한다. 그래서 왜 비싼 비용을 내고 이런 광고를 하고 있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짧은 광고를 되돌려 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능력 중심 사회는 외견상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메시지를 곱씹어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연·지연·혈연의 연고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학벌 본위 사회 문제 심각
 
우리 사회의 학벌 본위 적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입시지옥으로 내몰린 청소년이 초래하는 각종 사회문제를 비롯해 사교육비 과다 지출, 대학 서열의 고착화, 학력 인플레 현상과 청년실업 심화, 사회진출(입직) 연령 지연과 만혼현상, 출산율 저하 등 그 부작용과 후유증은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정권 교체 때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교육 정상화와 입시제도 개편 등 새로운 교육개혁 정책을 들고 나오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금까지 학벌과 연줄이 개인의 성공과 출세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학벌 효과가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다 보니 교육 정도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믿는 게 당연했다. 소위 출세의 지표인 정부 고위직을 보면 소수의 명문학교 출신들이 장악했다.
 
사람을 평가하는 데 학벌이 기준점이었다. 기업이 사람을 채용하거나 부모가 자녀의 결혼을 결정할 때 더욱 그랬다. 오죽하면 성적이 오를 때마다 신랑의 얼굴이 바뀐다는 여고 급훈까지 등장(?) 했을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성적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현실은 비정상적이다.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학교교육은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저해한다. 국가 경제도 교육 기회의 불평등, 가계 부담 가중, 학력 인플레와 고학력 실업 등으로 왜곡된다. 자신의 소질과 흥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다 보니 졸업 후 직장을 구하기가 별 따기 만큼 어렵다. 혹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전문성과 직업만족도가 낮아 회사 부적응으로 중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폐단을 없애고자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능력 중심 사회를 들고 나왔다. 청년실업은 학교교육과 산업현장 간의 미스매치가 원인이므로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능력 향상 교육을 통해 취업 기회를 늘려야 한다. 정부는 대학 평가와 차등 지원을 통해 대학교육을 이론교육보다는 실무교육으로 바꾸고 대학별 취업률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공직사회, 출신학교 몰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인사·성과 기록 및 전자 인사관리 규칙'을 개정, 앞으로 인사 기록 카드에서 직무 관련성이 낮은 출신 고교와 대학 등에 대한 내용을 삭제키로 했다. 다만 대학 전공은 기재 된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 인사 기록 카드에서 출신 학교 내용이 모두 사라져 공직사회에 학연 줄 서기가 근절된다.
 
또 인사기록카드를 출력할 때 기존에는 인사기록카드에 있었던 키나 몸무게, 결혼 여부 등 개인 신변에 대한 내용은 인쇄되지 않는다. 다만, 출신 학교나 신체 관련 사항, 학력 정보가 아예 삭제되는 것은 아니고, 정부 내부 시스템에만 저장된다.
 
원장이 바뀌니 학벌 사라져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포항 동지상고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헌재 초대 원장을 시작으로 역대 모든 금감원 수장들이 서울대와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이력은 매우 이례적이다.
 
원장이 바뀌면서 후속 인사에서도 이런 학벌 타파'경향이 뚜렷해졌다. 서태종 수석부원장은 행정고시 출신이지만 광주 대동고와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금융기관과 시장을 각각 나눠 맡은 박세춘·이동엽 부원장도 지방대학 출신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처를 맡은 김수일 부원장은 동국대 출신. 이들 모두 각자의 능력을 인정받은 발탁인사로 꼽힌다. 지금까지 금감원 부원장급 이상 고위직에서 서울대와 고대, 연대 등 소위 ‘SKY'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건 이번이 처음. 진웅섭 원장은 취임 초기 양현근·김영기 부원장보 등 상고 출신을 발탁했다.
 
SKY 대 신입 직원 비중 크게 낮아져
 
SK텔레콤이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지원자의 이름과 성별 외에 출신 대학 등 다른 요소는 모두 가리고 진행했더니 서울대, 고대, 연대 출신 합격자가 줄어든 반면, 지방대 출신이 크게 늘어났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블라인드(blind) 방식으로 1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는데, SKY 출신 합격자는 30% 미만이고, 수도권과 지방대 출신이 50%에 육박했다. 합격자의 면면을 보면 서울 소재의 주요 대학, 수도권 대학, 지방대 등 이름을 알 만한 대학에서 1~2명씩 골고루 합격자가 나왔고 3명 이상인 대학은 거의 없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SK텔레콤은 50% 이상을 이들 명문대 출신으로 뽑아 ‘SK는 스카이(SKY)'라는 풍문이 돌았다. 이는 학벌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에 출신학교를 보고 명문대 출신을 더 많이 뽑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
 
성과주의는 개인과 팀이 달성한 실적과 연계해 급여, 승진 등 보상을 실시하는 인사 시스템이다. 삼성은 인사에서 학력, 연령, 순혈주의 등 선입견을 철저히 타파하고, 오직 현장에서의 실적을 우대하고 있다. 삼성은 학벌에 상관없이 능력만 있다면 명문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과감히 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 부문을 이끌고 있는 윤부근·신종균 사장도 각각 한양대·광운대 출신이다. 박근희 삼성 사회 공헌위원회 부회장은 청주상고·청주대 출신이다. 삼성전자 시절 기술총괄 부회장을 지낸 이기태 씨도 인하대 출신이다. 2004년 야구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삼성라이온즈 사장이 된 김응용 전 한화이글스 감독도 우석대 출신이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입시학원 배치표는 수능 성적에 따라 서울대 연대 고대 서강대 성대 한양대 중대 경희대 외대 시립대 건대 동국대 홍대 등으로 대학을 줄 세웠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학 졸업장이 취업 합격증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어느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학위를 가졌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현재 무엇을 얼마만큼 잘할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기업들이 학벌보다는 직무능력과 장래성을 보고 직원을 선발하는 추세로 전환하면서 과거처럼 출신학교와 학점만을 기준점으로 삼지 않고 다양한 선발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NCS는 새로운 선발 도구로써 학벌 본위 사회를 타파하고 직업 교육의 정체성을 다시 회복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NCS는 직업훈련과 자격제도를 산업현장 중심으로 개편해 대학을 안 나와도 현장에서 일을 잘하거나 직업훈련 기관 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기업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송하식 NCS 기업활용 컨설팅 전문가>

송하식 NCS 전문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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