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대기, 형부 닮은 B군 미워 때렸다
19살 때부터 형부에게 성폭행 당해
[일요서울 | 변지영기자] 지난달 15일 4시경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3살짜리 어린 조카를 발로 차 살해한 혐의로 이모인 A(27) 씨가 구속됐다. 그는 어린이집을 다녀온 B(3) 군이 “가방에 있는 도시락 통을 꺼내라”는 말을 듣지 않자 발로 배를 5차례 걷어 차 숨지게 했다. 여론은 조카를 죽인 비정한 이모라며 A씨를 질타했다. 그런데 사건에는 충격적 반전이 있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는 초반 주장과는 다르게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조카 B군이 “형부에게 성폭행 당해 낳은 친아들”이란 주장을 한 것이다. 경찰에선 증거 인멸 및 도주를 우려해 C(51) 씨를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달 3살배기 조카를 발로 차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A(27)씨가 최근 경찰의 추가 조사에서 “숨진 B(3)군이 조카가 아닌 자신의 아들”이며 “형부에게 성폭행 당해 낳았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했다. A씨는 B군이 말을 듣지 않자 형부를 향한 분노와 자괴감이 폭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악이 대물림된 이 비극적인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씨가 숨진 B군 말고 낳은 아이가 더 있다고 진술한 것이다. 그는 19살인 2008년부터 수차례 C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진술했다.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C씨를 6일 구속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생 망친 원망과 분노
A씨는 형부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형부를 닮아가는 B군이 미웠다. 지난달 15일 오후 4시경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B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배를 수차례 걷어찼다. A씨는 B군이 맞은 후 토하며 의식을 잃자 동네 병원에 데려갔다. 상황이 심각하자 종합병원으로 데려갔지만 B군은 종합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밝혀졌다. 병원 관계자는 아이를 안고 온 A씨의 표정이 눈물 한 방울 없이 무표정했다고 전했다.
A씨는 ‘B군이 자꾸 토해 병원으로 데려왔다’고 주장했으나 학대 사망을 의심한 병원 측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학대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살해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형부에 대해서는 자녀를 때리는 등의 학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언니는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몸이 아픈 언니를 대신해 조카들을 돌봐야 하는 입장이라 선뜻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건강이 좋지 않던 언니가 육아를 도와주길 바라자 2013년 말부터 언니 가족과 김포 아파트에서 함께 살며 조카들을 돌봐왔다. 조카들은 태어난 지 2개월 된 막내아들을 포함해 4남 1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겉보기에 문제없어 보이던 평범한 가족이었다.
A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며 “한 남자의 몹쓸 짓으로 시작됐고 형부의 아이를 낳았다는 자괴감에 시달려왔다”고 털어놨다.
“5명 중 3명이 내자식”
안타까운 사연으로 끝날 줄 알았던 ‘조카 살인 사건’에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수사 와중에 경찰은 C씨가 평소 자녀들에게 폭력을 일삼았다는 주변의 증언을 확보했다. 한 이웃은 밤중에 이따금씩 어른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이웃은 그 집 남자가 술에 취해 있는 것을 많이 봤다고 전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2013 ~2014년 자신의 집에서 숨진 B군을 포함해 자녀들을 수차례 때리거나 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학대 여부 확인 후 아이들을 아동복지기관에서 돌보도록 했다. C씨는 A씨를 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씨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매달 198만 원의 생계비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건을 취재하던 한 방송사가 형부의 성폭행으로 낳은 아이가 비단 숨진 B군만이 아니라는 정황을 포착했다. 주민들은 지난 1월, 집안에서 아이가 태어났는데 태어난 아이의 엄마가 언니 아닌 동생이었다고 기억했다고 한다. 한 이웃 주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임신했는데 급해서 병원도 못 가고 집에서 낳았다”고 말했다. 경찰의 추가 조사에서도 A씨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더 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또 C씨는 “아내가 아픈 동안 처제에게 씻지 못할 몹쓸 짓을 했다”며 “먼저 간 세 살배기 아이는 처제가 엄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몇 번은 강제였지만 그 뒤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그 아이를 낳은 뒤 두 명의 아이를 더 낳았다”고 덧붙였다.
7일 경기 김포경찰서에서는 A씨가 2살 된 아이와 2개월 된 아이를 더 낳았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진술에 의하면 4남 1녀 중 3명이 A씨와 형부 사이에서 낳은 자녀인 것이다.
진실공방은 계속된다
이 사건은 초동 수사에서 비정한 이모가 조카를 죽인 건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실 죽은 조카가 이모의 친아들이라는 사실로 시작해 형부의 성폭행, 가정폭력 등 수많은 문제가 속속 밝혀졌다.
1998년 형부가 저지른 성폭행을 원망하며 살아온 A씨는 몸이 아픈 언니를 대신해 언니 부부와 한 집에 살며 다섯 아이들을 돌봐왔다. A씨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포함해 육아를 전담하다시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가 성폭행의 피해자라 할지라도 ‘3살배기’ 친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벗을 수 없다. 경찰은 곧 숨진 B군이 A씨와 형부 C씨의 친자가 맞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선 처제의 주장과 형부의 진술에 차이가 있어 한동안 진실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성폭행이 지속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C씨는 초반에는 그랬지만 나중에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정폭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C씨와 이웃 주민들 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숨진 B군이 실제 A씨의 친아들이 맞는지에 대한 검사 또한 준비 중에 있다. 현재 수사는 진술에만 의존한 상태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4일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된 A씨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조카가 구토를 하는데도 3차례나 더 발로 찬 것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