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형건설사 ‘불법 인간 현수막 광고’ 백태
[르포] 대형건설사 ‘불법 인간 현수막 광고’ 백태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4-11 10:00
  • 승인 2016.04.11 10:00
  • 호수 1145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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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되고 있는 인간 현수막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사람 기둥 삼아 광고물 시현 “걸리면 그대로 뛰어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봄 이사철을 맞아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불법 분양 홍보물 문제가 또다시 지적되고 있다. 건설·분양사들의 경쟁 과열로 인해 허가를 받지 않은 현수막들이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상황이다. 특히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인간 현수막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한편 지난 1일 아파트 분양 불법 광고물을 부착하게 되면 건설사도 과태료 부과를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와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건설사들이 자정작업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과열되는 분양시장…‘단속 피하기’ 각종 꼼수 판쳐
분양·광고사는 물론 건설사들도 과태료 부과될 듯

아파트 분양시장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불법으로 설치되는 현수막들로 인해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도로변이나 이면도로 등에 수십개씩 현수막이 게시되며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운전자나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시장은 총선 직후 쏟아질 아파트 신규분양의 성패와 대출규제 지방 확대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신규분양이 미분양으로 이어질 경우 성수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쟁과 우려들로 인해 불법 광고가 판을 친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이 막판 분양에 나선 지난 주말 전국 견본주택에 10여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을 정도로 분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건설사나 분양사나 모두 미분양으로 인해 손해를 보느니, 과태료 좀 물더라도 불법으로 홍보를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불법으로 현수막을 설치하는 방법도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실제 신규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아파트 현장 인근을 둘러보면 ‘할인 분양’, ‘파격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물’이다.

각 지자체 등이 이달 들어 불법 현수막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불법 분양광고 현수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견해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불법 현수막 적발 건수는 10만5761건으로 전월 대비 84.7%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5만8454건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몇 달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광고업체는 불법 분양광고 현수막의 증가는 미분양 등 부동산 경기 침체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시행사나 분양대행사 입장에서는 수천만 원 과태료를 물더라도 불법 현수막 광고를 하는 것이 금액적으로 훨씬 이득일 수 있다”면서 “광고 효과로만 보면 분양 현수막이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구청 vs 업체

특히 단속이 강화되면 될수록 이를 피해가는 꼼수가 다양하게 눈에 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간 현수막’이다. 현수막을 가로수나 전봇대 등에 걸어 놓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 기둥이 되어 세우고 현수막을 들고 있다가 단속이 나오면 그대로 줄행랑을 치는 식이다.

한 분양 광고 대행사에 문의를 해보면 “불법이긴 하나 절대 걸릴 일이 없다”는 설명이 돌아온다. 한 대행사는 “사람이 들고 있다 뛰어가는데 어떻게 잡을 수 있겠냐, 또 처음 한 번은 경고 조치로 끝나기 때문에 과태료를 무는 일은 더욱 드물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또 이러한 불법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는 이유로 “인간 현수막 아르바이트는 두 시간 기준, 5만 원대에서 대부분 이루어 진다”면서 “고액 아르바이트인 데다가 시간도 짧아 인력 투입이 아주 쉬운 편”이라고 덧붙였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운전·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청년들에게 비인권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는 현실의 단면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지자체의 단속이 느슨한 금요일 오후쯤 내걸었다가, 주말 동안 광고효과를 본 뒤 월요일 뜯어내는 작전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분명한 불법으로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사이즈인 3~5㎡ 면적의 현수막 기준으로 15만 원~35만 원 사이의 과태료가 부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현실과 현행법을 고려했을 때 이를 잡아내기가 쉽지가 않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매번 공무원들이 현수막만 보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현행법 상 처벌대상을 규정하는 것도 자세히 알야봐야 하기에 녹록치가 않다”고 전했다.

인간 현수막에 대해선 “하나의 예를 들면 단속이 뜨자마자 도망간다고 생각했을 때 이를 뒤쫓기에는 힘이 벅차다. 과태료를 부과할 대상 자체가 파악이 안 된다”면서 “갈수록 발전하는 꼼수들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지자체들도 불법 현수막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방책을 내놓고 있다. 향후 분양업자들과 단속 공무원들의 대립이 더 과열될 전망이다. 아울러 건설사들 역시 불법 광고물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됐다. 불법 현수막 억제책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구청 등의 단속담당 부서들은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기 위해 기동단속반을 가동하고 수거보상제 등 묘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 역시 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를 도입한 상태다.

불법 현수막을 수거해 오면 장당 2000원씩 한 달에 최대 200만 원까지 보상하는 제도다. 단속 실적을 바탕으로 이달 초에는 참여 자치구를 24개로 늘리고 보상 한도도 월 3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아파트 분양 불법광고물을 부착하게 되면 실체가 불분명한 시행사나 광고대행사가 아닌 건설사가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도 나왔다. 앞서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모 건설이 과태료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지만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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