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제자리 매출 ‘동서식품’…무슨 일?
5년째 제자리 매출 ‘동서식품’…무슨 일?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6-04-11 09:58
  • 승인 2016.04.11 09:58
  • 호수 1145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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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성장 불구 ‘맥심’ 주춤…속앓이 中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동서식품이 커피믹스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속앓이를 하는 모양새다. 커피믹스 시장은 최근 3년 사이 20%가량 규모가 줄어들었다. 2012년 쌀보다 많이 팔릴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서식품은 ‘카누’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성장세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5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시장 내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어 동서식품을 비롯한 커피믹스 제조업체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쌀보다 많이 팔렸는데…시장 정체 직면
인스턴트 원두커피 잘 나가도 비중 적어

당초 커피믹스 시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커피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인기는 국내 첫 커피믹스인 동서식품의 ‘맥스웰하우스’를 시작으로 1989년 출시된 국내 최초 스틱형 커피믹스인 ‘맥심커피’가 한 몫 했다.

맥심커피는 “한국인들의 커피 입맛은 맥심으로 표준화됐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국내 커피 시장 80%를 점령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커피믹스 시장의 점유율은 동서식품이 83.9%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남양유업 10.0%, 롯데 네슬레 5.2%가 뒤를 잇는다.

하지만 최근 3년새 믹스커피 시장 규모(매출 기준)는 약 20% 축소됐다.

2012년 1조3500억 원에 달하던 시장규모는 2013년 1조2800억 원으로 줄어든 뒤 2014년 1조15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조84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매년 시장 규모가 위축돼 온 것이다. 2012년 대형마트에서 쌀보다 많이 팔릴 정도로 뜨거운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는 동서식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후발업체의 경우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남양유업과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시장규모가 정체된 가운데 동서식품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해 2012년 시장점유율 13%를 넘기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지난해 점유율이 10%까지 떨어지며 하락세를 타고 있다.

롯데푸드와 한국네슬레의 합작사인 한국네슬레코리아(현 롯데네슬레코리아)는 2010년 이후 6년째 적자 상태다. 롯데네슬코리아로 합작한 2014년 이후에도 손실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13억 원이다. 매출도 2011년 3937억 원에서 지난해 2737억 원으로 감소했다.

B2B 사업 난항

이는 커피전문점과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화되면서 캡슐 커피,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등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커피전문점도 늘어나 믹스커피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영향으로 ‘카누’와 같은 국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2012년 200억 원에서 2013년 800억 원, 2014년 1100억 원, 2015년 1200억 원으로 늘었다. 4년 새 3배 이상 규모가 커진 것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역시 동서식품이 85.8% (2015년 기준) 가량을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동서식품은 속앓이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카누’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믹스커피 시장의 침체로 총매출은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커가고 있지만 기존 커피믹스 시장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1위 업체인 동서식품 역시 매출의 70% 가량은 커피믹스 제품 매출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성장이 꾸준하다고 해도 이것에 주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까지는 커피믹스 시장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구조여서 인스턴트 원두커피 제품을 집중적으로 밀게 되면, 회사 전체 수익성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동안 동서식품은 크래프트사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넘기면서도 ‘맥심’ 등 커피믹스를 앞세워 성장해 왔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미국의 크래프트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동서식품의 매출은 2011년 이후 1조5000억 원대를 유지중이다. 매출액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2년 1조5604억 원에서 2014년 1조5057억 원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동서식품이 새 수익원으로 기대했던 기업 간거래(B2B)사업도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동서식품은 2011년 중저가 커피전문점 이디야와 거래를 시작한 후로 투썸플레이스 등에 원두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투썸플레이스와 거래가 종료된 뒤 새로운 거래처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는 현재 상황을 시장 정체로 보고 있다. 동서식품의 한 관계자는 “커피믹스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소매나 리테일 쪽 매출은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지만 마케팅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매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유통 경로도 있다”고 밝혔다.

또 “온라인이나 소셜커머스 등의 매출을 합치면 매출이 많이 줄진 않았다”며 “앞서 가격을 한번 내렸던 상황도 있었고, 출산율 하락, 메르스 등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변화로 본다”고 덧붙였다.

동서식품 매출 하락 우려와 시장 정체에 따른 우려에 대해서는 “소비자 체험 공간 운영 등에 집중하면서 커피믹스 시장에 대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모카카페’와 광고모델인 배우 김우빈이 커피를 제공하는 등의 체험형 이벤트를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또 동서식품의 커피믹스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커피 레시피를 공개하고, 매년 100건 이상의 시장조사를 진행해 주력제품의 개선과 신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 브랜드에 대한 집중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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