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친정체제 구축, 그 뒷이야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친정체제 구축, 그 뒷이야기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4-11 09:56
  • 승인 2016.04.11 09:56
  • 호수 1145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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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장악 효과 낼까…은행업 진출 교두보 전망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이 교보생명보험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친정 체제 구축에 나섰다. 이를 두고 교보생명보험 회사 자체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신창재 회장은 우리은행 인수건이나, 인터넷은행 진출 사업 등 ‘은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몇 번이나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그런데 번번이 이사회, 사외이사 등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좌절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사외이사진 교체로 신창재 회장의 숙원 사업, 은행업 진출이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교보생명 임원 출신 사외이사 신규 선임 ‘눈길’
사 측 “말도 안 되는 루머…IFRS 변경 대비 목적”

교보생명보험이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한 것을 두고 ‘드디어 교보생명이 은행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번번이 이사회의 반대 의견에 막혀 은행업 진출에 실패했던 전력 탓이다.

앞서 교보생명보험은 신창재 회장이 지난해와 올해 의욕적으로 은행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신창재 회장이 이사회 의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를 두고 이는 신창재 회장이 완전히 장악할 수 없는 교보생명 특유의 이사회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교보생명보험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인정받아 투명경영대상 최고상을 수상했을 만큼 이사회의 힘이 막강하다.

실제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와 올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잇달아 포기했다. 두 번 모두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지목됐지만 검토단계서 내부 이사회 결정에 따라 중도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 시도 이후 상근감사제도가 폐지되면서 사내이사가 1명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교보생명 이사회 구성은 변함이 없다.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이뤄져왔다.

외국계 투자회사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의 지분 33.78%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영향력이 막강했다. 이들은 이사회 내부에서 의장인 신창재 회장의 의중과는 달리 독립적으로 안건을 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원 중 박영택, 하리라잔 사외이사는 교보생명보험의 주요 주주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지분율 9.79%)와 코세어캐피탈(지분율 9.05%) 측 인물이다. 유필화 성균관대 교수와 김형철 전 제일화재 부사장 등은 신창재 회장의 아군으로 분류된다.

신창재 회장이 경영의 주도권을 가지고는 있으나 신 회장의 뜻대로만 사업을 추진하기는 벅찬 형세다. 자회사 설립 안건이기 때문에 이사진 전원 찬성이 필요했으나 반대표가 나오면서 투표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은행 지분매각 예비입찰 참여 안건 때도 조건부 가결 결정이 최선이었다. 찬성표를 던진 이사 중 일부가 입찰 가격의 상한선을 둘 것을 주장했는데, 가격 상한선이 낮게 설정되면서 교보생명보험의 우리은행 지분매입은 끝이 났다.

이러한 과거 때문에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보험은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교보생명이 ING생명 인수합병(M&A), KB금융 및 신한금융 지분인수, 우리은행 인수 등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혀 놓고도 매번 막판에 백기를 들었던 것으로 인해 신창재 회장의 결단력이 부족하다거나, 교보생명보험은 시장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비판이 팽배했다. 당시 금융당국 역시 “교보생명이 인터넷전문은행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차가운 시선을 보낼 정도였다.

또 다른 국면

그런데 교보생명보험이 사외이사 두 명을 신규로 선임했고 이들이 신창재 회장의 경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는 평가다. 아울러 신창재 회장의 결정권이 보다 강해지면서 교보생명보험이 드디어 은행권 진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보험은 지난달 25일 2015회계연도 정기주주총회 자리에서 박영택, 하리라잔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이중효 전 교보교육재단 이사장과 황성식 현 삼천리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교보생명보험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따라 사외이사의 경우 임기를 초임 2년에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영택, 하리라잔 사외이사는 앞서 설명했듯 그대로다. 다만 새롭게 합류한 이들이 모두 교보생명 임원 출신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중효 사외이사는 1970년 교보생명보험 공채 1기로,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에서 퇴진했다. 퇴임한 뒤에도 교보생명의 대산농촌문화재단 이사장, 교보교육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황성식 사외이사 또한 2008년 삼천리로 영입될 때까지 교보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교보문고 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두 사람 모두 향후 신창재의 의사 결정에 큰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도 외국계 인사들은 교체되지 않았지만 사외이사진 교체로서 신창재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이 현실화 됐고, 이사회 의장인 신창재 회장의 이사회 주도권이 한층 강화됐을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교보생명은 “잘못된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퍼져나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의 가장 큰 현안은 국제회계기준 변경이다. 어느 때보다 회계·재무 전문가들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정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중효, 황성식 이사와 같은 회계통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업 진출과 관련된 분석은 “앞서 우리은행과 인터넷은행 진출을 검토했을 당시 이사들 간 이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부 반대에 의해 ‘진출 실패’를 했던 것도 아니다”면서 “검토단계를 통해 다양한 조사와 논의를 했고, 이사회 모두가 출혈경쟁과 무분별한 투자를 하지 말자는 판단을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신창재 회장의 주도권이 강화됐다는 평가 역시 “신창재 회장은 새롭게 선임된 사외이사들과 전혀 개인적인 친분도 없다. 교보생명보험은 항상 투명한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신창재 회장, 여타 사업진출과 사외이사 선임을 같은 선상에 두고 해석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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