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메달 박탈과 자격정지를 받았던 수영선수 박태환이 명예 회복을 위해 올림픽에 출전하려 했지만 국내징계로 인해 리우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무산됐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1장 5조 6항에 따르면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는 공식 징계 이후 3년간 국가대표에 뽑힐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박태환은 2014년 9월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고 징계는 지난 3월 2일 자로 해제 됐다. 하지만 박태환은 국가대표선발 규정에 묶여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었다.
일부 누리꾼들과 국내외 수영 팬들은 올림픽과 각종 아시아대회 등 메달을 따내며 ‘금의환향’한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선발개정에 관한 논의를 했지만 ‘특정인을 위한 국가대표선발규정 개정’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 놓으며 사실상 박태환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중처벌’ 논란에 대해 체육회 및 회원 종목 단체에서 폭력행위, 성추행, 성희롱 등의 행위로 인해 징계를 받은 경우에도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 이내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이중처벌이 아니며 도핑에 따른 징계 역시 국가대표선발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규정을 스포츠공정위위원회가 “개정하지 않겠다”라고 전해 향후 개정 요청이 있더라도 번복될 여지는 없다고 체육계는 보고 있다.
박태환의 매니지먼트사인 팀 GMP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에서 결정한 일이니 따라야지 않겠냐”라며 “모든 일정이 바뀔 것 같다. 동아수영대회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박태환의 최근) 기록이 너무 좋아서 기대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태환은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를 위해 호주에서 몸을 만들며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예정된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설 이유가 사라져 행보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팀 GMP 관계자는 박태환의 향후 행보에 대해 “당장 계획을 말하기는 어렵다. 선수와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눠봐야 알 것 같다”라고 말해 은퇴에 대한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당초 체육계와 법조계는 박태환 건을 놓고 국가대표선발규정이 이중징계라며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계속 제기해 왔다. 하지만 통합 대한체육회 출범과 맞물리며 박태환의 국가대표 입성 논의도 자연스럽게 미뤄줬다. 이후 비리혐의로 인해 수영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되면서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대한체육회에서 구성한 관리위원회가 수영연맹을 관장할 경우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한 논의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또 그간 박태환과 수영연맹이 갈등을 빚어온 만큼 국가대표선발규정 문제 해결을 놓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특혜 논란과 특정인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차단하며 강경한 자세로 돌아섰다는 게 체육계의 관측이다.
이로써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물거품이 돼 그의 선수생활의 마침표 찍을 날또한 앞당겨졌다.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에 수영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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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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