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배우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세트장 복원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인 ‘우르크 태백부대’는 강원도 태백에 있는 폐탄광 ‘한보탄광’ 안의 세트장에서 대부분 촬영됐다. 100% 사전제작으로 이뤄진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이미 세트장을 철거한 상태다.
논란의 단초가 된 건 정부와 지자체가 세트장을 복원하겠다고 하면서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관광명소로 키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박근혜 대통령이 ‘태양의 후예’를 극찬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태양의 후예’가 우리나라의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좋은 문화 콘텐츠 하나가 관광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태백시와 한국관광공사 등은 관련 관광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간담회를 갖고 드라마 촬영장 등을 소재로 한 상품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이 작품의 촬영지를 관광 상품화한다고 밝혔다.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세트장 복원은 만만찮은 반발에 부딪혔다. 일각에서는 “태백시 재정 여건이 열악해, 재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데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철거한 세트장을 다시 짓느냐”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태백시는 정부 부처에 예산지원을 요청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일부에서는 “드라마 ‘토지’ 횡성 세트장 등 그동안 관광객 유치에 실패한 경우도 많다”며 “특정 드라마가 인기가 있고, 대통령까지 언급을 했다고 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세트장 복원을 섣불리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은 방송에서도 다뤄졌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유시민과 전원책이 세트장 복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전원책은 방송에서 “세트장을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많이 지었지만 손해 많이 봤다”며 “전부 지역 주민의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유시민은 “문화콘텐츠는 국가가 지도편달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며 “그 중에는 권력자의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고 안 드는 작품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백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세트장 복원 여부와 관련돼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신중히 검토해 추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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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