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뻐서 당선이 무효라고요?…‘다 벗을게 뽑아줘’
너무 예뻐서 당선이 무효라고요?…‘다 벗을게 뽑아줘’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4-08 20:25
  • 승인 2016.04.08 20:25
  • 호수 1145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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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막장’ 선거포스터 천태만상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란, 스페인, 일본, 스위스, 인도, 북한의 선거용 포스터.

선정성·인종차별·무단도용 등 각종 논란 일으켜
눈도장 찍으려다 망신살…‘무리수’ 눈총 받기도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선거철에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가끔 무리한 마케팅을 벌이다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있다. 국민의당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저격하는 모습의 홍보 포스터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각국에서 논란이 됐던 선거용 포스터를 알아봤다.

지난해 스페인의 한 도시인 ‘비스카야주 포르투갈레테’에서 한 여성의 선거용 포스터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포스터에는 당시 시장 선거에 나선 ‘욜란다 코세이로 모린’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손으로 하체의 주요 부위를 가리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 그의 가슴은 “정치인들이 우리를 알몸으로 만들었다”는 문구로 가려져 있었다.

해당 포스터는 SNS 등을 통해 전세계로 퍼졌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토픽으로 다루기도 했다. 포스터가 공개된 직후 일부에서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성을 상품화 했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모린은 알몸 포스터는 자신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 2006년 중도주의자 정당의 대표인 앨버트 리베라가 공개한 알몸 포스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인도 역시 노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14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인도 차기 총리로 꼽히던 ‘나렌드라 모디’의 홍보용 포스터에는 한 여성 모델이 빽빽하게 깔린 꽃 위에서 옷을 벗고 누워 있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포스터에는 모디 후보에게 표를 던져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포스터 속 모델은 후보가 아닌 후보를 지지하는 방송인 겸 모델 ‘메그나 파텔’이었다. 당시 선정성 논란이 일자 파텔은 “난 당시 옷을 다 벗지도 않았고, 모디를 지지하는 내 의사를 표현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독일에서는 총선 후보였던 기민당의 ‘베라 랭스펠트’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자신의 가슴선이 드러나는 사진을 나란히 포스터로 만들었다. 문구에는 ‘우리는 줄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라고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독일의 또 다른 당인 녹색당의 포스터는 충격적이다.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의 유두를 잡고 있으며, 여성들 뒤에는 남성들이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가브리엘 데 스트레와 그녀의 자매 중 한 사람’이라는 그림을 패러디한 포스터였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남자가 홀딱 벗었다. 지난해 4월 일본 지방선거에 나선 한 남성 후보가 전라에 가까운 선거 포스터를 공개했다. 우익 진영의 ‘고토 데루키’는 욱일기를 배경으로 알몸 상태에서 사무라이가 검을 쓰는 행동을 묘사하고 있다. 다행히(?) 이름을 교묘하게 배치해 최악의 노출은 피했다.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여성 의원이 ‘너무 예쁘다’는 이유로 선거가 무효화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지난 2013년 이란에서 벌어진 일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이란 북서부 잔잔주에 위치한 도시 카즈빈에 사는 ‘니나 시아카이 모라디’다.

그는 지난 2013년 실시된 선거에서 163명의 후보자 중 14위를 기록한 높은 지지율로 시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 후 황당한 결정이 내려졌다. 선거 결과가 무효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슬람 율법을 어겼기 때문이었지만, 많은 보수 정치인들이 “너무 젊고 매력적이라 당선됐다”고 비난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카즈빈시 의장은 “우리 의회에 캣워크(패션쇼 모델들의 걸음걸이)를 할 사람은 필요없다”는 이유로 의회 입성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모라디는 “당국이 정한 선거 기준을 어기지 않고 당당히 선거를 치렀다”고 반박했다.

동유럽 국가인 리투아니아에서는 두 사람의 야릇한 사진을 도용했다가 폐기처분한 사례도 있다. 리투아니아의 질서정의당에서 만든 한 선거용 포스터에는 두 남녀가 포옹한 채 바라보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포스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임에 갔다가 찍힌 자신들의 사진이 당 홍보용 포스터로 붙어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질서정의당 측은 해당 포스터를 모두 수거해 폐기처분했다고 전해진다.

중립국가로 알려진 스위스에서는 인종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07년 국민당이 총선을 겨냥해 만든 이 포스터는 스위스 국기 위의 흰 양이 검은 양을 뒷발로 쫓아내는 그림을 담고 있다.

포스터에는 “더 나은 치안을 위해서”라는 문구가 적혀 있으며, 외국인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유엔은 이에 대해 “새로운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증가를 보여주는 불길한 징조”라고 비난하면서 스위스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한편 북한의 선거 포스터가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의 경우 당 주도로 추천한 후보에 대해 찬반을 묻는 형식으로 선거가 진행된다. 포스터에는 ‘모두 다 찬성하라’는 무시무시한(?) 압박이 적혀 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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