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 한국인 리스트 '공개 임박'
조세회피 한국인 리스트 '공개 임박'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4-08 15:34
  • 승인 2016.04.08 15:34
  • 호수 1145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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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헌 사건으로 드러난 해외 검은돈 뿌리 뽑는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세계 각국 정치인과 유명인 등이 대거 포함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 회피처 자료가 공개된 가운데, 조세 회피 자료에 포함된 한국인 195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파일 용량만 2.6테라바이트 1100만여 건에 이르는 이번 자료는 독일 일간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 기자들이 처음 입수한 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분석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요서울]은 증권가와 호사가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이번 페이퍼컴퍼니 명단이라는군요'라는 제목의 글을 입수했다. 7일 오전 현재 해당 기업 대부분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확인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조 원 벌고도 세금 ‘0원’…한국인 195명 포함돼
국세청 “결코 용인해선 안돼, 검은돈 뿌리 뽑는다”

‘문건’에 따르면 이름만 보아도 알만한 사람이 40여 명 있다. 이름이 생소하더라도 리스트에 기재된 직업 또는 회사명만으로도 유명인사 또는 재계 고위 관료임을 유추할 수 있다.

▲ <뉴시스>
또 이들 중에는 2013년 버진아일랜드 조세회피 명단에 포함돼 있던 인사들도 있어 세무당국의 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가중처벌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조사범위를 궁금케 했다. 

명단에는 한국지사장을 역임한 사람은 물론 대기업 주주들도 포함됐다.
경제단체 회장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대기업 H사는 회장 일가 여러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특이한 점은 이번 명단에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인들의 이름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름보다 기업명을 보고서야 유명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임을 알 수 있었다. 또 경제단체 수장들이 본인 아닌 자녀 또는 측근들의 명의를 빌려 조세회피지역에 법인을 설립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이들 대부분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외협력 관계자는 “현재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오해를 불러 일으킬까 조심스러운 만큼 관련 내용이 입증될 때까지 코멘트는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다른 홍보팀 관계자들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직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 이미지 하락을 우려한 행동이었다.

다수가 한국 주소가 아닌 해외주소를 기재해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비밀 계좌를 개설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사실규명이 쉽지 않음을 인지한 상태라 쉽게 사실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보지에 돌고 있는 관련 인물중에는 2013년에 조사받은 사람들이 포함돼 있는 만큼 사실 규명이 더 필요할 거 같다”며 리스트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공개발표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8일 현재 뉴스타파는 korea로 검색된 파일만 1만5000건이며, 한국주소지는 195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장남인 제헌씨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3곳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이 알려졌으며, 국세청은 현재 탈세혐의가 입증되면 즉시 세무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재헌 씨는 이와 관련 “개인적인 사업 목적으로 홍콩에 살 때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을 뿐인데,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입장을 전했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리스트 유출 전세계 경악

해외 인사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현직 각국 정상과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이번 자료는 지난 4일 중미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의 1977∼2015년 기록을 담은 내부자료를 분석해 내용을 공개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번 명단 폭로와 관련, 탈세 혐의를 포착하는 즉시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 과세당국과 협조해 조세회피 의혹이 제기된 명단을 확보하는 단계로, 상당수 자료는 이미 과거의 데이터를 활용해 조사한 내용과 겹친다”라고 말했다.

이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무조건 역외탈세로 볼 수 없다”며 “정상적인 사업경영의 일환인지 비정상적인 역외탈세 목적의 회사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조세회피처와 관련된 불법 외환거래 혐의자를 상대로 위법 사실여부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뉴스타파가 지난 2013년에 공개한 조세회피처 관련 자료를 입수해 48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 총 1324억 원을 추징한 바 있다.

이번 파문은 전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전·현직 국가 정상들까지 연루된 조세회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조세회피가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라고 비판하면서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한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법적인 자금의 흐름이 항상 있어왔다”면서 “그런 행위가 쉽게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된다. 세금을 회피할 목적의 거래를 정당화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의 이런 조세 회피 행위는 미국의 경제를 강하게 하는 그런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한다”면서 “이런 조세 구멍을 막는 좋은 방법은 법인세 개혁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공화당이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생각해주길 희망한다”고 공화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일각에선 기업 오너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을 경우, 그 회사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여서라도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역외탈세 등 탈·불법 행위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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