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명문대생, 도심 아파트서 ‘인간 사육’…일본 열도 ‘충격’
日 명문대생, 도심 아파트서 ‘인간 사육’…일본 열도 ‘충격’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4-04 11:54
  • 승인 2016.04.04 11:54
  • 호수 1144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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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당한 이후 계속 교복 입은 채 갇혀 지내”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일본에서는 해마다 아동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한 유괴나 실종 사건이 100건 정도 발생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번에는 2년 전 실종됐던 일본의 한 여중생(현재 15)이 명문대 남학생(23)에게 납치돼 감금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여성을 감금하는 내용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일본에 많아서, 용의자가 이런 영화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43, 일본 사이타마 현 아사카시에서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여학생 사이토 안나 양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모습이 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뒤 행방불명됐다.
 
가족들은 무려 30만 장의 전단지를 뿌리고, 애타게 그녀를 찾았지만 작은 단서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죽은 줄만 알았던 사이토 양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그녀가 전한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무려 2년간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던 사이토 양은 용의자인 데라우치 가부(寺內樺風·23)의 집에 감금돼 있다가 데라우치가 휴대전화를 사러간다며 자물쇠를 걸지 않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탈출했다. 그리고는 도쿄 지하철 역 공중전화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부모와 경찰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2년 만에 발견한 사이토 양은 실종될 당시의 교복을 그대로 입은 채였다.
 
사이토 양은 납치되던 날, 모르는 남성이 다가와 부모가 이혼하니 좋은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며 억지로 차에 태웠고, 커튼이 쳐진 방에 2년 동안 감금됐었다고 털어놨다.
 
일본 사이타마 현 경찰본부는 여중생을 유괴한 혐의로 데라우치를 체포했다.
 
경찰의 조사에서 사이토 양은 평소 밖에서 문을 걸어 도망칠 수 없었으며 가끔 집 밖으로 나갈 때도 있었으나 항상 감시당했다고 밝혔다.
 
용의자, 자살 시도
 
데라우치는 학교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동네에서는 훌륭한 명문대생으로 알려져 있었다.
 
데라우치는 일본 내 대학 순위 10위권으로 평가되는 국립 지바(千葉)대학을 지난 23일 졸업했으며, 졸업식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4학년때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관련 연구실에 소속돼 있었고, 4월부터 소방설비회사에 출근할 예정이었다.
 
대학 관계자는 데라우치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얘기를 해보면 보통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여중생을 납치했던 데라우치와 3학년 때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한 여학생은 착실하고 머리가 좋아 실험이 잘 안 될 때는 모두가 그에게 의지했다이런 사건을 일으킬 이미지가 아니어서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라우치는 비행기 면허를 갖고 있어 교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데라우치는 처음에 사이토 양을 학교 앞 아파트에 감금했다가 한 달 전 도쿄 도심 아파트로 옮겼다. 올해 졸업한 후 지난 2월 학교가 있는 지바 현에서 회사 근처인 도쿄 나가노로 이사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은 사이토 양과 함께 지바 현에서 거주했다.
 
데라우치의 아랫집 주민은 혼자 산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이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용의자인 데라우치는 피투성이 상태인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는 행인의 신고로 시즈오카 현 이토 시내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데라우치는 발견 당시 자살하기 위해 흉기로 자신의 목을 찔러 피를 흘리고 있던 상태였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바대학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데라우치는 파일럿이라고 불릴 만큼 항공분야에 관심이 깊었으며, 학부 때 성실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모님과 재회한 사이토 양은 현재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일본에서는 4년 전에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성을 만들겠다며 대학생이 어린이를 납치해 감금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던 바 있다.
 
어린이 납치 재범률 높아
 
우리나라에서도 몇 해 전부터 납치, 살인, 유괴 등 끔찍한 범죄가 연일 터지고 있다. 맞벌이부부들의 경우 최근 잇따른 납치, 살해 유괴 사건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 어린이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는 금전적인 욕구를 위해 어린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성적인 욕구에 따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한 전문가는 어린이 성 범죄자들의 대부분이 어렸을 적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잘못된 성적 가치관을 가지게 돼 성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어린이 유괴납치 및 성범죄의 70~90%는 재범이라고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소가 공주 치료감호소의 어린이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유괴납치 사건에 대한 연구조사를 실시할 때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 질문했더니 하고 싶어서 그냥 했어요. 딱히 이유는 없었는데 병적으로병인 것 같아요”, “기분이 좋으니깐 하지요. 죄책감은 조금 들었어요. 하지만 불안하진 않았어요등의 응답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어린이 범죄의 재범률과 범죄자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어린이 범죄는 악의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치료의 대상인 병에 의한 경우도 많다는 것.
 
한국형사정책연구소는 그들 대다수가 가정환경이 열악해 사회적으로 소외됐다고 느끼고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이라고 인식해 항상 분노감에 차 있다. 정신적인 상처가 많은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어린이 범죄자들에 대한 치료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일산 어린이 납치사건의 범죄자도 이미 납치유괴 사건으로 인한 10년의 징역형을 살고 나왔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결국 얼마가지 않아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치료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치료기관 또한 굉장히 부족한 실정이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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