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취업난, 일본으로 눈돌리는 청년 늘어난다
최악의 취업난, 일본으로 눈돌리는 청년 늘어난다
  • 변지영 기자
  • 입력 2016-04-04 10:20
  • 승인 2016.04.04 10:20
  • 호수 1144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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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멀어도 굳세어라 청춘…돌파구를 찾아라

2월 청년 실업률 12.5% 1999년 이후 최고치

아베노믹스 현상으로 구인난 겪은 일본 수요 맞물려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2월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12.5%1999년 이후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헬조선, 흙수저 등 현실을 풍자하는 단어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과 취업을 해도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놓인 헬조선, 부모의 경제 수준에 따라 자녀의 삶이 달라진다는 수저계급론이란 신조어들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젊은 세대의 삶이 팍팍하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에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국경을 넘어 해외로 취업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실업률이 12.5%에 이르렀다. 1999년 이후 최대의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이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으로 취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베노믹스(Abenomics)’현상의 여파로 현재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일본과 수요·공급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총리를 뜻하는 Abe와 경제 Economics의 합성어로 20년 가까이 침체된 일본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을 말한다. 현재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양적 완화를 통해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자 전력을 기하고 있다. 그동안 침체된 경기 등의 영향으로 20년간 지속된 저출산 문제가 청년 구인난을 부추겼다.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는 1월 일본 기업의 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 비율(유효 구인 비율)1.28라 밝혔다. 이는 24년 만의 최고치다.
 
취업, 왜 일본에 몰릴까
 
일본은 극심한 구인난으로 오와하라(おわハラ)’라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오와하라란 자기 회사에 지원한 구직자에게 기업이 더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말고 입사할 것을 약속하라고 강요하는 것을 이르는 신조어다. 구인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는 해외 인재채용을 장려하고 있다. 해외 시장 확대를 원하는 일본 현지 기업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인재가 필요해 한국인을 채용하는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다행히 일본에서 한국인 구직자에 대한 선호도는 높다고 한다. 일본 최대 취업 정보 제공 업체인 마이나비코리아 부사장은 한국인들은 영어 실력이 월등하며 업무 적극성이 높아 일본 기업에서 선호한다일본어를 할 수 있으면 스펙을 불문하고 일본 취업 시장 문을 두드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어학과 재학생 윤 씨는 한국의 취업난과 전공 특성상 일본으로 취업을 생각했다라며 문과는 취업이 어려운 한국에서 일본 취업은 정말 단비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들을 떠나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기업 문화에 박탈감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공기관에서는 정원을 14000여 명이나 덜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154분기 기준 공공기관 현재 인원은 273283명으로 정원이 28728명인 것과 비교하면 13999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관별로도 정원을 채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 결과에 따라 임금·예산·인력이 좌우되다보니 모든 경영 목표를 여기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사업에만 정부가 해마다 2조 원가량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역할을 해야 할 공공기관을 옥죄고 있는 정책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민경제 자문 회의를 주재해 일자리 중심으로 국정 운영을 더 강화해야 한다어떤 정책이라도 이것이 투자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느냐를 우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한 대기업이 공개채용에서 절박한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희망고문을 했다는 사건이 이슈였다. 이 기업은 2차 면접이 최종이라고 했던 말을 번복하며 지원 부서를 바꾸고 인·적성 시험을 치게 했다. 지원자들이 이를 악물고 준비한 결과는 전원 탈락이었다. 이를 두고 대기업이 절박한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갑질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일었다.
 
한편, 현대판 음서제로 지탄받는 고용 세습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1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 무려 4개의 기업 중 1곳은 큰 결격사유가 없을 경우, ‘정년퇴직한 직원 등의 가족과 자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서는 3곳 중의 1곳에서 고용세습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현실은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취업 준비에 한창이던 구직자들에게는 심각한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이에 희망을 잃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취업 준비생들이 한국을 떠나 해외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계 IT 회사에 입사한 김 씨는 한국에선 IT 직종도 취업이 어렵단 걸 깨닫고 일본 취업을 고려했다한국 기업도 지원해봤지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연봉 차이가 심했고 업무 강도는 높다고 판단해 일본계 회사로 입사했다고 말했다.
 
정부·기업, 해외 취업 권장
 
정부와 기업체들도 해외 취업 지원에 힘쓰고 있다. 코트라(KOTRA)28일 고용노동부와 함께 코트라와 세계일자리 Job()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는 해외 현지 취업시장과 각 대학별 특성을 고려했다. 현지 취업 성공자의 생생한 특강도 준비했다. IT분야 구인 수요가 높은 일본 지역은 틈새 공략형으로 구분했다. 또 초급 경력직 진출이 용이한 싱가포르 지역을 교두보형으로 구분해 인문계 재학생 비중이 높은 학교에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한국무역협회(무협)도 청년 일자리 창출 및 해외취업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와 무협은 30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일자리 지원센터에 ‘K-Move센터를 열었다.
 
무협은 일본뿐만 아니라 상해 기업과 동경에 진출한 한국기업 채용행사를 통해 청년·중장년의 국내 일자리 창출 및 해외취업·창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K-Move센터는 올해 6000개 기업에 청장년 구직자 8000여 명의 인력 알선을 목표로 세웠다. 또 맞춤 일자리 컨설팅도 지원할 계획이다. 개소식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해외 취업이 쉽지 않겠지만 열정과 꿈을 가지고 전문성을 갖추도록 철저히 준비한다면 세계는 여러분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의 취업 홈페이지 (www.jobtogetherworld.net)에서 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한국인을 채용하는 현지 기업 채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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