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4월 봄이 시작되면서 기업들 사이에는 벚꽃열전이 벌어지고 있다. 봄을 맞이한 소비자들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선 것이다. 특히 대다수 기업들이 봄나들이 상품은 물론, 벚꽃을 입힌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발맞춰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살랑거리는 모양새다. 줄곧 곤두박질치던 소비자심리지수가 3월 들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요서울]은 각사가 내놓은 봄 상품들은 무엇이 있는지,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선택하게 될지 미리 들여다봤다.
여행·식음료·숙박·가전 등 업종 막론 신상품 출시
소비자들의 마음은 어디로…소비자심리지수 회복세
올해 기업들의 벚꽃열전은 여행사와 유통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군항제와 여의도 봄꽃축제, 제주 왕벚꽃축제, 경포대 벚꽃축제 등 벚꽃과 관련된 상품들이 넘쳐난다.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는 각 지역별 벚꽃 축제를 소개하고 주변 숙박시설을 추천하는 ‘추천해 봄’ 기획전을 오는 8일까지 진행한다. 위에프 관계자는 “봄이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가족, 친구, 연인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전을 준비했다”고 전한다.
기차여행 전문 여행사 지구투어네트워크도 화개장터 벚꽃축제 관련 당일, 무박기차여행 코스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여의도 벚꽃축제와 관련해선 여의도동에 있는 특급호텔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마음 편히 밤벚꽃놀이를 즐기려는 가족, 연인 등을 투숙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그 외에도 테마파크 이월드는 오는 10일까지 제5회 이월드 별빛 벚꽃축제를 용인시는 에버랜드와 함께 용인 에버 벚꽃축제를 개최하는 등 전국이 모두 벚꽃으로 물들 준비를 마쳤다.
또 봄, 하면 백화점 봄맞이 세일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은 지난달 31일 봄 정기세일에 들어갔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0일까지,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오는 17일까지 할인행사를 이어간다.
특히 봄나들이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지역 백화점들도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해서 벌써부터 백화점 봄 정기세일이 소비자들의 얼어 있는 소비심리를 얼마나 녹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굳이 장소를 옮기지 않아도 봄과 벚꽃을 입은 상품들은 즐비하다. 가장 유명한 봄 상품 중 하나는 스타벅스 텀블러. 매해 스타벅스는 봄맞이 상품으로 고객들을 설레게 만든다. 올해 역시 스타벅스는 벚꽃 텀블러를 출시, 텀블러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울러 벚꽃을 패키지에 입혀 봄의 정취를 표현한 한정 제품들은 식음료, 화장품, 가전, 가구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LG생활건강, 미샤, 아모레퍼시픽 등 봄 여심을 노리는 화장품들의 경쟁을 시작으로 주류와 심지어 제과, 주방용품 업체들 까지 분홍, 노랑 등 봄옷 입히기에 여념이 없다.
소셜커머스 등이 모두 나서 봄나들이 기획전을 펼치는 모습만 보더라도 이와 같은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실제 쿠팡은 우리가족 봄나들이 준비물 기획전, 옥션은 취향별로 준비하는 봄철 건강 상품, 티몬은 봄맞이 패션기획전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이사철을 대목으로 보고 있는 부동산 시장과 대대적인 나들이 시즌의 소비심리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주식 시장까지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봄 하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기대와 전망
그렇다면 이들의 기대처럼 소비자들의 반응도 따라와 줄까. 더불어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원하는 만큼 따라와 주고 있을까. 현재로선 소비심리에 약간의 볕이 들고 있다는 조사가 나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0포인트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1월 이후 석달째 하락만 계속했던 소비자심리지수가 넉달만에 회복된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던 기업들의 체감경기 역시 5개월 만에 반등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의 업황 BSI는 68로 전달(63)에 비해 5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봄이 오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고, 그에 따라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조금씩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들도 상승했다. 3월 향후경기판단 CSI는 82로 전월보다 7포인트 올랐다.
업종별로 살펴봐도 경기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내구재 중 하나인 자동차 판매량도 늘어났고, 내수경기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 항공 물동량도 회복세다.
주택시장도 봄바람이 조금씩 일고 있다. 청약에 나선 대림산업, GS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에 따르면 대부분 물량이 청약율 10대 1에서 30대 1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실물경기도 호전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3월 내수 판매량은 역대 최대 3월 실적이 전망되고,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도 모두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봄맞이 관광수요에 항공여객 수치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월 국내 여객은 228만2466명으로 전년 동월(199만2490명)보다 14.6% 올랐다.
한편 재계 관계자들은 “매 해 봄맞이 시장을 어떻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일년 농사를 가늠해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다. 소비자도 기업들도 모두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이번 달인 4월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