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방만경영 실태 조사보고서
공기업 방만경영 실태 조사보고서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6-04-04 10:12
  • 승인 2016.04.04 10:12
  • 호수 1144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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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에도 신의 직장…일감 몰아주기 빵빵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공기업들의 방만경영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서울]이 감사원을 통해 입수한 ‘공공기관 경영개선 이행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야간 근무를 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5억여 원의 야근 식대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퇴직자 단체에 운영비나 사무실 임차보증금을 무상으로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밖에 한국전력기술,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사 등도 방만경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요서울]은 감사원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기업들의 경영 실태를 들여다봤다.

문제 지적 받고도 외면하다 재적발
인천공항·가스·관광공사 등 다수

감사원이 공개한 ‘공공기관 경영개선 이행실태’ 감사 결과 80건의 문제점이 적발됐다. 한국전력공사 등 10개 공기업이 최근 3년 동안 퇴직자 단체와 3400억 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국관광공사 등 13곳은 퇴직자 단체에 운영비 등으로 약 20억 원을 지원해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10월 34개 공기업과 3개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인천공항공사는 2014년부터 2015년 9월까지 실제로는 야간근무를 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5억4000여만 원의 야근 식대를 지급했다. 더욱이 감사원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시정하도록 주의요구를 받은 바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천공항공사는 기본연봉의 12분의 1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전년도 말 기본급 월액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 인천공항공사도 해당 내용을 시정할 것을 통보 받았으나 이를 개정하지 않았다. 과다 지급된 2억여 원도 환수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선택형 복지비를 기본급화 해 평균임금을 부당하게 증액한 사실이 드러났다. 직무급이라는 이름으로 선택형 복리비를 평균임금에 산정한 것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14년 7월 기획재정부가 평균임금에서 선택형 복리비를 제외하도록 지침을 세우자, 직무급이라는 수당을 신설하는 것으로 노동조합과 이면 합의했다.

직무급이 신설되면 평균임금이 올라가 결과적으로 더 많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가스공사가 신설한 직무급 규모는 120억 원에 달한다.

또 한국가스공사는 개선실적보고서에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기획재정부 지침을 준수한 것처럼 작성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무단 외부강의와 출장비 지급도 지적받았다. 앞서 한국가스공사는 감사원으로부터 사전신고 없이 총 420회의 외부강의를 나간 것에 대해 주의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스공사 직원 19명은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채 외부강의를 나갔고, 출장비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눈 가리고 아웅

이밖에 퇴직자단체나 퇴직자단체 출자회사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곳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4차례에 걸쳐 업무와 관련이 없는 퇴직자 단체에 2억7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공사 명의로 임대한 보증금 2억8000여만 원 상당의 사무실도 무상으로 제공했다.

한국전력기술은 2014∼2016년 설계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퇴직자 단체 운영업체에 59억8000만 원 규모의 기술인력 파견·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특혜를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전력공사는 용역 계약 방식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뀌자 위탁물량을 세분화해 발주하는 대신, 전체 물량의 85% 가량을 통합 발주하는 방법으로 퇴직자단체 출자회사 등에 일감을 몰아줬다. 전력계량설비 용역을 기존 발주 회사가 계속 발주 받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감사원은 “한국전력공사는 기존에 발주받고 있던 A사 외에는 해당 용역을 대규모로 수행한 업체가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A사에 85%가량의 일감을 몰아줬다”며 “A사가 취득한 계약 수익은 84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한석탄공사도 2011년부터 퇴직자 단체에 5500여만 원을 지급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직원들에게 근거 없는 수당을 지급하거나 성과급을 과다 지급하는 사례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도공 코레일(이하 코레일)은 편법적 임금인상 수단으로 운용되고 있는 ‘조정수당’ 지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라는 통보를 이행하지 않았다. 조정수당은 시간 외 근무수당 등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체하는 유형이다. 이로 인해 코레일에서 지출된 비용은 938억 원에 이른다.

직원과 직원가족에 대한 운임할인제도 및 무임승차제도 폐지 통보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2015년 6월까지 117억 원의 운임 수입 감소를 초래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이하 LH)는 감사원으로부터 퇴직 시기를 직원 출생일 기준으로 6월 30일과 12월 31일 연 2회 운영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개정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반대를 이유로 연말에 단 한 차례 실시되는 정년퇴직을 유지해온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추가 지급된 LH의 인건비는 15억 원에 이른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방만경영이 꾸준히 거론돼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감사원은 한국전력에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업체를 다수 육성해 독과점을 방지하도록 계약방법을 개선할 것을 통보했다. 또 업무와 관련 없는 퇴직자 단체에 예산 지원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감사원 측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임기제 기관장의 개선 의지 부족 및 권한의 한계와 노동조합의 요구로 인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확인을 통해 개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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