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재계 혼맥
새판 짜는 재계 혼맥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4-04 09:45
  • 승인 2016.04.04 09:45
  • 호수 1144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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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해요” 현대차-애경, CJ·대상 혼례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계의 혼맥 풍속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정략결혼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연애결혼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과 애경그룹이 사돈을 맺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번 두 기업의 '재계 혼맥'이 주목받는다. 앞서 이재현 CJ회장의 아들 선호씨의 결혼 소식도 들렸으며 대상그룹 임상민 상무의 혼례 소식도 이어졌다.

끼리끼리 ‘옛말’ 연애결혼 ‘증가’
법정 구속에 함께 못하는 총수 누구


과거 재계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가문과의 정략적인 혼사를 통해 단단한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재계 혼맥이 재계 혼인과 정계 혼인를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연애결혼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업계는 이를 두고 재계 총수들의 결혼관이 보다 유연해졌고, 당사자들 또한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씨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차녀 수연 씨가 오는 1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선동욱 씨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이다. 정성이 고문은 1962년생으로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졸업, 1985년 대전선병원 설립자인 고(故) 선호영 회장의 차남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했다.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예비신부 채수연 씨는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차녀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성균관대 재학 시절 부인 홍미경 씨와 결혼, 장녀 채문선 씨와 차녀 채수연씨 등 1남 2녀를 뒀다. 채문선 씨는 애경산업에서 근무하다 2013년 7월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와 결혼한 바 있다. 세아그룹은 세아제강을 포함한 23개 계열사를 지닌 그룹매출 7조 원대의 철강전문 기업이다. 재계 50위권의 회사다. 채수연 씨는 미국 코넬대를 졸업했다고 애경그룹은 밝혔다.

만만치 않는 인맥들

두 가문은 이미 대기업 가문들과의 탄탄한 혼맥으로 유명하다. 
할아버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혼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국내 각계각층에 방대하게 퍼져 있다.
현영원 신한해운 회장의 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딸 김영명 씨를 제외하면 정몽구 회장의 형제들 대부분 평범한 집안의 여성과 결혼했지만 자식들은 재계부터 법조ㆍ의료ㆍ교육ㆍ방송계 집안 등과 혼인을 맺으면서 현대가를 중심으로 화려한 혼맥을 형성했다.

한편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씨는 그룹 코리아나 멤버 이용규 씨의 딸 이래나 양(22)과 오는 4월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선호 씨와 이래나 양은 시내 모처에서 양가 가족만 모인 가운데 결혼식을 올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듣고 지난 설 무렵부터 “내가 어찌 될지 모르니 너라도 빨리 가정을 꾸려라”라며 가급적 빨리 결혼할 것을 종용했다고 CJ관계자는 전했다.

CJ그룹에 따르면 양가는 이 회장이 투병중인 것을 고려해 식은 치르지 않고 다음달 결혼을 기념해 조촐하게 양가 가족들끼리 식사자리를 갖는다.
이재현 화장은 현재 서울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아들 선호씨의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말께는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차녀 대상㈜ 임상민 상무가 결혼했다. 
대상그룹에 따르면 임상민 상무와 화촉을 올리게 된 국유진 씨는 미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과를 조기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친 금융전문가다. 결혼 당시 사모펀드회사인 ‘블랙스톤’ 뉴욕 본사에서 근무 중이었다.

국유진 씨는 부모님과 당사자의 뜻에 따라 결혼 후에도 전공을 살려 뉴욕 본사에서 변함없이 근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임상민 상무는 결혼과 함께 대상의 뉴욕 지사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질투 어린 시선 여전해

그러나 여전히 대기업 혼맥에 대해 시기 어린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연애결혼이라고는 하지만 그들만의 결혼으로 비쳐지는 시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연애도 끼리끼리만 한다. 드라마판 재계신데렐라를 현실에서 꿈꾸기는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뜨겁게 달궈진 네티즌들의 비판성 글들이 인터넷을 끊임없이 항해하고 있어 화촉을 앞둔 기업에 자칫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축복받아 마땅한 일에 재벌가라는 이유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대기업 혼맥이 주로 정·관계 인사들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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