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작품 시리즈로 어머니와 여성의 강한 생명성 표현

거꾸로 사는 편안한 자유
서숙양 작가가 철저한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온 데는 그 이유가 있다. 지난 시절, 갑자기 찾아온 암과 싸워야했고, 다른 병마로부터도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이 위기의 순간에 서 화백은 긴장, 또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무섭도록 파고드는 바이러스나 병을 의식한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일상 속에서도, 창작 속에서도 자신을 편안하게 놓아둘 수가 없었다. 몸을 긴장시키는 일은 몸매관리를 위함이 아니라 성전인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었다. 이는 작품 활동을 하는 자신의 창작열을 더 극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경험은 당연히 평범치 않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게 했고, 단순한 시간의 낭비는 죄악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게 했다.
흙으로 빚어본 새 생명
대학생 때 도예학도로 만졌던 흙을 최근에 다시 만지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흙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거대한 폭풍처럼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형작품 하나하나가 탄생할 때마다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에 “흙으로 사람을 지으사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신”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처음 아무 것도 아닌 흙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켜가면서 서 작가는 종교적인 격한 감동과 작품에 대한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호박’으로 ‘오감’을 표현하는 비지땀!
외국 아트페어나 국내 전시회에 참여하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서 작가는 창작에만 몰두하고 있다. 세상의 라이벌은 외국의 유명작가나 한국의 유명작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에서 오로지 최상의 결과물만을 생각하며 고된 밤을 보내고 있다. 자신이 쌓아온 내공이 바로 나의 경쟁 상대이자 나의 적이기 때문이다.
‘오감’이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하기 위해 고된 작업을 인내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흙으로 ‘호박’을 완성해가고, 다시 깨뜨려 가루를 내고, 그것으로 작품을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은 동영상으로 직접 촬영한다. 작업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과 재창조하는 흙과의 일체를 느낀다.
따뜻한 손으로 차가운 흙을 만지면 그 질감이 전해져오고, 흙을 새로운 조형물로 탄생시켜간다. 지난 시절, 엄마의 죽음을 24시간 지키면서 따뜻했던 어머니의 손이 점점 차가워지는 걸 느꼈었다. 이제 사람의 피부나 흙의 질감이 비슷해졌다. 그릇은 담기 위함도 있지만, 비우기 위해 존재한다.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자화상을 흙을 통해 느낀다고 한다. 애써 작업한 호박 작품이 갈자져 있는 걸 발견하고 거의 한 달 동안 불면의 밤을 보냈다. 흙이 구워지고 갈라지는 과정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자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 작가는 날마다 크게 쓰임 받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코리아 파워 리더 대상’ 문화예술 부문 수상
창작활동은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나와의 싸움이다.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인 동시에 결코 끝낼 수 없는 끈질긴 사투다. 회화 작품에서 흙으로 영역을 넓힌 서 작가는 나무와 철 등 다른 소재로 탐험을 시작하고 있다. 흙 이외에 다른 자연물들이 궁금하고 다른 질감에서 오는 새로운 창작의 희열을 완성시켜나가기 위해서다.
서숙양 작가는 한국현대조형미술대전 최우수상, 미국 초대작가 순회전 우수작가상, 한국 구상대전 다프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대한민국 인물 대상’ 서양화 구상 부문, ‘2015 코리아 파워 리더 대상’ 문화예술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호박 작가로 강한 생명력 표현
서숙양 작가는 최근 다양한 전시 준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4월 18일부터 22일까지 홍대 현대미술관 석사청구 개인전, 4월 22일부터 28일까지 ‘선물’ 정수갤러리 개인전, 4월 22부터 27일까지 코리아아트페스타 2016 대한민국선정작가전을 한전아트센터에서 전시한다. 또한, CIOFF KOREA 국제 문화예술축제 문화위원으로 예술 축제도 준비 중이다.
최근 흙 작업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오는 선물들을 깨닫고 대지로부터 이어진 호박의 꼭지가 말해주는 강한 생명력에서 엄마의 탯줄을 상징화하게 되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잉태하고 탯줄에 서로 연결되어 생명을 이어가고 세상에서 또 다른 엄마로 살아가는 나, 바로 여성의 상징성을 이번 호박작품 시리즈로 이야기할 예정이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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