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바로 서려면 조세형평이 이뤄져야”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700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아 출국이 금지된 조동만(62)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최근 패소가 확정되며 재벌들이 세금을 체납한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이 매년 공개하는 고액 체납자 명단에는 조 전 부회장을 비롯해 기업 경영인 또는 그 가족이 상당수 올라 있다. 고액 체납 재벌총수 중 다수는 그룹이 부도가 나서 몰락의 길을 걸은 경우이다.
정태수(92) 전 한보그룹 회장과 최순영(76)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체납액은 국세청을 통해 공개된 시점을 기준으로 각각 2천252억여 원과 1천73억여 원으로 조동만 전 부회장의 체납액 709억여 원보다 많다.
주수도(59) 전 제이유개발 대표가 570억여 원을 체납해 뒤를 이었다.
밀린 세금의 30% 이상을 납부하면 체납자 명단에서 삭제될 수 있지만 이들은 최대 13년째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정 전 회장과 최 전 회장은 2004년, 조 전 부회장은 2013년 각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 전 대표의 이름은 2011년 공개됐다.
세금 납부 의무가 발생한 시점부터 1년이 지나야 고액 체납자 명단이 공개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납부를 미룬 기간은 더 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일부는 비록 그룹이 몰락했지만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최 전 회장이 체납한 지방세를 징수하기 위해 가택을 수색한 끝에 금품 1억여 원을 압류한 바 있다.
조 전 부회장은 2011년 출국이 금지되기 전까지 총 56차례에 걸쳐 출국해 503일 동안 해외에 머물렀지만 출국금지를 둘러싼 행정소송 과정에서 여행 경비에 대해 뚜렷하게 소명하지 않았다. 조 전 부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소송을 심리한 1·2심 재판부는 모두 “소송 과정에서 (조 전 부회장이)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도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조세범처벌법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산을 숨기거나 빼돌린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경우 검찰은 국세청 또는 세무서의 고발을 접수해야만 체납자를 재판에 넘길 수 있다.
누리꾼들 반응은?
“나라가 바로 서려면 조세 형평이 이뤄져야 되는데….”(다음 아이디 ‘옹고집’)
최근 누리꾼들은 조세의 형평성을 주장하며 세무당국의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글을 많이 올렸다.
다음 아이디 ‘우산봉’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명확한 우리나라 세무법이다. 서민이 세금 밀리면 전기·수도 벌써 끊겼을 거다”라고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포털 이용자 ‘온달’은 “서민들은 세금 못 내면 죽는 줄 안다”라고 지적했고, 아이디 ‘Zxm오스토리’는 “힘없는 사람이 결국 내는 게 세금”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 ‘나리타’는 “먼저 모범을 보여라. 세금 성실 납부는 그 기업의 얼굴을 빛나게 한다”며 세금 성실 납부를 촉구했다. 세무당국의 대응을 비판하거나 강력 대응을 주문하는 누리꾼도 많았다.
네이버 아이디 ‘akaz****’는 “서민들에겐 악착같이 이자까지 붙여가면서 세금을 받으면서 부자들에겐 후하네”라고, ‘teah****’는 “일반사람들은 체납되면 집이고 차고 바로 차압 들어오더만. 저 사람들은 왜 놔두냐?”라고 비꼬았다.
‘ratm****’는 “직장인이 푼돈이라도 돌려받겠다는 연말정산은 쥐잡듯이 보면서… 처벌할 의지가 없는 거지. 명단 공개하면 뭐하나? 아무런 제재도 없는데”라고 고액 체납자에 대한 제재 강화를 요구했다.
네이버 누리꾼 ‘reos****’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마치 그들이 죄를 지었고 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은 것보다 세금에 대해 부당한 뭔가 있지 않은지부터 국가에서 챙겨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금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것이 사회적 모순이 아닐까요”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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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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