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고 얕봤다간 큰코 다친다…신종 꽃뱀 주의보 발령
어리다고 얕봤다간 큰코 다친다…신종 꽃뱀 주의보 발령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4-03 16:25
  • 승인 2016.04.0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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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남성 등치는 ‘10대 꽃뱀 사기단’을 아십니까
<뉴시스>

채팅·유인·미행담당 등 역할 나눠 예행연습까지
빌린 차에 숨어 있다가 현장 급습 후 구타·갈취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성매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일부 철없는 남성들에게 ‘꽃뱀 주의보’가 발령됐다. 조건 만남을 미끼로 남성을 유인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10대 꽃뱀 사기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큰 처벌을 받지 않는 법의 울타리 안에서 점차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었다. 일부 엽기적이고 잔인한 수법에는 경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달 15일 채팅 사이트에서 “조건 만남을 하자”며 40대 중반 남성을 유인해 집까지 따라간 뒤 강도 행각을 벌인 ‘10대 꽃뱀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조건만남을 미끼로 만난 40대 남성 D씨의 자택에서 이 남성을 폭행·협박해 520여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A(18), B(18)군 등 5명과 C(18·여)양 등은 지난해 8월 16일 수서역 인근에서 만나 각각 채팅담당, 유인담당, 미행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아는 형 이름으로 차량을 임대했다.

C양은 다음 날인 지난해 8월 17일 채팅사이트에서 조건만남을 하자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C양은 이에 넘어간 D씨와 같은 날 오전 6시 30분 용인시 수지구 한 모텔촌에서 만났다.

D씨는 모텔이 아닌 자기 집으로 가자고 했다. C양과 D씨는 같은 구에 있는 D씨의 집으로 임대한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다. A, B군 등은 C양과 D씨의 뒤를 밟았다.

D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C양이 성매매를 하지 않고 밖으로 나오자 A, B군 등 5명은 C양과 함께 곧바로 D씨의 집 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침입했다.

이들은 D씨를 20여분간 폭행해 520만 원을 뜯어내고, 주방에 있던 흉기로 D씨를 위협하면서 “신고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후 D씨의 온몸을 전기 케이블 선으로 칭칭 감아 화장실 변기에 묶어두는 행각도 벌였다.

경찰은 지난해 8~9월 “성인 남성과 조건만남을 하면 월 400여만 원을 벌 수 있고, 명품 가방을 사준다”며 알고 지내던 여성 청소년들에게 성매매를 권유한 E(18)군 등 2명을 수사하다 C양이 A, B군 등과 강도 행각을 벌인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C양 등 여성 청소년을 제외한 6명은 모두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명은 다른 범죄로 이미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유흥비가 필요해 범행을 했다. 처벌하면 되지 왜 귀찮게 하느냐”며 “이전에 붙잡혔을 때에도 크게 처벌받지 않아 두려움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 등 3명을 구속하고 B군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E군 등 2명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D씨는 이들의 폭행으로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음에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면서 “수차례에 걸쳐 피해 진술을 요청했으나 이들이 집까지 알고 있다며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차량 탈취, 감금까지

올 초에도 비슷한 유형의 ‘꽃뱀 사기단’이 덜미를 잡혔다. 조건만남으로 유인한 30대 남성을 협박하고 때려 금품을 빼앗고 차량까지 탈취해 감금한 10대들이 붙잡힌 것이다. 지난 1월 6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강도상해 등의 혐의로 박모(19)군과 A(16·여)양 등 5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모텔에서 A양과 조건만남을 한 B(39)씨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뒤 신고할 것처럼 협박해 3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B씨의 차량을 빼앗고 B씨를 트렁크에 가둔 뒤 약 3시간 동안 끌고 다니기도 했다. 감금당했던 B씨는 송파구 마천동의 한 도로에서 박군 등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 차량의 키를 뽑고 인근 부동산으로 피신해 경찰에 신고했다.

박군 등은 B씨가 도망가자 빌려뒀던 렌터카를 타고 달아났지만, 천안고속도로 남공주나들목 인근에서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에 사는 박군 등은 동네 선후배 사이로 렌터카 2대를 빌려타고 서울에 올라와 일주일 전쯤 인터넷게임으로 만난 A양에게 조건만남 유혹을 권유했다.

둔기로 살인 후 도주

10대 가출여고생이 낀 일당이 조건만남을 미끼로 40대 남성을 모텔로 유인한 뒤 마구 때려 숨지게 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14년 4월 양모(16·여) 양과 이모(25) 씨 등 20대 남성 3명은 조건만남을 미끼로 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한 모텔에서 김모(47) 씨를 만났다.

10만 원을 주고 성관계를 맺기로 하고 모텔에서 양 양을 만난 김 씨는 양 양의 낌새가 수상해 ‘꽃뱀 일당’임을 눈치 채고 자리를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이 씨 등은 모텔 앞에서 김 씨를 붙잡아 마구 때리고 주변에 있던 둔기로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이들은 머리에서 많은 피를 흘리는 김 씨를 자신들의 차에 태웠다. 차 안에서는 시계와 현금, 신용카드 등을 빼앗았다. 이후 김 씨가 깨워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자 이들은 이날 오후 1시쯤 탄방동 인근 노상에 숨져 있는 김 씨를 태운 자신들의 차량을 버려두고 그대로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 씨를 폭행한 뒤 차에 태우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 TV를 확보해 노상에 버려진 차량을 발견했지만, 김 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갑자기 김 씨가 의식을 잃어 병원에 데려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무서워서 차를 그대로 버렸다”고 진술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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