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지 43.2% vs 유지 37.4%…여론 폐지 우세
성매매 여성, 단속 피하려 3층서 뛰어내리기도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성매매 특별법과 관련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합헌”으로 판결했다. 성매매 처벌 조항에 관한 위헌 논란은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제정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성매매 여성의 주장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위헌성 논란의 중심은 결국 ‘생계를 위한 성매매’ 허용 여부에 있다. 이번 합헌 판결로 성(性)을 산 사람과 판 사람 모두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처벌을 내리면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은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단속 방식에 있어 인권 침해가 상당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헌재)에서 지난달 31일 자발적 성매매 행위를 처벌하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합헌’으로 판결했다. 성매매 행위 처벌조항은 제정 이후 12년 동안 위헌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헌법 소원을 낸 경우는 총 7건으로 이 중 4건은 이미 각하나 합헌으로 결정이 났다.
그런데 2012년 헌재에 성매매 여성이 직접 해당 조항에 대한 합헌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청구했다. 이에 헌재는 3년여 만인 지난달 31일, 긴 심리를 거쳐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성매매 특별법 뜨거운 찬반 논란
헌재는 지난해 4월 이 사건에 대해 공개 변론을 열어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뜨거운 찬반 논란을 방증했다. 당시 최태원 검사는 “성매매는 인간 존엄성과 모순된다. 선량한 성 풍속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성매매를 금지·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청인인 성매매 여성의 법률대리를 맡은 정률 변호사는 “생계형 성매매 여성의 경우 대부분 생계유지의 수단이 없는 상황”이며 법원은 “자발적인 성인 간의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됨에도 해당 조항은 변화된 사회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속에 멍드는 업소 여성 인권
지난달 23일 불법 마사지 업소서 일하던 40대 여성이 경찰에 단속되자 3층 건물에서 뛰어내린 사건이 있었다. B씨는 “옷을 갈아입고 신분증을 가져 오겠다”며 방에 들어간 뒤 그대로 3층에서 뛰어내렸다. 같은 혐의로 단속에 걸린 적이 있던 B씨는 “또 벌금을 내거나 처벌을 받을까봐 두려워 순간적으로 뛰어내리게 됐다”고 진술했다.
집창촌 여성의 인권은 바닥에 떨어져 있다. 한터전국연합회 성노동자 대표 장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합헌 발표를 보고 울었다”며“집창촌에서 성매매 하는 여성들은 생계형이 대다수로 열악한 환경에서 피눈물 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단속에서 인격적 모멸감을 느낀 적이 많다”고 밝혔다.
경찰들이 긴급체포를 하는데 현장 증거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고 실오라기 한 장 걸치지 못하게 한 상태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위헌 심판을 제청했던 김정미 씨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으로 취급도 안 하는 것처럼 저를 쳐다보고, 일종의 학대 느낌을 받아서 제가 위헌 신청을 냈다”며 알몸 단속에서 느낀 수치심을 언급했다.
탁상공론뿐인 탈성매매 정책안
헌재는 “처벌 없이도 성매매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여러 제도적 방안을 두는 등 처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장치도 마련해 놓고 있으므로 성판매자에 대한 처벌이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 대표는 생계형 성노동자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며 혀를 찼다. 그는 “신청을 하면 성노동자였다는 기록이 영원히 남는다”며 “정부 지원 수업을 수료하면 월 40만 원이 나오는데 당장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생계형 성노동자들에겐 현실성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성노동자 대표 장씨는 “교육도 요리, 미용 등에 한정돼있다”며 “성매매 특별법은 성노동자들이 탈성매매할 수 있도록 교화·재활하는 것보다 처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 대표는 “당시 김정미 씨가 2만 원 벌어 벌금으로 100만 원을 냈다”며 “벌금을 내려면 손님을 50명 더 받아야 하는데 도대체 누가 포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합헌 결과에 “참담한 심정이다”라며 “성노동자들은 어린 나이에 생계를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여 어쩔 수 없이 이 직업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면서 “성노동자도 국민이고 바닥의 삶을 사는 약자인데 최고의 법관이 되신 분들은 우리의 사정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편, 특별법을 폐지할 경우 성매매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에 강 대표는 근시안적 시각이라며 “성매매 특별법이 생기고 집창촌이 줄었냐”며 “실효성 없단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응수했다. 성매매 단속은 풍선효과를 야기한다며 강 대표는 “처벌만 강화하면 성매매는 오히려 더욱 음성적으로 빠져 통제 불능 상태가 될 것”이라 우려했다. 실제 프랑스에서 성매매를 강력 단속하자 옆 나라 독일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사회적 공감대 반영했나
법의 목적이 ‘건전한 성 풍속의 확보’라는 법무부 주장에 정률 변호사는 “백 번 양보하더라도 사생활 영역까지 국가의 형벌권이 필요한지 강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건전한 성 풍속은 그들만의 기준이다”라며 “여론 조사 결과도 법 폐지가 우세했고 법은 이런 사회적 인식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리얼미터가 성인 538명을 대상으로 성매매 특별법 관련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4.2%포인트)를 한 결과, 폐지 43.2%, 유지 37.4%로 여론은 폐지 의견에 손을 들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벌금으론 세수를 확보하고, 선거를 앞두고 일부 단체의 표심을 노리는 건 아닌가라는 말도 조심스레 나왔다.
주 사안은 생계형 성노동자도 처벌대상이냐는 것이다. 공개 변론 당시 ‘미아리 포청천’으로 불렸던 김강자 전 총경도 참고인으로 나와 “생계형 성매매는 두고 단속을 강화하자”며 일종의 공창제 도입을 주장했다.
누리꾼들은 ‘건전한 성 풍속 생각하며 간통은 합헌이고 성매매는 불법이냐’, ‘일관되게 판결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강 대표는 “탈성매매를 위한 시의에 맞는 후속 법안이 필요하다”며 곧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헌 판결에 관한 논란은 쉬이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