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방불케한 노량진 수산시장…대체 무슨 일이?
전쟁터 방불케한 노량진 수산시장…대체 무슨 일이?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4-01 20:56
  • 승인 2016.04.01 20:56
  • 호수 1144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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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건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 수협 “들어와” VS 상인 “못 간다”

상인 수협, 시장 종사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했어야

수협 상인회, 수십 차례 진행된 합의 부정, 억지 주장 펴

▲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내 최대의 수산물 전문 도매시장인 노량진 수산시장이 반으로 쪼개졌다. 지난해 말 노량진 현대화시장이 완공된 가운데 새 건물로 이전하라는 수협중앙회(이하 수협)의 통보를 상인들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신축건물이 수산물 도매시장에 맞는 시장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며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에 이어 오늘도 양측이 심한 몸싸움을 벌여 시장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현재 서로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 현대화사업은 기존 시장의 노후화로 인한 시설 및 식품 안전성 문제와 도심형 관광명소화를 목적으로 2004년 말부터 추진됐다.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크고 위생적 환경을 조성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시대 흐름에 맞춰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2012년에 총 2241억 원(국비: 1540억 원, 수협중앙회: 701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착공된 공사는 지난해 12월 지하 2·지상 6층의 규모로 완공됐다.
 
갈등 최고조에 달해
급기야 몸싸움까지
 
올해 1월 예정된 전면 개방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수협은 올해 115일까지 새 건물로 입주하라고 상인들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신축건물이 그동안 얘기해왔던 시장 여건과 다르다며 이전을 거부했다. 신축건물이 수도권의 수산물 유통물량 40% 이상을 처리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115일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지만 수협은 2개월 연장을 하면서 입주를 촉구했다.
 
315일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일부 상인들은 새 건물로 들어가 영업을 했다. 그러나 나머지 상인들은 계속해 입주를 거부했다. 21일부터는 수산시장에 건장한 사내들이 나타나 폐쇄 경고문을 붙이고 벽에 라커 칠을 해댔다. 전운이 감돌던 시장에 26일 결국 일이 터졌다. 검은 옷 입은 사내들이 들이닥쳐 야외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부수기 시작했고 이를 말리는 상인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상인들은 수협이 용역을 불러 폭력을 휘두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무엇이 쟁점?
기존 상인들의 주장은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이하 비대위)와 남아 있는 상인들은 우선 신축 건물의 공간 협소와 실외기 문제를 이유로 들며 입주를 반대하고 있다. 이채호 비대위 공동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요구는 현재 1층으로 된 기존 시장을 1:1 비율로 수평이동을 원했던 것이라며 신축 건물은 경매와 판매자리가 1층에 다 있는 것이 아니라 2층으로 분리돼 있어 영업 특성상 불편하다고 말했다. 수산물을 도소매 하는 모든 과정이 1층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화시장의 1-2층에는 경매 및 판매시설, 식당 등이 들어서 있고 나머지 층에는 각종 수산물 처리 시설, 사무실, 주차장, 편의시설 등이 있다.
 
이 사무국장은 또 기존 시장과 현대화 시장의 점포 공간이 1.5평으로 동일하다고 하지만 그건 서류상일 뿐 실제론 더 좁다경매 장소도 기존에 비해 3분의 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실외기(수조의 온도를 냉각시켜 수온 조절)가 점포와 멀리 떨어져 있어 수온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더구나 야외의 한 장소에 다 모여 있어 하중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소통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수협 측이 설계 이전부터 시장 종사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했어야 했다면서 아무런 논의 없이 복층으로 설계해 우리는 당연히 이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협이 과거 카지노와 호텔 등이 포함된 복합 리조트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다가 탈락한 적이 있다이는 부동산 투기에 주력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수협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입주를 거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임대료는 작은 문제일 뿐 입주가 가능할 때 사측의 임대료 인상에 대한 근거 자료를 가지고 충분히 논의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호 사무국장은 향후 대책과 관련해 수협이 89년 전통의 문화유산적 가치와 문화를 가진 노량진 수산시장을 없애려 한다면서 현 시장을 보수·개조하는 리모델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존 시장에 남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상인들은 최근 자주 나타나는 용역들 때문에 장사하기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20년째 활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왕모(, 53)씨는 용역 직원들이 어슬렁거리며 위화감을 조성해 장사하기가 무섭다현재의 영업 환경을 해치지 말고 그대로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의 사업을 이어받아 2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허모(, 41)씨는 우리가 죄인 취급받는 것 같다장사하는 데 집중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 대화로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정대웅 기자
수협의 주장은?
 
수협은 비대위가 주장하는 용역은 용역이 아니라 경비업체의 직원이라고 밝히며 현재의 인력으론 기존 시장 관리가 어려워 시설관리업체의 직원을 고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협 관계자는 비대위의 여러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문제해결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양해각서’(2009.7.8)와 판매자리·입주조건을 명시한 합의서’(2015.7.27), 임대료 및 보증금 합의서’(2015.7.27), 전용면적이 1.5평임을 나타내는 도면을 보여주며 비대위가 그동안 체결하고 합의했던 모든 약속과 신뢰를 부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간 협소 문제에 대해 개발을 위한 바닥 면적이 제한돼 있어 상인들을 위해 복층으로 계획했지만 상인들이 1층만 점유하기를 주장해 그런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실제 평수를 보면 46평 늘어났다. 좁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2층에는 활어를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건어물·젓갈·식자재 판매장이기 때문에 비대위가 주장하는 영업상의 불편함과는 거리가 멀다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층 판매장의 입점이 거의 완료된 상태며 전체 상인 682명 중 약 300(40%)의 상인이 이미 신축건물에 입주했다라고 밝혔다.
 
수협 관계자는 경매 시설에 대해 기존 경매 시설은 차가 사방에서 경매장 가까이 들어와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다신축 건물의 시설은 하역 데크가 만들어져 화물차량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위생 안전 확보와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포 공간이 1.5평으로 좁다고 주장하는 비대위의 주장에 실제 크기는 변함이 없다고객 대면 면적을 늘리기 위해 가로를 넓히고 세로를 좁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고객이 지나다니는 통로까지 시설을 내놓는 기존의 관행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점포 면적 1.5평이 그려진 도면을 확인하라는 안내문(2012.11.23)에 상인 대표자들이 모두 서명했다이미 확인해 서명했는데 이제 와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실외기 문제에 대해 공기 순환을 위해 당연히 외부에 있어야 한다하중 문제는 이미 기술적 판단을 거쳐 통과된 것이고 만약 문제가 우려됐다면 허가가 안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 관계자는 그동안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대위의 주장에 대해 억울함을 밝히며 “2007년부터 워크숍, 설명회, 간담회 등 수많은 회의를 거쳐 2009년 상호·협력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라며 충분한 소통을 안 했다는 비대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또 그런 소통의 과정을 통해 2015년에 4가지 합의사항(판매 위치, 입주 조건, 관리비, 보증금)을 확인해 서명했다면서 합의 당시 상인 대표자들과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지노를 둘러싼 수협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지난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개발사업 공모에 신청한 건 사실이라며 부지 활성화가 진행돼 손님을 빠른 기간 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신청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상인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상업시설을 포함한 복합문화시설을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가 제안한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에 대해 그는 사업 초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조사에서 리모델링은 4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서 제외됐던 것이라며 신축건물이 완공된 지금 이 시점에 리모델링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입주를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일부 상인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수협 관계자는 이번 갈등에 대해 시위를 주도하는 일부 간부들의 이기적인 생각에서 비롯됐다본질은 민주적 절차, 합의를 모두 뒤집고 자기 욕심을 채우겠다는 일부 상인들이 만든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문제가 많아서 엉망진창의 시설이었다면 이미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던 시점은 많이 존재했다특정 개인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결부시켜 마치 자신들의 생각이 전체 시장 구성원의 의견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축 건물 상인들, 마음은 편하다
 
한편 현재 현대화시장에서 일하는 상인들은 영업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들 또한 일부 기득권을 가진 상인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인 A씨는 장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시설이 깨끗하고 넓은 주차시설과 야외 공원에 각종 편의시설까지 있어 손님들의 일일생활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반대를 주도하는 일부 상인들은 대부분 대통로에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우리는 그곳을 청담동이라 부르는데 그 사람들이 다른 상인들에게 무언의 압박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잡아두려고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다른 의견을 내면 배신자 취급한다무기명 찬반 투표해보면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회사 편도 아니고 상인 편도 아니다라고 밝힌 상인 B씨는 여기서 장사하는 데 큰 불편은 없다사실 좋은 자리에서 일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는데 여기로 넘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을 진행했던 상인 대표들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측면이 크다다른 것보다 여기 오니 마음이 참 편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그래도 상인들끼리 헐뜯고 얼굴 붉히며 싸워선 안된다아무것도 모르는 연세 많으신 상인들에게 피해가 안 갔으면 좋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 수협은 이전을 거부하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공사 위약금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이다. 현대화시장이 당초 올해 1월 개장 예정이었으나 3개월여 지연돼 기존 부지에 복합문화시설을 개발하려는 계획이 중단됨에 따라 발생하는 매달 15억여 원의 위약금에 대한 것이다. 또 명도 소송도 곧 착수할 방침이라 밝혀 수협과 상인 간의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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