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 재산증식과 관련해 말들이 많다. 형성 과정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그의 재산증식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진 검사장이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관련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금융정보분석원 근무…김정주 대표와도 대학동기
檢,내부서도 “이해할 수 없어”…직무 무관 특혜?
‘장외 거래를 통해 매입한 주식이 10여년 만에 30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금액이 126억 원이다’ 주식시장에서 있을 법한 일이다. 이례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 주인공의 과거 경력이 알려지면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혜 없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겠냐는 의혹이다. 매입 당시의 직무 관련성 여하 등도 의문의 꼬리를 잡고 있다.
그는 누구?
이 주인공은 진경준 검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진 검사장은 2015년 재산 신고 때 변동내역은 공개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이번에 처음으로 재산 내역이 공개되면서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는 지난해 게임회사 넥슨의 주식 80만1500주를 126억 원에 처분했다. 전체 재산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56억5600만 원으로 신고했다. 검사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식을 통해 거액의 재산을 형성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자료를 공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2005년 당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여러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듬해 매출액이 2400억 원에 이르는 등 우량 회사로 꼽혔다.
한 증권사 직원은 “김정주 넥슨 회장의 방침에 따라 국내 증시에 상장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상장만 했다면 엄청난 투자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 없이는 투자하지 못한다. 넥슨 주가가 2005년에 견줘 그동안 엄청나게 올라서 매도 기회가 많았는데, 10년 동안 팔지 않고 최근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한 정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진 검사장이 과거 금융정보분석원에서 근무했고 넥슨 김정주 대표와 대학 동기였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심하는 눈초리는 더 많아졌다. 진 검사장은 2002~2004년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근무, 2009~20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경력과도 맞물리고 있다.
여기에 진 검사장이 지난해 자신이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이 되기 전에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직무 관련성 심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더욱 증폭된다.
공직자윤리법에선 3000만 원 이상 주식을 가진 고위공직자가 계속 주식을 보유하기를 원할 경우 한 달 안에 백지신탁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해야만 한다. 심사 후 직무연관성이 있다는 결정을 받으면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신탁위에 맡겨야 한다.
특혜 의혹
진 검사장과 김정주 넥슨 대표가 서울대학교 동기로 알려지면서 친분을 이용해 해당 주식을 액면가보다 더욱 저렴하게 샀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추측마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진 검사장은 ‘서울대 동기인 김정주 넥슨 대표의 부탁으로 사업 초창기 넥슨에 투자하면서 주식을 받았다. 백지신탁위원회의 매각 명령에 따라 처분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질 뿐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진 검사장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재산을 모았더라도 국민적 의혹이 불거진 만큼 해명을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에게는 민간인보다 더 엄격한 윤리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정·부패와 연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이밭에서 신발끈도 고쳐 매지 않는다’, 즉 국민의 오해를 부르는 행위조차 삼가겠다는 자세가 기본이다”며 진 검사장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진 검사장은 이와 관련 몇몇 기자들에게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지난달 31일에는 입장자료를 통해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가 알고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이민을 가려는데 급히 주식을 팔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입을 제의해 여럿이 같은 가격에 샀다”고 했다.
이어 “1주당 수만 원에 매입했고, 넥슨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향을 미친 적이 없다”며 주식보유와 검사 직무는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이날 진 검사장의 해명은 법무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법무부는 조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