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올가미 삼성라이온즈 이러지도 저러지도…
불법도박 올가미 삼성라이온즈 이러지도 저러지도…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03-28 11:21
  • 승인 2016.03.28 11:21
  • 호수 1143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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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중일 감독<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주인공을 뒤바꿀 정도로 한국프로야구(KBO)에 불어닥친 불법도박 태풍은 매서웠다. 극적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승환이 미아가 될 뻔했고 관련 선수들 역시 퇴출되거나 보류되며 마운드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명실상부 명문 구단 명성을 이어온 삼성라이온즈는 치명상을 입고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해 올 시즌 성적에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신축구장·새 유니폼 등 명문구단 도약 플랜…불법도박 파문에 퇴색
  수사 지연 ‘참고인 중지’ 대안으로 부각…불펜 플랜B 여전히 빨간불


불법도박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삼성은 지난 19일 새로운 홈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개장식을 열고 새 시즌을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또 삼성은 2008년부터 착용했던 기존 유니폼 디자인과 결별하고 기본의 핀 스트라이프가 사라진 대신 흰색 부분이 강조된 새 유니폼도 선보이는 등 명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구단의 의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이 같은 변신은 구단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난해 불법도박파문으로 훼손된 구단의 이미지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축소되고 있다.

당초 삼성은 올해 새 구장 개장에 맞춰 대대적인 팬 서비스를 통한 메이저리그 식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이 때문에 낡은 구장을 대신해 대대적인 투자를 거쳐 새 구장을 완공했고 여기에 맞춘 새 유니폼을 선보인 것도 그 계획의 일환이었다. 또 이와 더불어 2014년 통합 4연패를 이루고 지난해 통합 5연패라는 한국 야구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겠다는 플랜도 담겨 있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쥘 때까지만 하더라도 구단의 계획은 순항 중이었다. 하지만 불법도박 파문의 후유증은 강력했다. 구단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위기를 맞은 셈이다.

문제는 그 후유증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데서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설령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를 놓쳤다 하더라도 올해는 새 구장 개장에 맞춰 시즌 우승으로 보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핵심전력으로 분류되는 윤성환(35)과 안지만(33)의 등판문제는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시즌 전략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류 감독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파크<뉴시스>
6개월째 미결론…
속 타는 감독

앞서 삼성은 지난해 도박파문으로 수사를 받은 선수 중 벌금형을 받은 임창용에 대해 보류명단에서 제외해 방출시키는 등 불법도박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승환이 일본무대로 넘어간 이후 뒷문이 불안한 삼성에게 임창용은 든든한 카드였다.

하지만 여론의 부담감이 반영됐고 임창용의 나이를 감안해 버리는 카드 신세가 됐다. 다만 아직 수사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윤성환과 안지만에 대해서는 머뭇거리를 모양새다. 구단 측은 아직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죄추정원칙’를 고려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간 윤성환과 안지만의 조사과정에 대해 함구해온 경찰도 수사 진척에 애를 먹으며 기존의 강경자세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핵심 피의자가 외국에서 입국하지 않은 탓에 진행이 늦어져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도 보호해야겠고 해서 참고인 중지를 시키든지 빨리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참고인 중지는 사법처리 보류 결정으로 주요 참고인을 소환하지 못해 피의자의 혐의를 소명할 수 없을 때 진행된다. 만약 경찰이 참고인 중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윤성환과 안지만에 대한 수사는 일단 중지된다. 이는 두 선수가 마운드에 설 수 있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참고인 중지 결정이 나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류 감독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가장 좋은 건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인데 그렇지 않으니 답답하다.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언제까지 경찰수사를 기다려야 하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구단 만류에
무산된 등판 일정

▲ 윤성환, 안지만 선수(왼쪽부터)<뉴시스>
2016 KBO 리그 개막이 4월 1일로 다가와 선수들은 실전 감각을 올리기 위해 최소 2~3번의 등판이 필요하다. 류 감독은 “감독으로서 경기 감각을 찾게 하려면 적어도 1경기는 올려야 하는데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또 두 선수 모두 실전 투입이 가능한 몸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류 감독의 아쉬움은 더욱 큰 상태다. 이에 류 감독은 지난 18일 KIA타이거즈와 광주 원정 시범경기에서 두 사람의 기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단 프론트와 협의 끝에 등판 발표를 미뤘다.

이처럼 류 감독을 비롯해 현장스태프들이 무리수를 두는 데는 임창용도 없는 상황에서 윤성환, 안지만까지 없다면 올 시즌 정상 도전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한 야구 관계자는 “삼성은 올해 신축구장을 쓰는 만큼 우승이 절실하다”며 결론을 내려주길 바라는 류 감독의 메시지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또 “코칭스태프는 구단에서 빨리 두 선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달라는 입장일 것”이라며 “그래야 시즌 구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만약 구단에서 둘을 전력 외로 놓으면 우승이 힘들어도 그만큼 코칭스태프의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구단에서도 이해는 가지만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더욱이 그룹 이미지를 우선으로 하는 국내 프로 구단 사정상 두 사람을 출전시키는 것은 감수할 위험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구단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구멍난 불펜…
이승엽만 믿는 타선

답보상태가 이어지면서 류 감독도 플랜B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타선에서는 리그 최고 2루수 박석민을 NC다이노스로 떠나보내는 실수로 타선에 차질이 예상된다.

NC에서 받은 26살 외야수 최재원이 미세골절로 시즌 초반 합류가 어려울 전망이어서 큰 보탬이 되지 못한다. 대신 KBO 최초 400홈런을 쏘아올린 FA 이승엽과 2년 36억 원에 재계약을 해 흔들릴 수 있는 타선을 붙잡겠다는 생각이다. 또 아직 이승엽의 노쇠화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팀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반면 투수진에는 구멍이 뚫렸다. 임창용의 방출과 윤성환, 안지만의 대기 상태가 이어지면서 불펜진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더욱이 선발 한 명만 빠져도 마운드 구성을 다시 해야 하는데 가장 믿을 만한 불펜까지 동시에 이탈할 경우 마땅한 대안 찾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인 선수들도 전원 물갈이 돼 올 시즌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년간 무려 79개 홈런, 47개 도루를 기록한 나바로를 비롯해 10승 이상을 기록한 피가로와 클로이드와도 결별했다.

그 대신 일본 리그에서 8년 동안 93개 홈런을 기록한 3루수 발다리스를 영입했고 마이너리그에서 50승 39패 3.86의 평균 자책점(ERA)을 올린 웹스터, 마이너리그 43승 50패 4.28 ERA를 올린 벨레스터를 영입했다. 여기에 지난 22일 채태인을 넥센히어로즈로 보내고 잠수함 투수 김대우를 영입하면서 불안한 마운드를 강화했다.

이에 관해 야구 전문가들은 “비록 삼성이 예전에 비해 전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막강한 선수단을 갖추고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은 가능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기업 매각설…
구단 이중고

▲ 삼성 라이온즈 파크<뉴시스>
올 시즌 삼성은 유독 많은 변수가 존재해 시즌 말미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새로 개장한 신축구장에서 유독 홈런포가 이어지면서 자칫 홈런공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삼성은 지난 22일부터 시범경기에 돌입해 LG트윈스와의 2연전과 두산베어스의 경기를 가졌는데 3경기 만에 총 7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이는 팔각형의 구장 특성상 홈에서 좌우 중간의 거리가 짧아졌기 때문이다. 부채꼴 모양이 아니라 직선이기 때문에 홈 플레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좌우 중간은 107m로 대구 시민 구장보다 5m 정도 짧아졌다. 이에 외야 펜스를 직접 때린 타구가 단타가 되고 비거리가 짧은 어정쩡한 홈런이 나오고 있다.

류 감독은 지난 22일 첫 경기를 앞두고 “센터는 괜찮은데 좌우측이 가깝다. 아무래도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겠나 싶다. 올 시즌을 치른 후 조치를 취할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도 “홈런이 두 배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삼성 선수들은 달라진 환경에 맞춘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또 마구 양산되는 홈런은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는 위험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여기에 구단의 주인인 제일기획의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구단의 행방도 묘연해지고 있다. 항간엔 삼성라이온즈 매각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제일기획은 세계 3위 광고업체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에 매각된다는 이야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얼마 전 그룹사에서 운영하던 5개 프로스포츠 구단을 모두 제일기획에 몰아줬던 삼성그룹도 매각이 현실화 될 경우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 때문에 쉽게 매각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그러나 모기업이 매각될 경우 구단들은 또다시 계열사로 돌아가야 할지 등을 놓고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신축 구장 개장에 맞춘 리그 우승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여러 변수들을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류 감독의 근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류 감독은 그저 차분하게 야구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지금 오로지 할 수 있는 최선은 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최상으로 올리는 일뿐이다. 하지만 윤성환과 안지만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암흑기를 걷고 있는 삼성이 다시 정상이 오를지를 두고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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