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신(新) 정신 질환을 말한다

현대인 新공포, 조기 치료와 자신감 회복이 가장 우선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떨린다? 단지 내성적인 성격 탓일까? 다른 사람들 앞에선 침 삼키는 소리, 배에서 나는 생리현상도 불안해하는 증상을 겪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이 증상은 신(新) 정신 질환인 ‘사회공포증’으로 일명 ‘소셜포비아(social phobia)’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소심함과 구분되는 명백한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증상을 방치할 경우 우울증, 공황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지만 질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꺼려 조기 치료시기를 놓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셜포비아(social phobia)또는 사회불안증이라 부르는 ‘사회공포증’은 사람을 대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불안감이 심한 정신질환을 말한다. ‘phobia’는 그리스 전쟁의 신 포보스에서 유래한 용어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매우 강력한 두려움’이란 뜻이다. 이는 사회에 대한 공포를 상징하는 데 사용됐다.
공식 진단명은 ‘사회 공포증’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때 극도로 긴장하는 ‘연단 공포’, 공공 화장실에 혼자 있지 않으면 일을 보지 못하거나 침 삼키는 소리도 신경 쓰는 ‘생리현상 공포’, 이성을 보는 시선이 자칫 치한으로 몰릴 수 있는 부위로 향할까 걱정하는 ‘색시(色視)공포’ 등 여러 현상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크게 지장받는 정신질병이기 때문에 공포증을 앓는 사람들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포증 환자가 많은 이유는?
각박한 사회 속에서 스트레스와 자기 압박으로 인한 사회공포증이 심해지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친구를 사귀지 못해 사회적 관계가 가족에만 국한되기도 한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쳐 사회적 기능 장애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 직장인은 아래 직원에게 지시 내리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 진급을 미루기도 했다.
내과 의사이자 작가인 최현석 씨는 그의 저서 <인간의 모든 감정>에서 “사회공포증은 일반인의 5~10%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라며 “주로 10대에 많지만 성공에 대한 압박감을 많이 느끼는 30~40대에 처음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저술했다. 사회공포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가지면서, 동시에 자신이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의심할 때 사회공포증이 나타난다. 즉 사회공포증은 좋은 인상을 만들려는 욕구와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사회공포증의 주요 원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사회 공포증은 여타 정신 질환과 같이 환경과 유전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긴다. 명확하진 않지만 가족력이 있다는 추측으로 유전적 요인이 있다.
다음으로 호르몬 불균형에서 오는 요인이다. 감정·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 불균형하게 나오는 것인데 사회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신경전달 시스템이 과민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실제 과거 경험에서 얻은 공포 요인이 있다. 특정 사물·상황에 공포를 느끼는 경우에는 과거의 경험이 원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물 공포를 느끼는 경우에는 어렸을 때 물에 빠진 경험이 있거나 물과 관련된 두려운 기억이 있을 수 있다.
방치 시 우울증,
공황장애로 이어질 수도
사회공포증을 방치하면 타 질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나친 타인 의식, 과도한 업무 및 환경적 스트레스와 자존감 하락은 또 다른 불안 증세를 일으키거나 공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스퀘어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업무에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였다.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쯤 지나자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라며 “식은땀이 흐르고 가슴이 답답해 지하철에서 내렸다 다시 타기를 수차례 해 겨우 출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질병이 증가하는 추세에 비해 아직 ‘사회공포증’에 대한 사회 인식이 적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 편견의 벽이 높은 실정이다.
대학원생 채모씨는 한 달전 학교에서 교우 간의 오해로 구설수에 오른 후 사회공포증을 겪고 있다. 그는 “자존감이 떨어졌다. 괜히 사람들이 나를 보며 욕하는 것만 같다”라며 “학교도 일주일동안 못 나갔다”고 말했다. 또 “당당하게 치료받고 싶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움추러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증상 초기에 체계적인 치료를 받고 스스로에게 애정을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또 혼자 진단하지 말고 증상이 느껴지면 병원에 방문할 것을 조언한다.
극복 방안은?
사회공포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극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이 실제로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면 사회공포증도 치료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의사 손성훈 원장은 “불안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과도하게 진행되는 경우 현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인지 행동 치료가 있다. 이 치료는 환자가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 계속 노출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뇌에 인지시키는 방법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치료를 통해 스스로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나 대상이 실제로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돼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상담전문가인 한국 NLP센터 윤영화 대표는 “사회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포를 느끼는 순간 자신이 어떤 생각을 되풀이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등 자기대화를 통해 사회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 조정회의에서 ‘정신건강 종합대책’ 을 내놓았다. 국민이 보다 빠르고 편하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 그 목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전국 시군구에 정신건강증진센터를 만들고 전문 상담 의사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동네 의원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검사할 수 있도록 해 관련 질환의 조기 발견과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담이나 정신과 관련 문의에 있어 내담자를 충분히 배려해 진행되어야 한다. 서비스 시스템이 형식적이라면 소용없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bjy-0211@ilyoseoul.co.kr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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