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범 하남시장 구속…지역개발사업 차질 빚나?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개발제한구역 내 가스충전소 인허가 비리사건과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아온 이교범(63) 하남시장(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일 결국 구속됐다. 이로써 개발제한구역 내 가스충전소 인허가 비리사건을 둘러싸고 하남시 민선 3∼6기 전·현직 시장 2명이 모두 비위(非違) 혐의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수원지방법원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시장은 2011∼2014년 개발제한구역 내 가스충전소 인허가 관련 브로커인 부동산중개업자 신 모(52)씨에게서 변호사 선임비용 명목으로 2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특정 업자가 LPG충전소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업자 측에 유리한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수원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달 이 시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이 시장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통신 자료 등을 추가 확보한 뒤 부장검사 전원이 참여한 수사협의회를 거쳐 만장일치로 영장 재청구를 결정했다. 그동안 이 시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날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는 ‘요추 물렁뼈 이상 진단’을 이유로 휠체어를 타고 출석했다.
이 시장은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검찰에서 영장집행 절차를 거친 뒤 수원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작년에도 하남지역 개발제한구역 내 가스충전소 인허가 비리사건을 수사하던 중 김황식(65) 전 하남시장(새누리당)이 금품을 받고 청탁에 응해 특정인이 가스충전소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포착, 김 전 시장 등 관련자 6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시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1천100만 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은 현직인 이 시장 역시 개발제한구역 인허가 비리와 연루된 정황을 잡고, 작년 말부터 이 시장의 친·인척을 구속기소하며 포위망을 좁힌 끝에 이 시장을 구속했다.
지역사회는 현직 시장 구속으로 각종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市)는 미사·위례 지구와 지역현안사업 1·2지구 등 잇단 택지개발로 현재 16만여 명인 인구가 2020년 33만여 명으로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청사 증축을 추진 중이다. 현 청사 부지에 별관을 짓고 의회동을 증축하는 데 400여억 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산, 올해부터 투·융자심사, 기본 및 실시설계 등 행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착공해 2019년 말 완공이 목표다. 미군기지 공여구역인 하산곡동 캠프 콜번 부지에 시가 추진 중인 대학 유치 사업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 차례 국내 대학 유치 실패 경험이 있는 터라 시는 더 속이 탄다. 시는 캠프 콜번 부지에 캠퍼스를 짓기로 했던 중앙대와 협약이 백지화되고 나서 2014년 7월부터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 제2캠퍼스 유치를 추진해왔다.
시 관계자는 “부시장을 중심으로 각종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전·현직 시장 2명은 공교롭게도 지역 개발제한구역 내 인허가와 관련한 영향력 행사 혐의로 구속됐다. 이는 그린벨트가 전체 면적의 80%가량인 하남시 지역 특성과 관련 있어 보인다. 그린벨트 해제나 이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의 인허가 수요가 다른 어느 지자체보다 많아 그만큼 개발 압력이 높다. 상대적으로 ‘검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하남은 전체면적 93.04㎢ 가운데 71.88㎢(77%)가 개발제한구역이다.
1970년대 초반 92%였던 하남지역 그린벨트는 40여 년이 흐른 현재 15%가량 해제된 것이다. 지금까지 공공 택지지구 조성과 산업단지·물류단지 유치, 취락지구 지정 등 지역 발전과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제한적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경기도가 1995년 승인한 ‘2020 하남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하남지역 그린벨트 해제 가능 물량은 3.34㎢로 현재도 상당한 규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시는 설명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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