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사내이사 2명 추가 속내는
하나금융 사내이사 2명 추가 속내는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3-28 09:56
  • 승인 2016.03.28 09:56
  • 호수 1143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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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함영주 내정…신의 한수될까?

[일요서울|이범희 기자] 하나금융지주 내부가 주목받는다. 지난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외이사를 선임했는데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2년이나 남은 데다 추가 연임 가능성도 있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해석도 있다.


후계구도 관련 주목…‘지배구조 변화’ 키워드

하나금융은 “지주와 계열사 간 원활한 업무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KEB하나은행과의 협업 강화로 통합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주 사내이사 2명을 늘리기로 했다”며 확대해석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2014년 4월 이후 약 2년 동안 혼자 사내이사로 이사회에서 활동하던 김 회장이 굳이 이 시기에 인원을 늘린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사내이사가 김 회장, 최흥식 전 지주사 사장, 김종준 구 하나은행장, 윤용로 구 외환은행장 등 4명이었다. 그러나 통합은행 출범을 앞두고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이유로 사내이사는 김 회장 1명으로 축소했다가 1년 만에 또 다시 사내이사 체제 증원카드를 들고 나와 배경에 궁금증을 더한다. 

일각에선 이번 사내이사 선임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을 얻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의 사내이사가 늘어나면서 김 회장이 자연스럽게 후계 경쟁구도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관전포인트는

1인체제를 깨고 사내이사직을 꿰찼다는 점만으로도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차기 하나금융 회장 경쟁구도를 형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은 ‘전략통’으로 통한다. 그는 하나은행의 경영관리와 기업영업, 마케팅, 글로벌사업그룹 등을 총괄하고 지난해 통합법인이 출범하기 직전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김 부회장은 과거 하나은행 부행장 시절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공을 세웠다. 또 지난해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협상에서도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하나금융그룹의 숱한 인수합병(M&A) 과정에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함 행장은 지난해 9월 KEB하나은행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을 아우르는 영업통으로 KEB하나은행의 안정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이며 1956년생으로 김 부회장보다 5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김 부회장과 함 행장을 물망에 올려놓고 ‘포스트 김정태’의 향방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 회장도 하나은행장 시절 하나금융 회장 자리를 놓고 김종열 전 하나금융 사장과 경쟁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경영진이 사외이사 제도를 자신들의 지배구조를 공고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하려는 사고가 금융권 내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데다 이미 그들만의 리그로 기득권화된 만큼 새롭게 사외이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큰 것”이라며 “자기 인물 심기, 기존 인물의 자기 인물화 등으로 인해 사외이사의 본래 목적인 경영투명성 제고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2012년 3월에 취임해 지난해에 한 차례 연임했다. 2018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한편 지난해 9월 김병호 행장과 나란히 부회장 자리에 오른 김한조 행장은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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