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해 퇴거해도 위약금 내라고?” 실버타운 계약 甲질주의보 발령
“사망해 퇴거해도 위약금 내라고?” 실버타운 계약 甲질주의보 발령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3-28 09:56
  • 승인 2016.03.28 09:56
  • 호수 1143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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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실버타운? 입주자 울리는 ‘배짱 영업’ 실태

 

▲ 뉴시스

고령화 사회에 따른 급격한 성장하지만 제도적 규제 여전히 부실
비상식적 위약금 청구 등 피해 사례 잇따라방안 마련 서둘러야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최근 실버타운을 둘러싼 각종 문제가 불거져 예비 입주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입주보증금 반환 거부·지연, 보증금 먹튀, 과도한 위약금 청구 등 피해 사례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국민 100명 중 13명이 노인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노후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실버타운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달했지만 각종 피해 사례에 대한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관련 산업 안팎에서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X클래식500, XX팰리스, 노블레스XX, 그레이스X, 하이X빌리지그냥 들어서는 고급 호텔 이름 같다. 하지만 이는 모두 실버타운의 이름이다. 실버타운(시니어타운)은 주거기능 이외에 의료 및 편의시설, 휴양·여가 시설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주거단지다. 전통의 실버타운인 유당마을과 같은 구수한 이름을 쓰는 곳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관련업계엔 실버타운에서 풍기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이 용어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노인만을 위한 시설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오히려 노년층의 거부감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바뀐 것은 이름뿐만 아니다. 위에 언급된 실버타운은 대부분 도심이나 근교에 위치한 고급형이다. 요즘은 전원주택 단지보다 대도시에 위치하고 병원과 연동 운영, 대중교통 접근이 용이한 도심형 실버타운이 주목을 받는다.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실버타운의 모습도 발 빠르게 변화해왔다.
 
위의 업체 중 X클래식500은 보증금 92000만 원에 월세는 4500만 원으로 국내 도심 임대형 시니어타운 중에서 최고 가격대다. 3년 단위로 임대하는 이 타운은 24일 현재 입주율 100%. X클래식500 관계자는 지금 대기자만 20이라며 길게는 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시 내 임대형 시니어타운인 하이X빌리지도 마찬가지다. 24일 기준 모든 객실이 꽉 찼다.
 
높은 입주율만족도는 얼마나?
 
도심의 고급 임대형 실버타운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에 따른 잡음도 꾸준히 나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원장 한견표)이 최근 4년간 소비자 불만 사례를 분석한 결과 불가피한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함에도 입주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미루고, 과다한 위약금을 내도록 하는 업체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어머니는 실버타운에서 6개월 정도 생활하다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났다. 2년 계약의 보증금 26000만 원을 업체 쪽에 반환 요구했지만 돌려주지 않았다. 실버타운 측은 계약대로라며 오히려 당당했다. 실버타운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 생각해보라. 아파트도 계약기간 못 채우면 위약금 있다"고 큰소리쳤다. 결국 소비자원에 신고해 두 달이 걸려 돈을 받았지만 두 달간의 관리비 등 약 300만 원을 부담해야 했다.
 
이처럼 입주자가 사망 또는 중병 등으로 인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 위약금을 내야하거나 감면해주지 않는 곳이 많았다. 소비자원이 전국의 임대형 실버타운 중 거래 조건이 확인 가능한 17곳의 업체를 조사해보니 입주 후 이 같은 사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 면제나 감면 규정이 없는 곳이 8곳이었다. 입주 전에는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자가 들어오기 전 갑작스런 사망이나 중병 등으로 계약 해지할 때도 위약금을 내야 하거나 감면해 주지 않는 곳이 82%(14)에 달했다.
 
또 관리비·식대 등 입주자가 매월 내는 비용을 변경할 때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한 업체도 상당했다. 소비자 대표와 협의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업체가 7, 관련 조항이 없는 업체가 2곳 등 총 9곳으로 문제의 업체가 50%를 넘었다.
 
허위·과장 광고 피해도 있어
 
대표적인 것이 업체가 분양을 하면서 약속한 서비스나 프로그램·편의시설 등이 입주자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경우다. 허위·과장 광고로 노년층에게 어필한 후 막상 입주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안락한 노후를 꿈꾸며 실버타운에 들어간 입주자로서는 황당한 일이다.
 
A 실버타운의 경우 건강진료소의 상주의사가 그만두자 2년 넘게 후임자를 찾는다는 이유로 의료서비스를 방치했다. 입주 전 관리비만 내면 물리치료는 무료라는 광고에 입주했던 노인들은 외부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제도적 장치 시급
꼼꼼한 소비자 돼야
 
이 같은 문제는 사망·중병 등 불가피한 사정에 따른 계약 해지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의해 어떤 상황에서도 입주자가 보증금의 50% 이상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실버타운 사업자에게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입주보증금 반환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하고 입주자의 서명을 받게 하는 등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기존 50%의 보증한도를 상향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에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숙응 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실버산업과 교수는 소비자 스스로도 업체의 경영 상태, 계약서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각 실버타운이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여 동안 시설을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입주를 제공한다그 기간 동안 시설의 분위기, 서비스 상태를 보고 다른 입주자들과 정보를 교환해 그 시설의 재정 상황이나 불만사항 등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조기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될 것이라며 돌다리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신중히 체크해볼 것을 강조했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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