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MBC, 4년 만에 ‘노조지키기’ 깃발
폭풍전야 MBC, 4년 만에 ‘노조지키기’ 깃발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3-28 09:41
  • 승인 2016.03.28 09:41
  • 호수 1143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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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총파업’ 초읽기

 

▲ 뉴시스

사측의 일방통행에 구성원들 분노 극에 달해
MBC본부 노조 “MBC를 국민의 품으로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최근 문화방송(MBC)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가 사측의 무분별한 일방통행에 항의하며 전체조합원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한 결과, 80%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20126개월간의 MBC 역사상 최장 기간 파업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시 노조원들의 무더기 해고·징계, 시청률 반토막·광고 부진, 줄이은 주요 프로그램 결방으로 인한 국민 시청권 침해 등 사측과 노조측, 국민 모두 피해를 입은 바 있다.
 
MBC본부는 '단체협약 체결과 노조파괴 저지를 위한 MBC본부 조합원 총파업'을 안건으로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투표율 93.26%(전국 19개 지부의 조합원 총 1633명 중 1523)에 찬성률 79.67%(1301)로 파업이 가결된 상태다. 이는 지난 2011년 당시 파업찬성률 71.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MBC본부가 또다시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대승적 이유는 공정방송 복원이다. 2015MBC 내부 설문조사에서도 10명중 9명꼴로 “MBC뉴스는 불공정하다"친정부적 보도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답한 바 있다. MBC본부가 공정보도를 외치며 내세운 구체적 조건은 단체협약 체결 촉구와 노조 파괴 저지.
 
MBC에서 노사 간의 단체협약(이하 단협)201210월 해지된 이후 약 4년간 무단협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단체협약은 노조와 사측이 임금, 근로시간, 근로자의 처우에 관한 사항, 조합 활동을 위한 기본 절차와 요건 등을 합의해 설정하는 자치적 법규다. 회사 내에서 취업규칙이나 사규보다도 우선한다. 현재 4년째 무단협 상태인 MBC본부는 사측이 취업규칙과 사규를 자의적으로 해석·변경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줘 공정방송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언론노조 MBC본부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조능희 본부장은 우리 MBC본부는 6개월 동안 파업을 겪었다. 6명이 해고되고 징역 3년형을 받았으며 195억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겪었다"해고, 업무방해, 손배가압류 3종 세트를 이겨냈더니 사측이 이제는 차일피일 단협 협상을 미루며 노조 말살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신창이 된 MBC
 
MBC의 공정방송에 대한 위기는 어제오늘 문제만은 아니다. 90년대까지 KBS의 메인뉴스를 압도하며 신뢰하는 뉴스 프로그램 본좌로 이름을 떨쳤던 뉴스데스크는 어느덧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가 돼버렸다. 2000년대 들어서 시청률 2위는 줄곧 유지했지만 2010년 정권의 낙하산논란을 일으키며 임명된 김재철 전 사장 체제 이후 종편에도 밀리는 등 MBC의 영광은 급격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최근 백종문 녹취록 파문은 현 MBC 실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난 1월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폭로한 녹취록에는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이 “2012년 파업에 참가한 PD와 기자를 이유 없이 해고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백 본부장은 “MBC의 프로그램을 다 통제하고 있다모 국장과 PD를 야단쳤다, 라디오는 다 빨갛다, (쌍용차 보도를 한 프로그램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말해 충격을 더했다. 그는 또 소송비용이 얼마든, 변호사가 몇 명이, 수십 명이 들어가든 그거는 내 알 바가 아니다라고 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MBC간부가 증거 없는 해고 지시, 프로그램 편성 간섭·개입, 부당전보, 소송 남발 등의 폭정을 휘둘러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는 중대한 사건을 저질렀음에도 안광한 MBC사장은 아무도 문책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MBC공동대책위원회(MBC공대위)22일 백 본부장을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조법 위반과 방송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깊어지는 갈등
 
노사 간의 갈등은 노조 전임자(집행부) 5명 전원에 대해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면서 더욱 심화됐다. 사측은 지난해 12월 협상 진행 중 교섭대표 노조인 MBC본부에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종료를 통보해 본사 상근 집행부 전원 복귀 발령을 내렸다. 타임오프제는 사측이 원칙적으로 노조 전임자에 월급을 주지 않지만 노사교섭 활동, 고충처리 등에 한해 근로시간으로 인정,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MBC본부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조 전임자 전부를 업무에 복귀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는 수작 아니냐며 즉각 반발했다.
 
지난 10일 노사는 긴 줄다리기 끝에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협상은 15분 만에 끝났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측이 제시한 단체협약안은 저성과자 해고 조합원들의 SNS 글 감시 및 징계 대상 포함 상급자 지시 불이행 시 징계 대상 포함 등을 명시해 노조에선 노예 계약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30일 경고 파업 돌입
 
MBC본부는 노조에서 제시한 단협 가합의안에 대해 사측이 거부하거나 답변이 없으면 30일부터 조능희 노조위원장이 경고파업을 시작하기로 지난 25일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2012년 당시 최장기 공정방송파업이 재현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직장인 박성완(32)씨는 “MBC는 이미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한 거 아니냐고 반문하며 총파업해서 (사측이) 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이호석(31)씨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만약 이번 파업이 노조의 일반적인 사리사욕을 위한 파업이라면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하지만 노조가 시민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편중 없는 정보를 전달하려고 싸우는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극적 타결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노사는 오는 29일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전면 총파업에 들어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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