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막이 하나 없는 도시의 한복판 군고구마 난전에 겨울의 칼바람이 살 갗을 파고드는데 장사는 안 되고 춥고 배가 고파 옵니다.
코리아드림을 실현하려는 가난과 청춘의 꿈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도시의 세월 속에 군고구마와 함께 식어가고 있습니다.
통일 대박의 꿈이 풍선처럼 날아오르는데 김 씨의 좌판은 쪽박 신세입니다.
화려한 도시생활 이면에 드리운 고독과 불안은 김 씨의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입니다. 손님들이 떠나간 뒤 텅 빈 밤거리의 가로등 불빛에는 서글픔이 핍니다.
한때 푸른 꿈을 쫓아 고향을 떠나온 뜨거운 청춘의 열정이 사정없이 구겨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이 근사하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눈물방울이 떨어집니다. 눈물은 팔다 남은 군고구마 위에 툭 떨어지고 눈물 먹은 고구마는 아빠를 목마르게 기다리는 고사리 손에 쥐어 주기 위해 신문지에 쓸어 담깁다.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이 눈물은 삶에 대한 회한의 눈물인 동시에 보잘것없는 자신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김 씨의 초라한 모습은 “군중 속의 고독” 풍요 속의 빈곤을 리얼하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씨는 이를 앙다물고 다짐했습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나에게는 특별한 성취를 이뤄낼 힘이 있다.
인간은 모두 다르다. 표준적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보다 더욱 찬란한 것이 있겠는가!
그래서 김 씨는 독백했습니다. 지금부터는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별을 올려다 볼 것이라고 절규했습니다. 김 씨는 겨울의 난전에 따뜻한 난로가 어두운 밤에 촛불처럼 밝혀질 것이라는 생각 위에 기회는 도전자의 것이며 희망은 꿈꾸는 자의 것입니다. 제발 청춘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시인ㆍ수필가 이 호 진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