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20대 공천 대해부…與野 이상한 공천자 리스트
역대 최악 20대 공천 대해부…與野 이상한 공천자 리스트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3-28 09:32
  • 승인 2016.03.28 09:32
  • 호수 114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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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生·死 마음대로…정치 후진성 드러나

▲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4·13총선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20대 총선의 공천성적은 역대 총선 가운데 최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공천이 여야 할 것 없이 극한의 계파갈등이 빚은 참사로 비쳐지면서 유권자들의 적잖은 실망과 정치혐오로 이어져 선거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특히 도덕적 문제가 있는 후보나 경쟁력이 뒤지는 후보가 공천되고, 공천탈락한 후보가 타 지역구나 비례대표에 공천을 받는 경우 등 비상식적인 이상한 공천이 유례없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되고 있다.

 
정가에서는 총선을 앞둔 당내 공천을 인사(人事)’에 비유한다. 정당의 최종 목표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원내로 진출하는 것인 만큼 지지가능성이 큰 인재들을 배치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인사피바람의 형국이 됐다. ‘피바람도 정당하고 합리적인 사유와 과정을 거치면 납득할 수 있겠으나 유권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큼 이상한 공천은 정당성을 흐리고 있다.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총선 공천의 실상이 상대 계파 찍어내기’, ‘자파 인물 심기의 양상으로 흐른 것은 확실한 사실로 부각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비박 쳐내기와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논란 등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양당체제 혁파와 새정치를 부르짖었던 국민의당 역시 공천과정에서 끊임없는 잡음과 패권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역대 총선의 공천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정치보복이라는 날선 비판이 공공연히 들려올 만큼 이번 4·13총선의 공천 잣대는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이었다. 각 당의 당원들은 물론 유권자들을 안중에 두지 않은 정치권의 이런 작태는 우리 정당들의 정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공천의 후진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바로 도덕적 결함이 있는 후보에 대한 공천으로 대표적인 사례가 더민주당의 윤후덕(파주갑) 의원과 새누리당 김종태(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 문대성(인천 남동갑) 의원의 경우다.
 
도덕적 결함에도
 
윤후덕 의원은 딸의 취업 청탁 등 갑질논란으로 지난 10일 컷오프 됐다가 재심신청에 따라 구제됐다. 문제는 동일지역 예비후보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겠지만 국회의원의 갑질과 특혜라는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경선을 요구했지만 단수 공천됐다는 점. ‘도덕적 결함이 있는 후보를 단수공천한 전형적인 케이스로 친노계를 염두에 둔 특혜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박사학위 논문 표절의혹에 휩싸였다. 참고한 11개 논문과 국방백서의 관련 내용들 가운데 김 의원은 8명의 서로 다른 박사학위 논문에서 발췌한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가져와 오탈자마저도 그대로 게재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19일 김 의원을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 공천했다.
 
4·13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가 당의 요청으로 인천 남동갑에 공천된 문대성 의원 역시 논문표절논란으로 도덕적 지탄을 받은 공천자. 문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는 허위학력 문제로 같은 당 예비후보에게 고발당했다. 논문 표절의혹으로 국민대 대학원이 문대성 의원의 박사 학위를 이미 취소했음에도 포털사이트에 해당 학력을 기재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게 고발장 내용의 요지. 문 의원 측은 이에 대해 포털사이트의 인물정보 기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는 등 무마에 나섰지만 도덕성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민주당의 비례공천자 1번 후보 박경미 홍익대 교수는 지난 2007년 제자의 석사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무단 게재한 사실이 드러났던 바 있다.
 
서울 강남병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 받은 이은재 전 의원 역시 한국행정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에 법인카드로 버젓이 명품과 화장품을 구매하고 토마토·고구마 값을 결제해 도덕적 결함이 있는 정치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 화성병 우호태 후보는 화성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한 토석 채취업자로부터 토석채취업 허가와 관련, 사례비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실형과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아 시장 자격을 상실했다. 이에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우호태 후보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3일 공천이 최종 확정됐다.
 
지지도 낮은데
 
이번 총선공천의 심각한 문제는 상대 계파 죽이기자파 사람 공천 주기행태가 그 어느 선거보다 극심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비박계와 유승민계파 찍어내기에 몰두했고 제1야당인 더민주당의 경우 친노 및 운동권 강경파 배제에 초점을 맞춰 공천작업이 진행됐다는 것.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껄끄러운 처사로 여당 원내대표에서 밀려난 유승민 의원은 이번 새누리당 공천의 희생자이자 최고의 이득(?)을 챙긴 비박 정치인이 됐다. 대구 공천에서 류성걸(대구 동구갑), 권은희(대구 북구갑) 등 이른바 유승민계의원들이 탈락되고 그 자리에 대통령에 의해 진실한 사람으로 인정된 정종섭 등 진박계 의원들이 공천됐다.
 
대구 동을의 유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진박 후보로 알려진 이재만 전 동구청장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지만 새누리당 공관위의 알아서 탈당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탈당,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부산 사상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구에서 지지율과 당선가능성이 가장 큰 장제원 전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돼 탈당하고 손수조 당협위원장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장 의원과 손 후보, 더민주당의 배재정 후보 간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장 전 의원이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 모두 1위를 달리는 것으로 조사되고 손 후보의 지지율은 23.1%로 장 전 의원(52.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달성의 구성재 예비 후보 역시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에게 밀려 경선 기회도 갖지 못하고 공천에서 배제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구 후보가 추 실장에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어, 정상적인 경우라면 당연히 구 후보가 공천을 받아야 했던 것.
 
송파을 역시 여론조사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원외 진박 핵심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 전략공천됐다.
 
하지만 이러한 진박마케팅은 조윤선(서초갑) 전 의원, 김행(·성동을) 전 청와대 대변인, 강석훈(서초을) 의원 등 진박인사들이 연거푸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진박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대구도 진박 6인방가운데 두 명이 탈락했다.
 
탈락 후보 재활용?
 
각 당별로 일정한 공천심사를 통해 컷오프 되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를 다른 지역구에 전략공천 또는 재활용(?)’하는 행태도 역대 총선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경우다.
 
더민주당은 120% 컷오프에 걸려 공천 배제됐던 문희상(경기 의정부갑) 의원과 백군기(비례대표) 의원을 경기 의정부갑과 경기 용인갑에 각각 전략 후보자로 공천했다.
 
이는 공천배제 대상자가 최고위원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거쳐 당 대표가 전략공천할 경우에는 (공천 배제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당규 18호를 신설해 구제한 경우인데 이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이 조항은 하위 20% 이하 선출직을 구제하는 경우를 한정하고 후보자가 없는 열세 취약지역, 역대 선거결과와 해당 선거구의 선거환경을 종합해 볼 때 경쟁력 차이가 있을 경우로 한정한다. 그러나 효력이 이번 20대 총선에 한해 발휘되는 것이어서 꼼수 아니냐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새누리당 역시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이혜훈 전 의원에게 패해 낙천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천탈락 후 더민주당행을 선택한 진영 후보의 대항마로 용산에 전략공천하려다 조 수석의 고사로 무산됐다.
 
더민주당을 탈당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한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민주당을 택한 진영 의원(서울 용산) 등 경쟁상대 당을 버리고 나온 탈당자를 받아 단수추천으로 공천장을 주는 등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한 편법은, 자칫 당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사하을 새누리당원들과 용산 더민주당원들은 당의 일방적 결정에 대해 당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결정으로 부당한 조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양당체제를 깨뜨린다는 대의 아래 창당된 국민의당 역시 공천갈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지역구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문제로 공천된 후보 지지자와 탈락 후보 지지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심한 내홍을 겪었다.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는 매일같이 낙천인사들이 찾아와 시위를 하는 등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역구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공천도 일촉즉발의 형세였다. 국민의당은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간 계파갈등으로 명단 및 순번 결정에 진통을 겪었다.
 
과반의석 무너져
 
이번 총선의 공천은 역대 총선공천 사상 난맥상(亂脈相)을 드러낸 가장 최악의 공천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이상한 공천에 불복해 탈당러시가 이어지는 등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
 
새누리당의 경우 김태환, 조해진, 권은희, 안상수, 진영, 강길부 의원 등 6명이 먼저 탈당했고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이종훈, 김희국, 류성걸 의원 등 유승민계와 주호영, 이재오, 윤상현 의원 등이 추가로 탈당, 과반의석이 무너졌다. 더민주당도 공천 파동을 겪으며 전정희, 부좌현, 정호준 의원 등이 탈당해 의석이 쪼그라든 상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각 당이 공천문제로 오랜 진통을 겪으면서 공약과 정책선거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그래도 예전 선거에서는 각 지역구마다 후보들 간 논박을 벌일 주요 이슈가 있었지만 이번 선거는 공약은 고사하고 출마하는 후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라는 것.
 
이번 총선은 기한을 훌쩍 넘겨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선거구 획정을 비롯해 약속이라도 한 듯 진흙탕싸움이 된 공천으로 인해 정책선거는 물 건너갔고 사실상 정당 인기투표의 형국이 됐다. 이와 관련, 이번 선거과정을 반면교사삼아 공천의 개혁과 선진적 방식의 도입 등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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