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머리에 잔뜩 바르고 ‘차표 한 장’을 부를 때 웃지 않는다면 외계인이다. 회식을 끝낸 후 남희석은 집에 돌아가 아내로부터 늘 똑같은 소리를 듣는다. “여보! 비왔수?”가장 ‘빈티’ 나는 쇼는 이봉원의 ‘위 아 더 월드’다. 그는 우선 웃옷을 벗고 잔뜩 숨을 들이마신다. 앙상한 갈비를 드러낸 채 탁자 밑에 있는 쓰레기통까지 소품으로 동원하여 ‘위 아 더 월드’를 멋지게 부른다. 그가 노래를 다 불렀을 때쯤엔 조금 거짓말을 보태면 쓰레기통에 지폐와 동전이 가득하다. 개그맨 이혁재는 한술 더 뜬다. 평소 무성한 가슴털을 자랑하는 그는 술기운이 오르면 음악에 맞춰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면서 가슴을 드러낸다. 그 다음엔 라이터로 가슴털을 그을린 다음 사과나 배를 그 위에 문질러 ‘평소 가장 사랑하는 후배’에게 준다.
상상해 보시라. 그걸 받아 먹어야 하는 후배의 고통(?)을 말이다. 더 놀라운 건 불에 그을려 사라진 가슴털이 1주일이면 깨끗하게 복원된다는 사실이다. 회식자리에서 가장 약한(?) 김학도에게도 웃지 못할 사건이 있다. 인상 깊은 쇼를 선보이다 정말 큰 일 날 뻔한 적이 있다. 언젠가 그가 제대로 한 번 ‘회식쇼’를 해보겠다면서 화장실에서 휴지로 온 몸을 감고 나왔다. 이른바 ‘미라쇼’였다. 그러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다. 그러자 그가 꺼낸 것은 라이터. 말릴 사이도 없이 온 몸을 두르고 있던 휴지에 불을 붙였다. 다행스럽게도 화상을 입기 직전에 곁에 있던 사람들이 생수통을 부어 그의 목숨을 살렸다. 아무리 화려한 ‘쇼’가 욕심난다 해도 불장난은 안 된다는 교훈을 개그맨들에게 심어 주었다.
유병철 personchos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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