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길 걷는 안철수
몰락의 길 걷는 안철수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6-03-27 02:06
  • 승인 2016.03.27 02:06
  • 호수 1143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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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쇠락의 길에 들어섰다. 한 때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질주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정치적 소수자로 내몰리고 있다. ‘안철수의 몰락’은 서서히 진행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한 일이 시초였다. 이듬해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에게 내줬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연합’을 추진하면서 재기를 시도했으나 세 불리를 깨닫고 김한길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통합했다.

 김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를 맡았으나 재보선에 패배하면서 그 자리를 문재인 대표에게 내줬다. 이후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놓고 문 대표와 대치하다 당을 뛰쳐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했으나 극심한 내분을 겪으면서 좌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안 대표 입장에선 이번 4·13 총선이 마지막 기회다.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20석 이상만 얻어도 중도개혁 성향의 제 3당을 지향하면서 차기 대권가도에 접근이 가능하다. 안 대표는 최근 “다음 대선에선 생각이 같은 분과 연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브랜드’의 가치가 평가절하된 걸 받아들이고 야권후보 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해 보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당 형편을 보면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차지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다. 무엇보다도 공천과정에서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안 대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공천을 통해 각각 ‘친박당’과 ‘친노당’이 되고 있다”고 양쪽을 싸잡아 비판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당도 극심한 공천 내홍에 시달렸고, 이 과정에서 ‘친안(철수)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호남 공천을 둘러싼 예비후보들이 당 최고위원회의장에 난입해 몸싸움을 벌이고, 욕설을 주고받는 구태를 그대로 답습했다. 이 바람에 김종현 선거관리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했다. 비례대표 공천에선 지역구 공천심사에 간여했던 안 대표의 핵심 측근들이 당규를 고쳐가면서까지 금배지에 욕심을 내는 일이 발생했다.

 비상이 걸린 국민의당은 안철수-천정배-김영환-이상돈 4두 마차가 이끄는 선대위를 새로 발족하면서 국면전환에 나선 상태다. 또 서울, 목포, 광주, 전주 등에서 권역별 전진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 붐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태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제3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의 표를 줄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조차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에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철수에게 이번 총선은 도약대가 될 수 있었고, 그 방법은 다른 두 당과 차별화된 ‘클린공천’이었다”며 “하지만 공천과정에서 두 당에 못지않은 구태를 보이면서 발판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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