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하고 수더분한 성격…컨셉트에 맞춰 내숭 떠는건 싫다”지난 19일 첫 방송을 한 20부작 ‘그린로즈’(유현미 극본·김수룡 연출)는 평범한 회사원 ‘이정현’(고수)이 재벌가의 외동딸이자 연인인 ‘오수아’(이다해)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됐다가 재기에 성공한 ‘장중원’으로 변신해 복수하는 미스터리 멜로물이다. ‘왕꽃선녀님’의 신들린 초원이에서 재벌가의 딸 ‘수아’로 신분상승한 이다해를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촬영장에서 만났다.
- MTV 새 주말극과 STV ‘그린로즈’, 두 작품을 다 하려다가 MTV 드라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왕꽃선녀님’이 종영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그린로즈’ 시놉시스를 먼저 접했고, MBC 작품은 그 다음에 얘기를 들었어요. ‘왕꽃선녀님’의 후광과 의리를 생각해 두 작품 다 하려고 했지만 그 게 생각처럼 쉽지 않겠더라고요. 소속사 식구들과 상의한 끝에 ‘그린로즈’ 한 작품에만 몰두하기로 결정했죠. 사실 ‘그린로즈’ 출연 결정은 지난해 11월 초 김 감독님(김수룡PD)을 만나고 스토리를 들은 지 30분만에 그 자리에서 내렸어요. 소속사 측에서 1~2개월 가량 쉬면서 천천히 후속작을 택하라고 했는데 제가 우겼어요.
- 오수아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우선 자기 주장이 강하면서 오만하지 않고, 부잣집 딸이면서 절대 티 내지 않는 캐릭터가 맘에 들었어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남자가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는 뜻밖의 사실을 접하는 등 엄청난 충격 속에서도 꿋꿋이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도 좋았고요, ‘왕꽃선녀님’의 초원이 캐릭터와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잘 웃는 편인 데다 털털하고 남들과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한마디로 밝은 성격이에요. 얼마전 STV ‘실제상황 토요일-리얼로망스 연애편지’와 MTV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매니저가 얌전히 있다가 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본래 성격을 감출 수 있나요. 신나게 떠들고 설쳐댔죠. 기획사에서 ‘너는 이런 컨셉트이기 때문에 이러이러해야한다는 말’은 따르고 싶지 않아요. 내숭 떠는 건 질색이에요.(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이다해의 오른쪽 셋째, 넷째 손가락에 있는 상처가 눈에 띄었다.)아, 이거요. 넘어져서 다친 거예요. ‘비오는 날 압구정동 사건’이죠. 트레이닝복 차림에 구두를 신고, 귀에는 MP3 이어폰을, 손에는 우산을 든 채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문득 군고구마가 먹고 싶더라고요. 한 봉지 사서 들고 오다가 구두가 삐끗하는 바람에 넘어졌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군고구마를 놓치기 싫어서 봉지를 꼭 쥔 상태로 그냥 넘어졌지 뭐예요.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으면 되는데 군고구마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 겉보기와 달리 진짜 엉뚱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봄날’의 고현정 선배가 한 대사(가지마 이 자식아)와 슬픈 상황에서 웃는 독특한 표정연기 등을 거울 앞에서 따라하는 등 혼자서 잘 놀아요. 겁도 없는 편이고요.
- PD에게 재촬영을 요구한 적도 있다고 들었는데….▶ 정현(고수)을 만난 수아가 술에 잔뜩 취해 꼬장부리는 장면이었어요, 왠지 캐릭터가 살지 않고 밋밋한 느낌이 들어서 감독님에게 다시 찍자고 졸랐어요. 가끔 편집실에 들러 연기와 겉도는 느낌을 드는 부분이 발견되면 재촬영을 하겠다고 할 거예요.
- ‘봄날’의 고현정을 잇는 여주인공으로서 각오가 있다면.▶ 솔직히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겠지만 ‘신들린’것처럼 열심히 할 거예요. ‘왕꽃선녀님’이 제 연기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였다면 ‘그린로즈’는 도약대로 만들어야죠. 드라마의 배역 안에 갇혀있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랄 만한 모습도, 이런저런 탤런트적 기질을 마음껏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건가요?
유병철 personchosen@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