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할 줄 모르는 ‘불도저 금연 정책’ 국민건강 해친다
후진할 줄 모르는 ‘불도저 금연 정책’ 국민건강 해친다
  • 변지영 기자
  • 입력 2016-03-21 11:36
  • 승인 2016.03.21 11:36
  • 호수 1142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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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금연 정책 딜레마 봉착되나

 실내 금연 정책 규정 준수는 10%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정부는 오는 51일부터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제도를 시행한다. 이 제도는 지하철역 출입구 10m 내 흡연 시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이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시끄럽다. 정부의 금연 정책이 흡연자와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직진만 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강조한 금연 정책에 흡연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고, 이는 국민의 간접흡연 피해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실내 금연 오히려
간접흡연 부추겨
 
정부는 실내금연 정책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실내금연 정책을 대폭 강화했으나 흡연 부스를 따로 설치하진 않았다. 흡연 부스를 설치할 경우 발생할 볼멘소리들 때문이다. 정부에서 2014년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국민의 세금을 담뱃값으로 충당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가 흡연부스를 따로 설치할 경우 세금을 얻을 요량으로 흡연을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담뱃값에 많은 세금이 포함돼 있다면 그 세금으로 흡연자가 편히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들도 눈치를 보며 흡연부스 설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따로 제재하는 부분이 없기에 기업들은 굳이 흡연부스를 설치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모 회사의 경우 직원들을 위한 흡연시설을 갖추지 않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지하철역 입구에서 단체로 흡연이 이뤄지고 있었다. 인근에 금연을 알리는 구청의 경고표지판이 부착돼 있지만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흡연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공간 바로 앞에는 택시 정류장도 위치한 상태로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주변 상가와 외국인들에게까지 가중되고 있다. 기업 내에서도 금연 바람이 불면서 흡연자들은 점점 더 갈 곳을 잃고 있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더 걷힌 세금이 약 3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예측보다 세수가 더 증가한 것은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이 지연되는 등의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로서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증가한 세수를 흡연자들의 금연 관련 사업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흡연자들을 단순히 금연 정책으로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금연을 성공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허울뿐인 실내 금연 정책
 
2014년부터 PC방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는 금연 정책이 시행됐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곳은 사실상 드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금연학회가 발간하는 학회지 20161월호에 서울특별시 PC방의 실내금연정책 준수 수준에서는 실내 금연 정책의 실태를 조사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팀(이기영·김혜진)은 서울에 있는 PC202곳을 표본 조사했다. 그 결과, 정부에서 시행한 금연 관련 정책 조항을 모두 준수하고 있는 곳은 10.4% 뿐인 2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구역 및 흡연실에는 표지 부착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PC방 시설 전체가 금연 구역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를 부착한 곳이 92.6%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표지판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실, 입구 등 전체 주요 장소에 표지는 부착돼 있었지만 대부분 눈에 띄지 않은 색과 한글 표기 없이 영어로만 표기된 곳이 많았다. 심지어 PC방의 58.4%는 공동 화장실과 출입구에서 재떨이와 담배꽁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예 출입구에 재떨이를 구비해 둔 PC방은 23, 컴퓨터 좌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도 13곳의 PC방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조사한 PC방의 절반 이상에서 담배꽁초와 재떨이 그리고 흡연자를 목격했다며 금연 시설인 PC방에서는 암암리에 실내 흡연을 지속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PC방에 설치한 흡연실 역시 문제였다. 흡연실에 2cm 이상 문틈이 있거나 문을 닫지 않은 채 사용하는 PC방은 20.4%였다. PC5곳 중 1곳은 다른 실내 공간으로 담배 연기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내금연 정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흡연실 설치에 대한 규정을 제고해 궁극적으로 흡연실을 설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청소년 전자담배로
건강 잃는다
 
2015년 담뱃값 인상으로 전자담배 판매가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의 천식 위험이 2.7배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자담배와 천식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한양여대 보건행정과 조준호 교수팀은 고교생 35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전자담배 사용률은 흡연율의 절반 수준이었고 니코틴 액을 흡입하면 염증 세포가 늘어 천식이 악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천식은 기관지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꽃가루담배연기 등 각종 외부 환경에 기관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질병으로 전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낸 2014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 통계조사결과를 토대로 조준호 교수와 미국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사무엘 백 연구원이 고등학생 35000여 명의 전자담배 사용 여부와 천식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천식은 염증과 관련이 있는 병인데, 전자담배가 젊은 사람의 기관지 염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전자담배의 니코틴 농축액을 흡입하면 염증 세포수가 늘어나 천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최근 제시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연보조제의 일종으로 유행하고 있는 비타민 스틱도 청소년 건강을 해치고 있다. 이 제품은 니코틴은 없지만 액상을 가열해 수증기를 만드는 수입 전자담배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피워도 되는 담배로 불린다. 이에 청소년을 예비흡연자로 만들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이 커지자 제조업체는 제품을 성인에게만 팔도록 규정했지만 약국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도 별다른 제재 없이 판매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성 역시 우려된다. 국내인증기관 시험에서 액상 자체가 아닌 제품의 증기를 들이마셔도 안전한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비타민 스틱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안전 관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자담배 및 금연보조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구매를 막을 근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bjy-0211@ilyoseoul.co.kr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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