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아이도…?’ 진화하는 ‘왕따’에 애타는 학부모들
‘혹시 내 아이도…?’ 진화하는 ‘왕따’에 애타는 학부모들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3-21 11:15
  • 승인 2016.03.21 11:15
  • 호수 1142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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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단체방 초대해 욕설·폭언, 데이터 ‘갈취’까지

‘사이버불링’, 와이파이·기프티콘 ‘셔틀’ 등 사회문제
“휴대폰요금·소액결제 많아지면 학교폭력 의심해봐야”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초중고교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큰 근심거리가 생겼다.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꼽히는 ‘집단 따돌림(왕따)’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스마트 기기의 발달은 피해학생을 더욱 괴롭히는 꼴이 됐다. 학교 담장 안에서만 이뤄지던 왕따는 온라인으로 옮겨져 피해학생의 가정까지 파고들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물리적 폭력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학교 폭력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워 학부모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 중학교 3학년 딸 A양(15)을 두고 있는 주부 정모씨(42)는 최근 억장이 무너지는 일을 겪었다. 자신의 딸이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사이버불링(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건 최근 크게 늘어난 A양의 휴대폰 요금 때문이다. 또 A양이 한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긴 정씨는 결국 딸의 휴대폰 메시지 등을 확인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자신의 딸이 같은 반 학생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듣는가 하면, 기프티콘(바코드 형태의 모바일 상품권) 선물을 요구받기도 했다. 휴대폰 요금이 급증한 건 바로 가해 학생들이 A양의 데이터를 테더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딸에게 그저 남자친구가 생긴 것으로 여겼던 정씨는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버불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SNS 상에서 이뤄지는 집단 따돌림은 상당히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카톡 감옥’이 꼽힌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한 따돌림으로, 피해학생을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욕설과 비방, 심지어는 피해자의 부모 욕까지 서슴지 않는다. ‘카톡 감옥’에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방을 나가면 다시 초대해 갖은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다.

또다른 유형의 사이버불링은 ‘셔틀(shuttle)’이다. 셔틀은 과거 일진학생들의 ‘빵을 매점에서 사다 바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른바 ‘빵셔틀’에서 비롯된 단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셔틀은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대표적인 게 와이파이 셔틀이다. 부족한 데이터를 피해 학생의 스마트폰 ‘테더링(노트북과 같은 IT 기기를 휴대폰에 연결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해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이다.

테더링 기능을 사용하면 데이터가 소모되는데, 피해학생의 스마트폰으로 테더링을 할 경우 가해학생이 온라인을 이용하는 동안 피해학생의 데이터는 계속 줄어든다. ‘기프티콘 셔틀’도 큰 문제로 꼽힌다. 최근 모바일 메신저의 ‘선물하기’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화, 고급화 되면서 고가의 상품을 주고받을 수 있는데, 이같은 기능을 악용해 상품을 선물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피해 사실 알기 어려워

문제는 이같은 사이버불링은 ‘학교 폭력’의 범주에는 해당하지만 물리적인 폭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학부모나 선생님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A양의 모친인 정씨는 “요즘 아이들의 사이버불링은 어른들의 폭력과 다를 게 없다”면서 “오히려 더 교묘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괴롭히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면 얼른 알아차리기라도 할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 말하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폭력인 탓에 언제 어디서나 괴롭힘을 당한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예방 단체의 한 관계자는 “사이버불링의 경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뤄지기 때문에 물리적인 폭행보다 더 잔인한 측면이 있다”면서 “학교와 집, 방과후는 물론 방학 때와 졸업 후에도 괴롭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복이 두려운 피해학생은 스마트폰을 없앨 수도 없다”면서 “사이버불링은 처벌 근거가 미흡해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피해 학생의 학부모나 선생님의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사이버불링의 피해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휴대폰 요금이 이유 없이 많이 나온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소액 결제 횟수와 대금이 많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수시로 들여다보거나, 휴대폰이 울리면 깜짝 놀라고 불안해하는 반응 등을 보이는 것도 관찰의 대상이다.

 shh@ilyoseoul.co.kr

 

다음은 학교폭력 예방 단체가 조언하는 사이버불링의 피해 징후다.
 
·학교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다.
 
·학원이나 학교에 무단결석을 한다.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학교를 그만두거나 전학을 가고 싶어 한다.
 
·노트나 가방, 책 등에 낙서가 많이 있다.
 
·괴롭힘에 의한 다른 아이들의 피해에 대해 자주 말한다.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는 일이 드물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 갑자기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전화벨이 울리면 불안해하며 전화를 받지 말라고 한다.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자주 친구에게 빌려 줬다고 한다.
 
·집에 돌아오면 피곤한 듯 주저앉거나 누워 있다.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혼자 자기 방에 있기를 좋아한다.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초조한 기색을 보인다.
 
·부모와 눈을 잘 마주치지 않고 피한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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